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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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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15:56

엠넷 AI프로젝트 ‘다시 한번’의 故 김현식 1)

지난 몇 년간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고인이 된 가수들이 돌아왔다. 신해철, 김현식, 김광석부터 터틀맨 임성훈, 울랄라세션의 임윤택까지 대중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 가수들이 생전 자신의 노래뿐 아니라 새로운 노래를 함께 부르며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들 앞에 나타났다. 대중 스타 뿐 아니라 위인도 살아나서 김구, 유관순 등이 이끄는 토크쇼도 있다. 해외에서도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등 세계적인 팝가수가 홀로그램을 통해 시상식에 등장하거나 콘서트를 하는 등 인공지능이 되살린 고인이 새로운 문화양식이자 콘텐츠로 등장했다. 국내에서 이렇게 고인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는 작업의 첫 시작은 2020년 2월 M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였다. 네 아이의 엄마 장지성씨가 2016년 떠나보낸 딸 나연이를 가상현실 콘텐츠로 복원하여 다시 만나는 내용과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는데 첨단 기술을 통해 죽은 딸과 재회하는 모습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감동을 주며 회자되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그리운 사람을 되살리고 가상현실이나 홀로그램 등을 통해 출력하는 기술은 대중문화 콘텐츠로 소비되는 데만 그치지는 않았다. 2021년 미국 웹 서비스 기업 마이헤리티지 (MyHeritage)는 이스라엘 기업 D-ID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딥 노스탤지어(Deep Nostalgia)’를 서비스했는데 이는 움직이는 고인의 사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같은 해,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고인의 목소리를 인공지능 스피커로 복원하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 고인이 남긴 사회 관계망 서비스 기록, 문자 메시지 등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그 안에 담긴 인물의 고유한 특성 등을 흉내 내어 마치 그 사람인 것처럼 대답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이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 (Black Mirror)>에서 다뤄진 적 있다. 두 번째 시즌의 첫 번째 에피소드 ‘돌아올게 (Be Right Back)’에서 여자주인공 마사는 남자친구 애쉬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자 고인을 복원해주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한다. 고인의 사회관계망 서비스 이용 내역과 고인이 남긴 영상 및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인의 외형과 말투를 정교하게 흉내 낸 인형을 제작한다. 결말은 다소 비극적이다. 처음에 마사는 죽은 남자친구가 돌아온 것처럼 행복하지만 점차 시스템에 불과한 인형에 대해 거리감과 혐오감을 느낀다. 하지만 실제 남자친구도, 단순한 시스템도 아닌 어중간한 무엇이 된 인형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마사의 다락에 가둬둔 채 끝난다.  

고인을 되살리는 기술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이 같은 서비스를 위해 어떤 기술이 적용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인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복원하기 위해서 홀로그램이나 가상현실 같은 이미지 출력기술의 발달은 필수적이다. 가상현실의 경우 360도 둘러싸인 카메라가 비슷한 연령 및 체구의 대역 모델을 촬영해 뼈대를 만들고 저장된 사진이나 영상에 남은 고인의 모습을 입혀 재현한다. 홀로그램은 GAN기술을 특화한 페이스 에디팅 (Face Editing)을 적용하여 대역모델에서 사람의 얼굴만 교체하여 만들어낸다. 목소리 같은 청각정보의 경우 생전 녹음된 노래 파일을 바탕으로 고인의 목소리를 잘게 쪼개어 분석한 음성데이터를 노래반주에 반복적으로 입혀 인공지능이 학습하도록 한다.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나연이의 경우는 음성이 남은 동영상이 많지 않아 또래 아이 5명의 목소리를 빌려 함께 학습시켰다. 고인과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경우 고인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 및 핸드폰 기록 등 고인의 성격과 어투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양의 문자 및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패턴을 학습한다.  

이미지 및 음성 출력 기술의 발전의 결과물의 정교함을 높일 것이다. 하지만 출력기술에 앞서 고인에 대한 풍부한 기록 데이터가 필요하다. 타개한 어떤 이, 혹은 지나간 시간을 정교하게 되살리기 위해서는 그 어떤 기술보다 강박적인 기록이 선행되어야 한다. 캐서린 헤일스는 그녀의 저서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How we became posthuman?> (1999)에서 사이버네틱스 이론이 인간중심적 인간관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정보는 신체를 잃었다고 주장한다. 유한한 신체를 떠나 무한히 생존하는 정보와 기억은 오랜 시간 인간과 매체사의 지향점이었다는 것이다. 신체를 떠나 다른 물질로 옮겨 갈 수 있는 정보 및 기억에 대한 인간의 상상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만 머무르지 않고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디지털 매체 이후 기록은 저장되고, 되살아나고, 또 다른 서비스의 연료가 된다. 개인 컴퓨터에서부터 스마트폰, 사회 관계망 서비스, 센서 기술까지 점점 더 많은 기록을 요구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기록의 미래를 상상해야한다. 과거를 학습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숙명이다. 기록은 더 이상 일기장에 남아 서랍 속에 있지 않는다. 나의 신체와 분리되어 생존하던 나의 기록, 나의 기억은 인공지능 혹은, 예상하지 못한 다른 어떤 물질과 기술을 만나 또 다른 무엇이 될 것이다. 그 때까지 기록의 미래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오늘도 자의 반 타의 반 많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정현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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