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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너 내 동료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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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12:29


대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이들의 가장 큰 관심이자 걱정거리는 언제나, 단연 ‘진로’와 ‘취업’이다. 곧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로, 직장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고민이 깊은 것은 당연하고, 또 필요한 일이다. 다만 요즘 들어 학생들의 고민이 단순한 취업 걱정을 넘어서, 미래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나 자기 역량에 대한 무력감과 좌절로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사회 구조나 경제 불황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도 청년들의 이러한 고민에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현재의 우리는 인공지능이 더 이상 특정 기술 관련 산업이나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사회 전반과 개인의 삶에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사실 이제 인공지능이 없던 시절의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일상생활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에 익숙하다. 실제로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경우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의 발전과 활용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사회적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박정범·정대홍 2023).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직업’과 관련해서는 상반된 인식이 나타났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공지능이 미래의 직업 세계에 침투하여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박정범·정대홍 2023). 여전히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전문 분야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인공지능 자율성의 한계와 알고리즘 편향성으로 인한 불안과 불신이 있으며(Dietvorst et al 2015; Leslie 2019), 특히 직업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이 하는 작업에 빠르게 능숙해지고 있기에 ‘일자리 대체’라는 두려움이 지속되고 있다(WEF 2018; Wilson & Daugherty 2018). 

 이런 우려를 증명이라도 하듯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급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른 LLM(Large Language Model)의 도입은 기계가 ‘사람처럼 학습하고 말할 수 있게’ 만들었고, 나아가 이미지나 동영상 정보까지 처리할 수 있는 VLM(Vision Language Model)까지 발전하면서 정말로 ‘사람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들은 외형뿐 아니라 ‘사람의 능력과 기능’까지 모방, 어쩌면 뛰어넘을 수 있기에 앞으로 산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전기전자학회의 IEEE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7개 이상의 업체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올해 안에 시판한다는 계획을 표명했고, 골드만삭스는 10년 뒤 휴노이드가 연간 100만 대 이상 생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의 걱정이 막연한 기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SF 영화 속에서나 상상했던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쟁’이 직업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점화된 이때, 우리는 고민한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처럼 생물학적 진화 속도가 느린 인간은 결국 인공지능에 대체되고 말 것인가? 산업 혁명 시대의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과 같이 휴머노이드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가? 지난 역사를 뒤돌아보면 그것은 우리가 나아갈 길이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과 활용이 우리가 맞이할 필연적인 사회의 모습이라면, 이에 대한 우리의 시선과 태도를 바꾸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성이 아닌가 싶다. 

 한양대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 또한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일’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 인간이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일’을 안 할 뿐이라고 말이다. 그의 말처럼 최근에는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양자택일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지능의 증강 차원에서 인공지능을 파악하기 시작하였다(Raisch & Krakowski 2021).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는 인공지능 활용의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했을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상승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Wilson & Daugherty 2018). 즉 미래의 직장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은 라이벌이 아니라, 협업을 통해 서로의 능력과 경험을 강화하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동료’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인간을 좋은 동료 사이로 만들어 줄 열쇠는 바로 ‘인공지능인문학’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인공지능의 뛰어난 기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인공지능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개념적·기술적 차원의 이해로는 부족하다. 미래의 산업 현장은 AI 리터러시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제시하는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여기에 비-디지털적, 인문학적 사고를 추가하여 최선의 의사결정과 업무 능력을 발휘하는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이정선·서모밀·권영욱 2021). 따라서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비판적·분석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인공지능인문학은 미래 사회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이 될 것이다. 

 반대로 인공지능의 입장에서도 인간에 대해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함께 일을 하거나 친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위한 인문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언어, 감정, 윤리, 문화, 예술, 역사 등 인간의 다양한 내면 세계와 경험 세계를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로 구축하여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과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협력’이 가능한 날들을 곧 기대해 볼만 하다. AI 인문데이터의 구축과 해석 또한 인공지능인문학에서 다루는 중요한 연구 영역이므로 앞으로 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인문학의 역할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미래 직장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참 궁금하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지금과는 또 다른 직업의 세계가 곧 펼쳐질 것 같다. 다만 어떤 모습으로든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터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나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의 능력을 무서워하고 물러서기보다는 “AI, 우리 서로를 도와주는 동료가 되자!”라며 손을 내밀 수 있어야겠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알고, 인공지능과 협업할 수 있는 역량의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인공지능인문학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이곳 대학의 연구와 교육 현장 역시 이제는 인공지능을 떼 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나도 인공지능과 ‘함께’ 어떻게 인공지능인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칠지 고민하는 것이 연구자, 교수자로서 역할이 아닌가 싶다. 

김보현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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