기업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사물인터넷과 알고리즘의 비밀’ 이라는 제목은 이 책이 빅데이터 기술에 집중한 책이라 예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은 기업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더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인간 행동 예측기술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빅데이터 시대로 도래하고 착용 가능한 센서(스마트폰, 회사 신분증 등)를 통해 현실세계의 데이터가 급속도로 축적되면서 데이터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의 행동은 예측 가능한 것이 되었다. 데이터의 패턴을 분석하면 기업은 구성원의 상호작용, 대화, 움직임, 위치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해 직원들의 업무방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런 정보들이 기업운영을 원활히 한다는 점을 책은 강조한다. 책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회사 내 정수기의 위치에 관한 것이다. 회사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협업이 잘 형성되려면 구성원 간의 응집력이 높은 공간 구조가 유리하다. 과거에는 정수기나 자판기를 직원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배치했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정수기나 자판기 앞에서 구성원들의 대화가 풍부해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 결과 정수기의 위치는 곧 구성원 간의 응집력을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로이 이해되었다. 회사는 정수기와 자판기의 위치를 변화시킴으로써 구성원의 응집력이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변화가 데이터에 기반한 패턴 파악으로 가능해지며, 그를 통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다는 내용은 인상적이었다. 책은 그 밖에도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책은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의 전형적인 사례로 해커톤(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주제 제한 없이 마라톤을 하듯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논의하는 방식) 행사를 이야기한다. 해커톤 행사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커피를 마셔가며 24시간 프로그래밍경연을 펼치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기업들은 다수의 엔지니어를 컴퓨터, 의자, 피자, 음료수가 가득한 큰 회의실에 불러놓고, 직원들로 작은 팀을 구성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의 최종 데모를 완성할 때까지 서로 협력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지고 기업의 창의성은 높아진다. 이런 결과와 대조적으로 기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에디슨과 같은 외로운 천재의 모습을 창의성의 궁극의 모델로 설정한다. 하지만 다빈치나 에디슨도 당대의 지식인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자신의 혁신을 완성해낸 것임을 잊으면 안 된다. 이 책을 통해 기업에서 현재 필요로 하는 인재가 어떠한 역량을 가져야하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었다.그 중에서도 외로운 천재가 아닌, 해커톤형 인재가 회사의 창조력을 위해서는 더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또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석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변화를 일으킬 역량도 굉장히 중요함을 깨달았다. 저자도 데이터 분석에 집중하기보다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부분에 더욱 집중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책을 읽는 시간이 빅데이터에 대한 시각이 더욱 넓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장준혁 (가온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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