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재 선발 과정에 도입된 혁신으로 손꼽히는 건 다름아닌 AI 기술을 사용한 비동시적 비디오 면접(asynchronous video interview)일 것이다. AI 기술을 사용한 비동시적 비디오 면접은 머신러닝을 수반하며, 시각적 정보와 음성 정보를 재인하는 기술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후보자의 모습을 닮은 지원자를 찾아낸다 (Celiktutan & Gunes, 2015 참고). 비동시적 비디오 면접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 속에 지속가능한 면접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원자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면접에 참여할 수 있고, 기업에서는 인원수 제약 없이 지원자들에게 면접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AI 기술에 힘입어 기업에서는 일차적으로 추려진 지원자 목록 또는 모든 지원자의 AI 평가 점수를 받아볼 수 있으니, 지원자와 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원자들은 쌍방향 동시적 비디오 면접 (“two-way” synchronous video interview)과 일방향 비동시적 비디오 면접에서 유사하게 기능할 수 있을까? 다음 몇 가지 이유에서 동시적 면접과 비동시적 면접이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먼저 비동시적 면접은 동시적 면접에 비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기 어렵다. 비동시적 면접은 주로 한 시점에서 지원자의 반응이 녹화 및 녹음되고, 다른 시점에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각 질문에 대한 지원자의 모든 반응에 대해 즉각적인 언어적 및 비언어적 피드백은 제공되지 않는다. 따라서 면대면 면접과는 달리 지원자들가 관찰할 수 있는 면접관의 미세한 신호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동시적 면접에 비해 동시적 면접에서는 다양한 대화 스타일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면접관의 성별, 연령, 또는 자신이 파악한 면접관의 성향에 따라 지원자는 유연하고 적절하게 대화 스타일을 적용할 수 있고, 성공적이라면 이와 같은 유연성은 면접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면접관과 지원자는 모호한 상황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 맥락에 대한 이해의 수준에는 면접관 간 개인차가 있으나, 비동시적 면접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동시적 (특히 동시적 면대면) 면접에서 지원자는 모호한 정보를 보다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관철시킬 수 있다. 면접 모드 (동시적 또는 비동시적)의 효과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서로 다른 면접 모드에서 동일한 면접 질문을 전달한 뒤, 면접 질문에 대한 지원자의 반응을 동일한 방법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로써 질문과 평가 방법이 통제되었으니, 면접 모드의 인과적 효과를 검증할 수 있다. 유사한 연구 문제를 제기한 연구자들은 실증 연구를 통해 면접 모드의 효과를 살펴본 결과, 전반적으로 동시적 면접을 선호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례로 비동시적 비디오 면접과 면대면 면접에 대해 연구를 수행한 결과 (Shin 등, 2017), 지원자들은 대면을 더 선호했고, 면대면 면접만큼이나 충분한 상호작용이 이뤄진 경우에만 비동시적 면접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타깝게도 동시적 면접에 대한 선호도가 높음을 발견했다고 해서 현재 비대면 면접을 전면 동시적 비디오 면접으로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디오 면접이 비동시적에서 동시적으로 전환되는 순간,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장점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동시적비디오 면접의 장점은 그대로 누리되, 최소한 동시적 면접의 일부 요소를 경험할 할 수는 없을까? 완벽하게는 불가능해 보인다. 실시간으로 면접관 혹은 면접관에 상응하는 에이전트(예: 지능형 로봇)가 존재하지 않는 한 면대면 면접과 동일한 양과 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의 비동시적 비디오 면접의 일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 첫째, 현재의 AI 면접의 모든 질문은 문자로 제공된다. 지시문을 읽은 후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면 정해진 답변 시간 동안 지원자는 카메라를 보며 답변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실제 면접관이 녹음한 질문을 소리로 제공할 수 있다면, 동시성은 아니더라도 지원자가 경험하는 사회적 실재감 (social presence: 상호작용에서 상대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면접 질문마다 면접관 사진이 등장할 수 있다. 물론 사진 속 면접관이 면접 중에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현실감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면접관 사진(들)에 다양한 정보(면접관의 표정, 면접관의 수, 배경, 의상 등)을 담음으로써 기업에 대한 정보 수준을 조절하여 노출할 수 있다. 따라서 카메라를 통해 녹화되는 자신의 모습만을 바라보던 현재의 면접 환경과는 비교하면, 지원자가 면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면접관 아바타의 등장이 가능하다. 최근 아바타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했다. 예전과는 달리 실존 인물의 얼굴을 바탕으로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으며, 아바타는 마치 살아있듯 움직이며 반응할 수 있다. 아바타의 반응은 동시적 면접관의 반응처럼 면접관의 속마음을 대변하지는 못하지만, 아바타에는 사진보다 더 풍부한 정보 및 조직의 풍토를 담을 수 있으며, 면접관 기분 등과 같은 가외의 오염요인에는 덜 취약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사람과 로봇 간의 상호작용(Human-Robot Interaction: HRI)의 4대 적용분야 중 하나로 사회적 상호작용이 꼽힌다. 메타버스 안에서 로봇 면접관과 입사 면접을 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사람 면접관을 대체할 만한 로봇이 등장하기까지 현재의 비동시적 면접을 유지하는 것은 부적절할뿐만 아니라, 지원자가 경험하는 실재감과 면접관 에이전트가 사람과 유사하다고 느끼는 정도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 아는 바가 매우 적다. 사람 면접관과 거의 유사한 로봇 기술만을 기다리기 보다는 위와 같은 연구문제에 따라 당장에 AI 면접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들이 가진 각 특성의 효과성을 검증하여 AI 면접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겠다. 참고: Celiktutan, O., & Gunes, H. (2015, August). Computational analysis of human-robot interactions through first-person vision: Personality and interaction experience. In 2015 24th IEEE International Symposium on Robot and Human Interactive Communication (RO-MAN) (pp. 815-820). IEEE. Shin, S. Y., Liu, W., Jang, J. W., & Bente, G. (2017). The benefits of distance and mediation: How people react to conflicts in video chat vs. FtF. Computers in Human Behavior, 73, 1–8. 문혜진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