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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도 인공지능 번역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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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21:55

인공지능 번역이 등장한 이래 사람들의 가장 빈번한 질문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문학도 인공지능 번역이 가능한가요?’일 것이다. 이는 필자가 인공지능 번역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특히 압축적이고 함축적인 언어의 결정체인 시(詩)에 대한 인공지능 번역의 퍼포먼스가 사뭇 궁금하다.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시 두 편을 골라 네이버 파파고와 Google Translate(이하 GT)의 퍼포먼스[1]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시는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이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파파고의 번역이다. “I’ll trow a spear to others./ The field is being plowed for a lot./ Digging with a hoe./ I wear a homiron glue./ There’s a difference between the clouds./ Listen to the new song with a ball./ The corn will be cooked./ You can come and sleep with me./ The reason why I live is because.../ I laugh.”

본 칼럼에서는 한국어 시 원문의 늬앙스, 분위기, 표현의 정밀성 등 전문적 내용은 논외로 하고 한국어 원문이 영어로 충실하게 번역되지 않은 사례에 한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파파고의 번역을 살펴보자. ‘남(南)’을 남향이 아닌 타인인 ‘others’로, ‘창(窓)’을 창문이 아닌 던지는 창인 ‘spear’로, ‘호미론 풀을 매지요’를 ‘wear a homiron glue’로, ‘구름이 꼬인다(유혹한다) 갈 리 있소’를 ‘There’s a difference between clouds’로, ‘공으로(공짜로)’를 ‘with a ball’로, ‘강냉이가 익걸랑(강냉이가 여물어 수확할 때)’을 요리해서 익은 강냉이를 뜻하는 ‘The corn will be cooked’로, ‘자셔도(드셔도) 좋소’를 ‘sleep with me’로 번역한 것이다. 특히 파파고는 풀을 매다를 넥타이 등을 매다(wear a tie)로, ‘풀’을 잡초가 아닌 접착제 풀(glue)로 그리고 ‘호미론’을 소리 나는 대로 ‘homiron’으로 바꾸었다. 또한 ‘호미론 풀’을 동사 매다의 목적어로 판단하였다. 보편적인 문장 구조에 꽤나 충실한 번역을 수행한 셈이다. 한편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에 대한 파파고의 번역 ‘구름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영어 표현은 생뚱맞기 그지없다.  

GT의 번역이다. “I’ll open a window to the south/ The field is long tilled/ digging with a hoe/ tying homiron grass/ The clouds are twisted, can they go?/ Will the new song be heard as a ball?/ The corn is ripe/ You can come and sleep with me./ why buy/ laugh” 

파파고와 달리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를 제대로 판단하여 번역했다. 그러나 파파고와 마찬가지로 소리 나는 대로 바꾼 homiron과 풀(grass)을 하나의 목적어로 취급하였고, ‘매다’를 넥타이 등을 매다(tie)로 표현했다.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는 ‘The clouds are twisted, can they go?’로 번역했다. 문자 그대로 한국어 어휘를 영어 어휘로 일대일로 우직하게 대응 번역한 것이다. 새가 지저귀는 노래 소리는 새로운 노래 소리 ‘new song’으로 표현했다. 파파고와 흡사하게 ‘공으로(공짜로)’를 ‘as a ball’로, ‘자셔도 좋소’를 ‘sleep with me’로 번역했다. 그리고 ‘왜 사냐건’을 물건을 사다는 buy를 사용해 ‘why buy’로 표현했다. 

두 번째 시는 조지훈의 「승무」로 지면상 첫 두 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에 대한 파파고와 GT의 번역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당 문장을 파파고는 “The thin Sahaiyan cone is a butterfly with a fine fold./ Parrani, a doctor with shaved hair, hid it.”로, GT는 “The thin Sahaiyan cone is folded and nabilera./ Dr. Parrani’s shaved head hides in his cone.”로 번역했다. 

파파고와 GT 모두 1연의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을 ‘thin Sahaiyan’으로 번역해 여름 옷감을 뜻하는 ‘사(紗)’와 ‘하이얀’을 하나로 묶어 소리 나는 대로 표현했다. 파파고의 번역은 나비와 같다는 ‘나빌레라’를 ‘나비(butterfly)다’로 번역한 반면 GT는 소리 나는 대로 nabilera로 표현했다. 2연의 경우 파파고와 GT 모두 얇은 비단 박사(薄紗)를 의사 혹은 박사로, 파란빛이 돈다는 ‘파르라니’는 소리 나는 대로 ‘Parrani’로 표현했다. 그러하여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를 삭발한 Dr. Parrani가 고깔을 숨긴다? 혹은 Dr. Parrani의 삭발한 머리가 원뿔에 숨는다?로 번역했다. 

두 편의 시 모두 인간 번역가라면 단연코 하지 않을 유형의 번역 실수를 보여준다. 다른 어느 영역보다 기존 표현의 변형 및 조어가 수두룩한 시를 포함한 문학부문에서 기계번역이 인간 번역가에 버금가는 번역물을 창출하기까지는 시일이 꽤나 오래 걸릴 듯하다. 무엇보다 구체적이거나 객관적인 내용을 다루는 여타 부문과 달리 문학번역은 맥락을 넘어 행간을 읽어야하는 수고로움도 요구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어느 영역보다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 따라서 필자 개인적으로 기계번역이 이러한 문학 번역에서 여러 한계점을 어느 정도라도 극복하려면 잰 걸음으로 한참을 달려야 할 것으로 본다. 

[1] 파파고와 GT 번역은 2021년 10월 12일 검색 결과이다.

남영자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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