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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비평학 3 – 자연어처리 응용의 발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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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14:54


자연어 처리 기술은 사람이 읽고, 쓰고, 말하는 경험에 절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자연어 처리 기술이 기계와 사람 사이의 대화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편향된 답변이나 오정보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면서 응용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  

앞으로의 자연어 처리 기술에 거는 기대가 가장 큰 영역 중에 하나는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이다. 현재 전 세계는 영어를 중심으로 언어의 위계가 정해져 있고 영어교육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드는 교육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한국의 경우 교육부가 실시한 초중고 사교육비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영어 사교육비 총액은 6조 1000억원으로 교과별 사교육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후로도 국내 사교육 시장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더불어 교육부의 초중고 사교육비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유아를 대상으로 영어유치원은 한 달 원비, 활동비를 합치면 200만원이 넘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2018년 562곳에서 2022년 718곳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 같은 영어교육에 드는 사회비용과 언어 교육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차별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연어 처리 기술에 기반한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에 거는 기대가 높다. 현재 자연어 처리 기술의 번역 성능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며, 기술 진화의 종착지는 동시 통역일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기술 측면에서의 통역은 음성 대화를 텍스트로 변환하고 즉시 다른 언어로 번역하여 해당 음성 언어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어 처리를 이용하여 텍스트의 다국어 변환이 충분히 가능하며, 이는 여러 국가 관계자간 회의에서 언어의 장벽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통역은 진행 방식에 따라 구분되는데, 순차 통역은 연사 발언 이후 통역사의 발언시간이 주어지는 반면 동시 통역은 연사와 통역사의 발언이 짧은 시차로 실시간으로 진행되어 더욱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인공지능은 상대적으로 복잡할 수 있는 동시 통역 처리에서도 인간에 비해 강력한 성능을 보일 수 있다.

또한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대화를 기반으로 한 인간의 감정 분석은 자연어 처리가 여전히 지향하는 목표다. 현재의 자연어 처리는 언어 이해에서는 상당한 수준이나, 감정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만 가까운 미래에는 맥락에 맞는 감정이나 화자의 의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제된 언어 데이터를 축적하여 감정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향상되어 감정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인간과 기계 사이에 가능한 대화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특히 기계가 대화에 드러나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감정적인 상처에 위로를 전할 수 있고 진로 상담, 직업 고민 등 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가족, 친구 동료 등 인간 관계에서 나타나는 여러 유형의 문제들에 대해 상담과 조언이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인간과 기계의 소통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비판적인 숙고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양식의 커뮤니케이션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이 그리는 또 하나의 미래는 인공지능 비서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비서’의 역할을 자처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음성언어 처리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연어 처리 기술을 요구한다. 인공지능 비서는 자연어로 된 인간의 명령을 이해하고 적절한 작업을 수행한다.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경우 사용자가 요청한 음악을 재생하거나 정해진 시각에 알람을 울리는 등 유용한 기능들을 제공하지만 이는 미리 탑재되어 있는 기능 중 하나를 수행하는 것에 한정된다. 즉 인간의 명령은 준비되어 있는 메뉴를 골라 실행하는 트리거 역할일 뿐이다. 반면 미래에는 인공지능 비서가 보다 자유도 높은 업무를 이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이 확장될 것이다. 챗지피티를 예를 들면, 현재도 사용자가 어떤 작업을 위한 소스코드를 요청하면 파이썬이나 자바 같은 언어로 코드가 생성된다. 코드는 자연어가 아닌 정형어로 분류되는데, 컴퓨터 입장에서는 자연어 보다는 정형어가 더 친숙하며 쉽게 이해하고 생성해낸다. 다만 챗지피티는 소스코드를 스스로 실행하는 것이 불가하므로 사용자가 해당 코드를 복사하여 코딩환경으로 옮겨서 실행해야 한다. 미래에는 이 과정이 통합될 것으로 예상되며, 사용자가 업무 지시를 내렸을 때 인공지능은 해당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코드를 즉시 생성하고, 이를 실행하여 업무를 이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즉 미리 준비된 기능을 단순히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요청에 의해 즉시 임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업무를 처리함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비서의 프로그래밍 능력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자유도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정도 수준의 인공지능은 강인공지능에 가깝다보니 현실화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대화형 생성 언어모델이 급작스럽게 등장했던 것처럼, 이러한 만능 비서도 혜성처럼 등장해 우리 일상을 바꿀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지막으로 현재 자연어 처리 기술의 정점인 생성형 인공지능은 텍스트의 단순 생성을 넘어서 소설, 수필, 시, 시나리오 대본 등 창작물 제작에 무한하게 활용될 수 있다. 작품 창작을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지식적 배경에 기초하여 기존과는 다른 것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자연어 처리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은 창작의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면에서 인공지능 모델은 그 누구보다 많은 독서량을 자랑하며 글의 장르나 형식을 따지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어 들인 창작자인 셈이다. 비평도 마찬가지이다. 비평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배경지식에 근거하여 글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내리기에, 인공지능도 지식면에서 좋은 비평을 할 수 있는 후보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창작과 비평은 지식적 배경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문화의 이해를 필요로 한다. 미래의 자연어 처리, 이해, 추론 능력이 인간의 주관적 능력을 어디까지 따라잡을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상용, 이기성, 이정현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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