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인간 활동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비대면·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주목받았던 가상인간들이 일상으로 회복 중인, 현 시점에도 문화계 전반에 걸쳐 도전의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대중에게 접근이 용이하고, 대중들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가상인간들이 뛰어들고 있다. 국내 가상인간은 SNS를 기반으로 그 입지를 다지고, 광고에 등장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2021년 7월,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가 신한라이프 광고에 등장하면서 광고모델로서의 가상인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였다. 현재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적극 도입되고 있는데, 이는 가상인간을 활용할 시, 콘텐츠 자체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로지(ROZY)’, ‘유나(Yuna)’, ‘유아(YuA)’, ‘래아(Reah)’ 등의 가상인간들이 가수, 연기자 등으로 연예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2022년 2월 22일, ‘로지’가 가요계에 등장하였다. 유튜브와 음원 사이트를 통해 첫 싱글 ‘후 엠 아이(Who am I)’를 발매하며 가수로 데뷔하였다. ‘로지’의 데뷔 싱글은 음원 IP 수익화 전문 회사인 ‘뮤직바인(Music Vine)’이 기획 및 제작하였고, ‘볼빨간사춘기’의 앨범 프로듀싱을 한 정제원이 참여하였고,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106만 회(2022년 6월 20일 기준)다. 또한 ‘로지’는 가수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라디오에도 출현하였는데, OTT 플랫폼인 티빙(TVING)의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에 카메오로 등장하였고, 5월 8일에는 네이버 AI 음성 합성 기술로 목소리를 만들어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 게스트로 출현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글로벌 아티스트&미디어 에이전시 휴맵컨텐츠가 선보인 메타버스 최초의 ‘버추얼 K팝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지닌 가상인간 '유나'는 2022년 1월 '키스 미 키스 미(KISS ME KISS ME)'로 데뷔하였고, 두 번째 곡 '론리(Lonely)'까지 공개하였는데, 이 곡들은 엑소, 레드벨벳 등 유명 아이돌의 히트곡을 쓴 이현승이 프로듀싱을 하였다. 4월 14일 세 번째 음원 ‘플라워(Flower)’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를 통해 공개했으며, '서울스타즈(SEOULSTARS)'는 ‘유나’의 NFT를 공식 발행(Mint)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 ‘(한)유아’는 YG KPLUS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주도하는 CJ ENM과 협업하여 4월 12일 ‘아이 라이크 댓(I Like That)’ 이라는 곡으로 데뷔하였고,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706만 회(2022년 6월 20일 기준)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LG전자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가상인간 ‘(김)래아’도 윤종신이 대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하여 뮤지션 데뷔를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상인간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가요계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버추얼 밴드 ‘사공이호’는 2022년 6월, SBS ‘인기가요‘에서 '웨이크 업(WAKE UP)’이라는 곡으로 데뷔하였다. ‘사공이호’는 김형석 사단이 제작한 그룹으로, 각자의 캐릭터들을 NFT로 발행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가상 DJ ‘제이슨 블레이드(Jason Blade)’는 실제로 활동하는 동명의 한국인 DJ를 메타버스를 통해 확장시키고 있다.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가상인간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한 만큼 그들의 활동 영역 또한 점차 확장되고 있다. 대중에게 접근이 용이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중 음악 산업에서 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팬덤(fandom)을 형성하기 쉽고, 가상인간 각자가 지닌 세계관 또는 가치관과 유사한 Z세대를 보다 용이하게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버추얼 가수, 버추얼 아이돌, 버추얼 K팝 아티스트, 버추얼 밴드, 버추얼 DJ 등의 이름으로 활발히 활동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이런 시도가 신선하지만, 대중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인간이 부른 노래 자체는 인기를 얻고 화제가 될 수 있지만, 실제 인간이 아닌 가상인간에 대한 거리감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상적인 비주얼을 추구하기 보다는 시대와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 음악을 확보해가며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버추얼 가수를 성장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대중들은 노래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인간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를 소비하기 때문에, 이제는 가상인간에 붙는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넘어 대중들을 설득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즐거움을 추구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인 만큼, 인간의 창의적인 생각을 통해 재밌는 상상을 많이 할수록 가상인간들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펼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황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