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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윤리규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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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1 18:35

*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2018년부터 수행해 온 HK+인공지능인문학 구축 사업의 마무리 단계로 인공지능인문학 총서 집필을 진행해 왔습니다. 총 5개 분과로 나누어 각 분야의 핵심 의제를 다룬 총서는 2024년 상반기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본 연구소는 그간 매주 발행해 온 뉴스레터를 통해 총서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정리하여 칼럼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테이가 등장했다가 사라진지는 햇수로 7년, 이루다가 파란을 일으킨지도 벌써 이 년이 지났다. 이제 우리는 사람같이 말하는 사람보다 더 똑똑한 기계 존재인 챗지피티 바드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기대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을 친 자율 주행차와 죽일 수 있는 킬러로봇, 애인 행세를 하는 인공지능 인형에게 버림받은 독거인이 환기시키는 인공지능 윤리 문제는 가뜩이나 어지러운 세상 시간에 또 하나의 흥미있는 골칫거리를 안겨주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이러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증폭시킨다. 두 눈을 가지고 두 발로 서서 자연과 자신이 빚은 인공세계를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사고와 행위의 주인이 인공지능과 같은 자기의 생산물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 그것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무시를 하려해도 어쨌든 이를 입에 올려야 했고, 문제를 문제답게 만들려 한다면 ‘인공지능 윤리’라는 말을 우리는 계속 곱씹고 있다. 

그런데 세상의 많은 문제가 그렇듯 문제는 문제로 남겨진 채, 매력을 잃어간다. 나날이 새롭게 창출되는 또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인공지능 기술과 그것으로 인한 표면적인 윤리적 이슈에는 말 그대로 이슈로서의 관심은 시시각각 스파크처럼 여기저기서 일어나지만 그 관심 속으로 침투하는 긴 호흡의 행위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인공지능 윤리는 몇 년 사이 이제는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아직 화석화된 것까지는 아니지만, 최초의 충격을 그대로 재현하기에는 그것이 품고 있는 열량은 점차 줄어간다. 불편한 예일지는 모르지만, 치아와 잇몸 사이에 남겨진 음식물이 굳어져 치석으로 굳어져 버리면 훗날 더 큰 문제가 생긴다. 2023년 현재 인공지능 윤리 이슈는 화석에 비할 바는 아니만, 잇몸 문제를 잠재하고 있는 치석처럼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이 문제를 결코 방치한 것은 아니었다. 본문에서 자세히 기술했듯, UN과 UNESCO와 같은 국제기구들은 한 달이 멀다하고 인공지능 관련 정책보고서를 양산하고 있으며, 일본은 국가 주도로 디지털 청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은 한발 앞서 인공지능 초등교육 전면 실시를 천명하였다. 우리나라도 이에 뒤질세라 인공지능을 미래 먹거리 창출의 첨병으로 선언하고 디지털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통부 산하 여러 국책연구소들은 인공지능과 관련한 정책보고서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버크만 클라인 연구소(Berkman Klein Center)는 2020년 발간한 보고서 “Principled Artificial Intelligence: Mapping Consensus in Ethical and Rights-based Approaches to Principles for AI”에서, OECD와 같은 국제기구, Google, IBM과 같은 국제 기업, IEEE와 같은 학술단체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AI 윤리 원칙과 관련하여 발간한 문건이 총 36개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의 일로는 유럽의회가 2023년 6월 14일 인공지능 법률의 협상안 (negotiating position on the Artificial Intelligence (AI) Act)을 채택하고 2023년 12월 9일 최종 합의를 선언한 것을 들 수 있다. 화성침공에 대응하는 지구인들과 같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존재 앞에 선 우리들은 분주했다. 이 분주함이 어떤 형태로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인문콘텐츠연구소 윤리·규범학 연구팀은 이러한 현실인식아래 데모크리토스의 망치를 꺼내들었다. ‘인공지능 윤리’라는 불가분할적인 실체처럼 여겨지는 유행어를 이 망치로 내려쳐서 그 안에 숨어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해방시키고자 하였다. 망치를 꺼내든 명분은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 윤리’라는 산업정책 용어를 다시 인문학, 특별히 윤리학, 그 중 응용윤리학의 품으로 돌려보내어 다차원적인 논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그 다음 그 논의를 다시 삶의 차원으로 복귀시켜 적용가능한 실천학을 구축해야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우리의 모토는 ‘추상(抽象)에서 구상(具象)으로, 단면에서 입체로’이다. 꺼내든 데모크리스요술 망치의 힘이 읽는 이의 마음에서 생동하길 바라면서 앞으로 이 칼럼 장에서 우리가 공유한 생각들을 한 구절씩 꺼내놓고자 한다.

김형주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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