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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인문학 지수’ 끌어올려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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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17:40

  


  
  고등학교 2학년 딸이 우울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딸 : 요즘 친구들과 특별한 다툼도 없는데 아이들만 보면 짜증이 나고,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
  세 명의 각기 다른 아빠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딸에게 답할 수 있다.
  A : 애야, 그건 네가 호르몬의 변화가 심한 나이이기 때문이란다.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약을 좀 먹고 쉬면 다시 좋아질 거야.
  B : 그건 네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 성적이 좀 떨어지니 자신감이 없어진 거야. 자신 있는 과목부터 다시 한번 점검을 시작해 봐. 성적이 좀 오르면 친구들에게도 너그러워질 거야.
  C : 그래~ 우리 딸 힘들겠구나. 네가 우울하다니 나도 마음이 아프다. 너의 마음을 이해해. 좁은 문을 통과하는 경쟁은 누구에게라도 힘들 거야. 서로 경쟁자로 생각하면 서로에게 짜증도 나기 마련일 거야. 나는 네가 친구들과의경쟁보다 너 자신에게 더 충실했으면 해.
  예상할 수 있듯이 A는 자연과학적 아빠, B는사회과학적 아빠, C는 인문학적 아빠라고 할수 있다. 21세기 사회가 지향하는 문제 해결 방법은 단연 A아빠 유형이다. 효과가 즉각적이며,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항상 좋은 방식이냐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B의 방법은 현실적이고, 적용 가능하지만 그 관심이 집단에 있고, 집단 속에서 인간의 행위와 역할을 고려하기에 그 해결책이 각 개인에게 적용되는 단계에 가면 역시 누구에겐 효율적이고, 누구에겐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는다.
  C 아빠의 방식은 해결 개별 대상에 집중하고, 그 상황 전반에 관심이 있어 개별 개인의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딸은 C 아빠의 공감 방식에 가장 만족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 아빠의 방식은 여러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점,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다는 점 등으로 인해 비경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세 가지 유형의 문제 해결 방식은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에 따라 다른 방식이 적용되기도 하지만 결국 궁극적 목표는 개개인에게 가장 효율적 방식을 찾아 주는 것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세 방식이 경쟁 아닌 경쟁을 하며 힘을 키웠고, 결국 세상은 경제적 부가가치와 맞물려 A의 방식에 힘을 실어 주면서 바이오·AI·기계 분야 등이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문제 해결의 더 효율적 방안들을 내놓으며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사회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각 개인은 모든 인간의 문제가 결국 개인에게로 귀착된다는 점을 깨달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C 아빠와 같은 접근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된다.
  안타까운 현실은 사람들이 ‘인문학’에서 답을 찾고자 해도 아직 인문학은 효율적인 답을 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래서 이젠 인문학이 좀 더 적극적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적어도 개인적 차원에서 인간적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한 개인의 문제가 사회의 제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으므로 사회과학 분야와도 협력을 해야 한다.
  필자는 한 국가가 얼마나 살기 편안한가를 측정해 보기 위해 ‘인문학 지수’를 만들어 사용하곤 한다. 이것은 한 국가에서 ‘인문학의 육성’에 투여하는 총비용을 지수화한 것이다. 인문학지수가 높으면 당연히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격적으로 대접받으면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답게, 문화국가답게 인문학지수를 끌어올릴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이찬규(중앙대 HK+ 인공지능인문학 사업단 단장, 인문한국(HK)연구소협의회 회장)

원문출처 : 한국대학신문 2023.12.31 10:10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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