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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번역,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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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15:49


 

그야말로 인공지능이 연중무휴 종횡무진 전방위적 활약을 펼친다. 인공지능에 평이 박한 사람일지언정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는 기계 번역이 아닌가 싶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리포터나 영문 원서 번역을 위해 네이버의 ‘파파고’와 ‘구글 번역’을 이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계 통번역 기술은 규칙기반 방식에서 통계기반 방식으로 발전했고, 2010년대 후반 기계 학습을 활용한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신경망 기계번역으로 진화했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신경망 기계번역은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품사, 격식체 및 비격식체와 같은 언어의 사용역(register) 등을 반영하여 인간과 상당히 근접한 수준으로 번역한다. 이제 인간 번역가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지 염려된다. 일각에서는 멀지 않은 장래에 기계번역이 인간 번역가를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전망한다. 

과연 인공지능까지 탑재하여 거침없이 진격하는 기계번역은 어디까지 왔을까? 이에 필자는 구글 번역과 파파고의 한영 및 영한 번역 능력을 비교해 보았다1). 먼저 필자가 좋아하는 어전을 사용한 문장을 만들어 보았다. 

동생이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사에 합격했다. 동생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 집 식구는 어제 저녁 외식을 했다. 동생이 시킨 어전(漁煎)이 나왔을 때 갑자기 파리 한 마리가 날아다녔다. 내가 “감히 어전(御前)에서 파리가 날아다니다니?”라 했다. 동생이 “짐(朕)이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으니, 어전(御前)에서 어전(漁煎) 위를 비행하는 파리를 용서하노라.”했다.

My brother passed the construction called God’s workplace. To celebrate my brother, my family ate out last night. Suddenly, a fly flew around when the fish tank my brother ordered came out. I said, “How dare a fly fly from the fishing grounds?” My brother said, “Jim is in a great mood today, so I forgive Paris for flying over the fishing grounds at the palace.” (파파고 번역)

My younger brother passed the construction called God’s workplace. To celebrate my brother , my family ate out last night. When my brother’s order came out, a fly suddenly took flight. I said, “How dare flies fly around the palace?” My younger brother said, “Jim is in a very good mood today, so I forgive the fly that flies over it.” (구글 번역)

파파고와 구글 번역 모두 동생을 brother로 번역하여 기계 번역의 고질적 문제인 성별 바이어스(gender bias)를 반영한다. 구체적으로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공공 기업체인 공사는 건설, 공사를 뜻하는 construction으로 번역되었다. 파파고는 어전(漁煎)을 어류 탱크인 fish tank, 어장인 fishing grounds로 번역했고, 임금의 앞인 어전(御前)을 임금이 거처하는 궁전인 palace로 번역했다. 구글 번역은 동생이 시킨 어전(漁煎)을 동생이 주문한 것으로 영리하게(?) 회피하여 번역했고, 어전(御前)을 palace로 번역했다. 한편 파파고는 날아다니는 파리는 fly로, 용서의 대상이 되는 파리는 프랑스 수도 Paris로 번역했다. 구글 번역은 파리를 일관되게 fly로 번역했다. 두 번역기 모두 임금이 자기를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인 ‘짐’을 사람 이름 Jim으로 번역했다. 

다음은 10대와 20대가 즐겨 쓰는 줄임말을 사용해 보았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 1잔’을 파파고는 ‘One iced americano, one iced americano.’로 정확하게 인식하였고, 구글 번역은 ‘Aah 1 cup, daa 1 cup.’으로 ‘아아’와 ‘아따’를 소리나는 대로 번역했다. ‘친구 생파(생일파티)로 생선(생일선물) 준비했어’를 파파고는 ‘I got you fish for your friend’s birthday.’로 번역해 생파에 대한 업데이트는 되어 있지 않다. 반면 구글 번역은 ‘I prepared fish with my friend’s fresh green onion.’로 번역해 입력 단어인 생파의 표층 의미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애쓴 듯하다. ‘안 물어 본 것’과 ‘안 궁금한 것’의 합성어인 ‘안물안궁’을 파파고는 ‘I didn't ask.’로 그리고 구글 번역은 ‘안물안 궁’으로 인식하여 ‘Anmulan Palace’로 번역했다. 

필자가 나열한 기계번역의 오역은 ‘귀여운 애교’라 할 수 있으나 경우에 따라 오역은 중차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살상을 목적으로 핵무기가 사용된 유일한 사례인 일본 원자폭탄 투하는 오역이 부른 참사로 알려져 있다. 1945년 7월 26일 독일 포츠담에서 미·영·중 수뇌부는 일본의 항복 조건을 규정한 포츠담 선언문을 발표했다. 포츠담 선언은 일본으로 하여금 ‘무조건 항복’외 일본의 다른 대안은 ‘즉각적이고 완전한 파멸’이라는 최후통첩이었다. 7월 28일 일본 스즈키 칸타로 총리는 포츠담 선언에 대해 ‘논평을 유보한다’는 의도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모쿠사츠’(黙殺)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를 일본 언론에서 ‘무시하다’로 번역했다. 이러한 일본의 오만함(?)은 미국 국민과 트루만 대통령의 분노를 샀고, 8월 6일과 9일 각각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었다. 

 위의 예는 상황 및 맥락에 대한 오판의 가장 극단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번역은 좁게는 화자의 몸짓, 눈빛, 어조, 뉘앙스에서 넓게는 국제정세와 외교의 흐름에의 이해를 요한다. 또한 번역은 사회·문화적 문맥, 지정학적 문맥 등의 지배를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화자의 이야기를 목표 언어의 사회·문화·역사·정치적 문맥에 맞추어 재해석하여야 한다. 이렇듯 총체적 상황에의 이해가 가능해야 소기의 번역이 가능한 것이다. 필자가 제시한 ‘어전’ 예문에서도 보았듯이 기계번역은 상황 전체를 파악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인 듯하다. 더 나아가 언어는 화자의 감정을 반영한다는 점은 인간 번역가의 특화 영역을 확장시키다. 또한 기계번역에서 오류가 잦은 부문은 인간 번역가의 틈새시장이 될 것이다. 따라서 기계번역이 인간 번역가를 완전히 대체하는 날은 아직은 요원한 듯하다. 

1) 2021년 6월 24일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 사용 결과임 

남영자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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