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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소네트와 AI-셰익스피어의 소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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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2 14:47

   

  인공지능 문학은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사용하여 인간의 의도된 개입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하여금 일종의 자동 글쓰기를 수행하도록 하여 생산된 문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공지능 문학에서 핵심적인 개념 중에 하나는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가치 있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인공지능 문학은 인간의 의도적인 개입이나 계획이 부재하거나 혹은 최소화한 상태에서 인공지능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여 글을 쓰는 작업을 일컫는다. 

   최근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더불어 컴퓨터의 창의성을 묻는 질문이 생겨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이 창의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2018년 IBM사의 연구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도한 바 있다.  IBM Research Australia, 토론토 대학, 멜버른 대학의 연구원들로 구성되어 수행된 이 프로젝트 팀은 인공지능 로봇에 약 2,600여개의 소네트 작품들을 입력하여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시킨 후, 새로운 소네트를 생성하도록 하였다. 이들은 인공지능 알고리듬으로 하여금 서구문학에서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정형시 중 하나이면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때 시인들이 자주 선택하던 소네트(Sonnet)를 만들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인공지능 문학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소위 이 ‘AI-셰익스피어’가 산출한 소네트들은 셰익스피어가 그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기에 셰익스피어식 소네트라고도 불리는 소네트의 형식적 특성을 잘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연구자 중 한명인 라우(Jeyhan Lau) 등이 밝히고 있듯이, 이 소네트들은 가독성과 감정을 포함한 의미 생산에 있어서는 여전히 인간이 창작한 소네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취약하다는 한계를 보여준 것이었다. 

  예컨대, 셰익스피어가 창작한 소네트 “내 그대를 여름날에 비할까요?”(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와 인공지능 알고리듬인 AI-셰익스피어가 산출한 소네트를 비교해 보자.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       
   Rough winds do shake the darling buds of May,  
   And summer's lease hath all too short a date
  
   Sometime too hot the eye of heaven shines,    
   And often is his gold complexion dimmed,      
   And every fair from fair sometime declines,     
   By chance, or nature's changing course untrimmed:

   But thy eternal summer shall not fade,       
   Nor lose possession of that fair thou ow'st,   
   Nor shall Death brag thou wand'rest in his shade,
   When in eternal lines to time thou grow'st
  
     So long as men can breathe or eyes can see,   
     So long lives this, and this gives life to thee. (밑줄은 필자)

   
  인간이 창조한 시 예술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유명한 시 가운데 하나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는 이 시는 연인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라는 첫 행은 그대(thee)를 여름날(summer’s day)에 비유하는 은유와 의인화라는 수사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후 계속되는 행과 연에서 하늘의 눈과 태양, 금빛 얼굴과 태양 사이에 이 수사기법을 사용하여, 자신이 짓고 있는 이 시를 통해 연인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시인의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 표현 형식을 살펴보자면, 하나의 행 안에서 약한 강세와 강한 강세가 다섯 번 반복되는 약강 5음보(Iambic Pentameter)의 운율로 각 행을 구성하고 있다. 또한 시를 구성하는 14개의 행은 그 끝이 각각 ‘day/temperate/May/date, shines/dimmed/declines/untrimmed, fade/ow’st/shade/grow’st, see/thee’로 끝나는 각운체계를 갖는다. 약강 5음보와 A/B/A/B, C/D/C/D, E/F/E/F, G/G라는 셰익스피어식 소네트 특유의 고유한 운율과 압운 체계를 형식적 특성으로 잘 구사하고 있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주제가 은유와 의인화라는 표현 기법, 그리고 약강 5음보와 각운체계라는 형식과 조화를 이루어 한 편의 시가 완성된 것이다.  

   인공지능 문학이 본격적으로 시도되는 이즈음, 셰익스피어의 시와 드라마는 인공지능 문학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모방대상 중 하나이다. 다수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인공지능을 대상으로 딥러닝 알고리듬에 의한 학습을 시도하고, 그 결과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는 특정한 예술 대상에 대한 모방물을 생산해 내고 있다. IBM사의 프로젝트는 물론이거니와 오늘날 인공지능 알고리듬에 의해 셰익스피어풍의 소네트는 흔하게 산출되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구글 검색창에 ‘AI-Shakespeare, Sonnet’란 검색어만 입력하더라도 적잖은 수의 예들을 우리는 접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힘들이지 않고 접할 수 있는 소네트 중 하나를 보자. 


But little face to fawn by parting is 
Whoever gable she will not be slain
With patience for our offence with his 
His light hide foul winds, that profitur's pain,

But if you know'st defending of my
son 
To trosp the truth of it. Tell me, and my
Meet him, adieu, leave up as thou wert won
Beshrew or foe, sir? tell the people's eye

Called the unspeak of the sleep, monstroust me 
I have no need: the cape up forth in heart 
these garments are in a moname, and free 
A bitter cricking choples of one part 

  Which often hust were, vizardlaid in thee
  The mayor of sweet world with death may be (밑줄은 필자)


   이 소네트 모방물은 약강 5음보의 운율을 정확하게 충족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밑줄 친 것과 같이  ‘is/slain/his/pain, son/my/won/eye, me/heart/free/part, thee/be’와 같은 각운 체계를 갖는 14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셰익스피어식 소네트의 기본적인 생성 규칙에 해당하는 형식적 특성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소네트 18번과는 달리 감정이나 의미에 있어서는 아무런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심지어 가독성조차도 담보하고 있지 않은 기표들의 조합에 불과하다.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이 시 형태 속에서 어떤 감정이나 의미를 찾아내기는 불가능하다. 형식적인 완결성과 내용의 부재를 동시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인공지능이 문학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인간의 창의성에 해당하는 무엇인가를 컴퓨터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어떤 인공지능도 창의성은 물론이거니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감정에 해당하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바는 없다. 미술과 음악 등의 분야에서 인간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소위 감성 컴퓨팅의 결과물들이 산출되고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계산된 창의성의 결과물일 뿐이지, 컴퓨터가 감정을 이해한 결과는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와 AI-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이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줄 뿐이다. 

   인공지능이 산출한 소네트 혹은 문학이 감정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은 향후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훈련하는데 있어 감정의 기능과 중요성을 그만큼 더 강조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우리에게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현재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하면 이해하도록 학습할 수 있을지, 인간에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인공지능에게 어떻게 학습시킬 수 있을지가 향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박소영(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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