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에 열렸던 한국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대국을 통해서 우리는 AI의 눈부신 발전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늘어나게 되었고, 이후 서점에는 인공지능 관련 서적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국내 한 대형서점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을 도입하여 책 추천과 접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온 국민이 모두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인공지능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고 저마다 관심사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하루가 달리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중앙대학교 HK+ 인공지능인문학 연구단에서 출간한 『인공지능인문학 FULL COURSE』는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본 사업단에서 연구하고 있는 ‘인공지능인문학’을 청소년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된 이 책은 글쓰기와 말하기 교재와 인공지능에 대한 개론서라는 두 역할을 담당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중학생을 염두에 둔 청소년용 교재이지만 일반 대중이 읽어도 될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인공지능인문학’에서 다루는 여러 이슈들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기본 내용과 심화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분하여 필요에 따라 레벨 설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책은 개요에 해당하는 AI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하여 AI와 노동, 의학, 법률, 예술, 산업, 언론, 감정, 미래 사회, AI 시대와 과학 윤리까지 모두 10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주제는 다시 아래와 같이 5단계로 설계되어 있어 청소년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자신의 수준과 관심사에 따라서 골라서(코스로) 즐길 수 있다. 10개의 주제 중에서 두 번째에 자리하고 있는 [AI와 노동] 파트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 인공지능 애피타이저에서는 여느 로봇과는 달리 인간처럼 생각하는 특수한 로봇이 우연히 한 가족에게 판매되면서 생겨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 <Humans>(사무엘 도노반, 영국·미국, 2015)를 통해서 ‘AI 로봇은 인간을 행복하게 할까?’라는 이슈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다. ▷ 음미하며 천천히 먹기에서는 ‘AI는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백분토론’을 벌이는 상황을 가정하여 AI가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인간은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찬성측과 오히려 인간은 기계에 의존하게 되어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살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대측의 입장을 통해서 AI와 노동에 대한 다양한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 ▷ 꼭꼭 씹어 확실히 먹기에서는 ‘AI가 인간의 설 자리를 모두 빼앗는다!’는 이슈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바로 그들인데, 두 사람이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이러한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 왕성한 식욕, 와작와작 씹어 먹기에서는 1811∼1817년 영국의 중부 ·북부의 직물공업지대에서 일어났던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과 헤겔이 언급한 노동에 대한 의미, 그리고 AI 시대에 살아남을 일자리를 소재로 한 신문기사를 소개하면서 AI와 노동의 문제를 주변부로 확장시킨다. ▷ 인공지능 후식으로 마무리에서는 앞선 단계에서의 활동들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한다. 아울러 “인류의 미래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가 아닐까요?”라는 질문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HK+ 인공지능인문학 연구단>이 지향하는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단계별 지문이 끝나는 지점에 찬반의 이유를 제시해 보라거나, 제시된 것들과는 다른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보라는 등의 문제를 제시하여 해당 내용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모쪼록 이 책이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그래서 인공지능인문학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성문(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