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을 모델로 하여 발전해 왔다. AI가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중요해졌다. 인간이라고 규정 지을 수 있는 요소로는 생명, 지능, 연결 등을 들 수 있다. 생명과 지능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정의하기에 필수적이면서도 AI의 미래를 전망하는 데에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물리학자이자 미국 MIT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 교수는 생명을 ‘라이프 1.0, 라이프 2.0, 라이프 3.0’으로 정의했다. 라이프 1.0은 DNA를 통해 생물학적 복제만 가능한 생물학적 구조를 갖춘 생물학적(biological) 단계이다. 라이프 2.0은 주변 환경과 생물의 행동에 따라 학습할 수 있는 문화를 갖춘 문화적(cultural) 단계이다. 라이프 3.0은 주체를 이루는 하드웨어 자체를 자유롭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현재 AI 기술과 함께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적(technological) 단계이다(이대열, 2021). 모든 생명체는 나름의 언어가 있으며 정보전달 메커니즘을 공유한다. 지능은 논리적 사고력, 자각, 학습 능력, 감정 이해 능력, 추론 능력, 계획 능력,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력 등의 복합체를 말하기도 하고, 정보를 찾거나 알아내는 능력, 또는 특정 목적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다양하게 생겨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학습 방법이 서로 유연하게 결합된 것을 말하기도 한다. 인간은 AI와는 다르게 사회적 존재이다. 소위 인간의 본성을 감정, 창의성, 메타인지, 의식, 자아 등의 복합체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본성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한 사회적 메커니즘으로 연결되어 왔다. 인류문명이 발달하게 된 이유도 이러한 ‘관계’에 기초한 것이며 인간은 ‘사회적 뇌(social brain)’을 지녔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면서 혁신을 만들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발전을 이룩해낸다(장동선, 2022). 인간의 사회적 뇌가 어떻게 다양한 지식과 정보, 경험을 연결해 가는 것일까. 그 해답은 인간관계의 핵심인 ‘공감’에서 찾을 수 있다. ‘공감(empathy)’은 상대방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 감정에 관해 생각하고, 그 감정을 배려하는 것을 포함하여 사람들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을 묘사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자밀 자키, 2021). 인간은 누구나 공감 능력을 지닐 수 있고 공감을 통해 진정한 소통을 이루며 인간관계를 한층 깊이 있게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등을 교감하면서 살아간다. 공감 대화의 기술은 꾸준한 연습을 통해 발달할 수 있다. 학교나 사회공동체에서 공감을 주제로 교육하거나 공감적 소통을 위한 여러 단체, 예를 들어 ‘NVC 센터(nonviolent center)’나 ‘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 등이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미래 사회에는 AI가 정보처리뿐만 아니라 인간과 소통하며 정서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게 된다. 사회적으로 소외 계층이나 약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로써 공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일본 AIST에서 개발한 심리치료봇 ‘PARO’에서 볼 수 있듯이, 치매 환자 치료를 위해 AI가 활용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에버’를 개발하여 모션 캡처 기술로 다양한 곡을 지휘하면서 감정까지 표현하도록 발전했다. 이처럼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공감 AI를 개발하여 의료, 교육, 마케팅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전망이다. AI가 공감 지능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품질의 학습데이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어로는 처음으로 ‘2022 NIA의 AI 학습용 데이터 과제로서 한국어 블렌더봇 데이터’가 구축되었다. 대화 형식으로 화자의 감정에 대하여 공감하는 발화를 작업자에게 생성하도록 하였고, 구축 데이터의 일부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화자 :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무척 기뻐. 청자 : 정말 잘됐구나. 건강에 이상이 없다니 얼마나 좋아. (격려) 화자 : 그러게 정말 다행이야. 사실은 조금 걱정했지. 나쁘게 나올까 봐. 청자 : 검진 결과가 좋으니 너무 기쁘겠다. 우리 모두 검사 결과 때문에 걱정들 하잖아. (격려) 화자 : 우리처럼 늘 바쁘게 살다 보면 병원에 갈 시간이 없지.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는 거야. 청자 : 그건 정말 잘 하고 있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어. (격려) 화자 : 건강검진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검사이고 누구나 꼭 받는 것이 좋아. 청자 : 너무 맞는 말이야.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했어. 병에 걸리고 나면 이미 늦으니까. (동조) 이 예시는 친구가 건강검진 결과가 좋게 나오자 [기쁨]의 감정에 대하여 또 다른 친구가 [격려]와 [동조]하는 공감형 대화이다. AI는 화자의 의도된 발화를 이해하고 대화 맥락을 추론하여 상황에 맞게 적절한 공감 발화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AI에게 공감 대화를 학습시키기에 앞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필자도 공감 대화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일상생활에서 공감 대화로 소통하려 노력해 보지만, 바쁜 일상에서 누군가와 공감 대화를 나누기란 쉽지 않다. AI 공감 대화는 AI가 인간과 공감하고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대화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AI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다면, 인간과 더욱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AI가 인간의 삶을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공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갈등을 해결하고 소외 계층의 정서적 빈곤을 채워주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도메인에 적용될 수 있는 AI 공감 대화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인간으로서 공동체에 속하여 정서적 유대감을 맺고 공감을 통하여 더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AI 공감 대화는 우리를 친절함이 넘치는 세상으로 이끌어 줄 수 있으며, 공감 지능 개발은 AI 시대에도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정유남
________________ 참고문헌 이대열(2021). 『지능의 탄생』. 바다출판사. 장동선(2022).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김영사. Jamil Zaki(2019). The War for Kindness. The Gernert Company, 정지인 역(2021). 『공감은 지능이다』. 푸른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