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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감지기의 마주봄 - ‘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할까?’를 읽고
Level 10조회수48
2024-06-03 12:13

2024 인공지능인문학 추천도서 독후감 경연대회 입상작 (대학일반부) 

 인간이 인공지능과 지구 땅따먹기를 하게 될 날이 과연 올까? 이 질문에 대하여 <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할까?>는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인공지능에게 목숨과, 노동과, 도덕과, 심지어 인간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맡기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무엇인가를 맡긴다는 말이 어떻게 들리는가? 무서운가? 터무니없는가?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인간의 업이었던 일들을 인공지능이 나누어 받게 되는 미래를 이 책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또한 그러한 미래에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 질문한다. 그리고 미래로 가는 과도기인 현재, 이 책은 우리가 해야 하는 고민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나의 꿈은 소설가였었고, 지금도 소설가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어온 이 꿈을 접을 뻔한 일이 딱 한 번 있었는데, 그 원인이 인공지능이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인공지능이 쓴 소설을 발견했다. 처음 그 책을 읽을 땐 솔직히 인간이 쓰지 않은 티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덮은 후 드는 얼떨떨한 느낌을 없앨 수가 없었다.
 ‘이 책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봤을 때, 나는 이게 인공지능이 쓴 책이라는 걸 알아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 내가 낸 답은 ‘그럴 수 없다.’였다. 그동안 내 꿈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은 꽤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 내 꿈에는 불안정함이 생겼다. 어차피 인공지능에 대체될 거 포기하는 게 낫지 않나, 근데 그렇게 따지면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을 직업이 몇이나 될까. 그런 생각들을 끊임없이 하며 생기는 불안정함 말이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동아리에서 조별로 토론을 하는 활동을 했었다. 주제의 범위는 ‘예술’. 원래라면 논제 정하는 데만 30분이 걸렸겠지만, 웬일인지 대부분의 모둠이 5분 안에 논제를 정했다. 우리 모둠이 그랬듯이 다들 chatGPT에게 논제 추천을 부탁한 결과였다. 물론 그렇게 나온 결과는 빠르고 편리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8모둠 중 4모둠의 논제가 겹쳐버렸다는 것이었다. 일단 그대로 진행은 했지만 죄책감이 느껴졌다. chatGPT라는 인공지능의 능력 범위도 잘 알지 못하면서 그것을 사용한 것이 우리 과제의 질을 떨어뜨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두 경험을 보고 뭐라고 말할까?
 “왜 그렇게 극단적입니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전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 때문에, 후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생긴 문제다. 그리고 그 불안감과 의존 이전에는 아무런 고민도 없었다. 이 책은 우리의 그러한 허점을 꼬집는다. 인공지능이 차지하는 자리가 점점 늘어나는 현대에, 단순히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그러면서 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찬성의 입장과 반대의 입장, 혹은 그 둘의 사이에 있는 입장들을 영화, 철학 등 다양한 형태로 제시한다. 이 책을 읽고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이 책은 생명, 노동, 도덕 등 인공지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모든 장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었다. 그것은 ‘공존’과 ‘이해’였다. 4장에서 이 책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의 미래에 대해 논한다. 4장에서 소개된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는 인간이 하던 일들 중 대다수를 인공지능이 담당하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의견이 갈리는 것은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신하는 것이 인간에게 득인가 실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에 책은 어떠한 주장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대신 여러 철학자들의 견해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나는 그것 “인공지능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 전에 인간과 인공지능에 대해 이해해야 하지 않나?”라고 묻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노동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인간은 노동으로부터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이러한 논제들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도무지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할 수 없는 것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1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책은 기술로써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것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를 하지는 않았다. 책에 이런 구절이 나왔다. ‘죽어야 할 운명이든 불멸의 운명이든 결국 나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은 필멸이나 불멸을 택하기 전에 삶의 의미에 대해 더 고민해볼 것을 권했다. 나는 그 권유에 동의했다.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그저 ‘사는 것’ 자체에만 매달린다면, 인간은 불멸의 인공지능에게 맹목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과도한 의존은 공정한 시각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을 보는 것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   
 물론 이 책이 인간에 대한 이해만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점은 2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2장에서 소개된 영화 <A.I.>는 인공지능의 사랑을 인간의 사랑과 동일시할 수 있느냐고 묻고 있다. 여기서 나는 인공지능에 대한 의문점 하나를 찾았다. 바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의 끝은 과연 어디냐는 것이다. 2장은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주었던 부분이다. 인공지능이 정말로 인간과 다름없는 특성을 가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했기 때문이다. ‘상상인터뷰’의 ‘실험자’는 데이비드의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이 비인간적이라고 말했지만, 진짜 인간 중에서도 가끔씩 그런 비인간적인 특성이 발현되지 않는가? 경찰서에서 자신을 죽이려던 자식을 용서해 달라고 한 어머니와 같은 경우가 그런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인간성은 결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누가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든 예외는 항상 나온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임의성이 인간의 아주 중요한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이상하리만치 개연성 없는 선택마저 구현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별할 기준을 또 하나 잃은 셈이니까. 인공지능이 발전하며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히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토의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모든 분야에 무작정 인공지능을 투입하면 사회적 혼란이 초래되고 인공지능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만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왜 도서관의 ‘사회과학’ 서가에 자리하고 있었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사회’와 ‘과학’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라는 ‘과학’의 측면을, 인간의 대응이라는 ‘사회’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학문 간 융, 복합을 통한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이다. 단순히 인공지능 개발 후의 논의를 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인문학이나 사회학 등을 공부한 사람들이 인공지능 개발 과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반대도 가능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인공지능을 프로그래밍함에 있어 더욱 인간과의 조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문학과 사회학이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추며 인간과 인공지능에 관한 보다 다양한 논제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눈이 보는 세상과 인공지능의 감지기가 보는 세상이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우리 삶 속에 깊숙하게 개입하게 될 미래, 우리는 그들과 객관적으로 마주봐야만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 자체를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와서 막기에 인공지능의 능력은 너무 크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바가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기를 희망한다. 
 

박소민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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