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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사회문화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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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13:07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인공지능인문학의 하위 분과로서 인공지능인문학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의 문제의식, 내용, 방법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인공지능인문학을 계승하는지, 그리고 다른 인공지능인문학의 다른 하위 영역들과 어떻게 구별되며 또한 연결되는지를 알아보자.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의 문제의식은 인공지능의 출현이 현재의 사회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쟁점들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인공지능이 추동하는 시대적 변화 중에서도 사회와 문화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집중한다. 여기서 사회와 문화는 거시적인 인류 사회, 인류 문화 일반을 말할 수도 있고, 개별 사회나 개별 문화권을 말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긍정적인 효과와 더불어 언제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해왔으며, 기술의 보급 이전에는 제기되지 않았던 수많은 새로운 쟁점을 제기한다. 

 인공지능사회문화학에서는 인간 정체성의 변화 중에서도 특히 사회적이고 문화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정체성의 변화에 집중한다. 인공지능은 사회와 문화를 어떻게 변형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이미 메타버스에서는 여러 정체성을 선택하거나 구성할 수 있는데, 이러한 가능성은 인간의 정체성을 변형할 것임이 분명하다. 인공지능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인간과 쉽게 접촉할 수 있게 되었기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관계도 중요해지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발전함에 따라 인간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존재에서 자동차에 실려 다니는 존재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공지능인문학이 인간 행위에 대한 규범적 문제를 추구한다면,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사회적, 문화적 규범을 탐구한다. 현재 통용되는 데이터는 개인 정보를 담고 있거나 개인 정보를 쉽게 복원할 수 있는데, 데이터의 사용을 규제해야 하는 것일까? 규제해야 한다면 데이터를 어떻게 분류해야 할까?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의 문화는 어떠해야 하며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일까? 인간의 가치에 대한 질문도 빼놓을 수 없다. 생성인공지능(generative AI)은 수많은 새롭고 낯선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현재 인간의 창작 행위는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이들 모두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인공지능인문학의 질문들, 즉 인간 정체성에 대한 기술적 질문, 인간 행위에 대한 규범적 질문, 인간 가치에 대한 평가적 질문들을 사회와 문화의 차원에서 그대로 계승한다.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의 내용 또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인문학의 내용이 인공지능과 타 영역 사이의 관계라고 한다면, 인공지능 사회문화학은 인공지능과 사회, 인공지능과 문화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인공지능이 사회와 문화를 어떻게 변형시키는지 반대로 사회와 문화가 인공지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사회, 문화 사이의 관계 또한 변증법적이고 교차적이다. 인공지능은 진공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 맥락과 구조에 의해, 문화적 배경 속에서 개발되고 사용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은 사회의 구조와 맥락 속에서 만들어지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배경에 되먹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과의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새로운 정체성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실제로 현재 생성인공지능의 폭발적 발전은 실제로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이너 등 일부 직업의 문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을 순전히 사회와 문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적인 기술적인 산물로 보는 것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순진한 관점이라면, 인공지능이 사회와 문화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일 것이다. 어떤 사회적 맥락과 구조가 인공지능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되고 있으며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있는지, 반대로 인공지능이 어떤 새로운 사회적 맥락을 창조하면서 문화를 바꾸어 놓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인공지능과 사회, 문화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다. 이들이 바로 인공지능문화학의 내용이 된다. 

인공지능인문학이 융합 연구를 통해 이루어지듯이 인공지능사회문화학도 다학제적, 학제간연구를 추구한다. 이미 사회 현상과 문화 현상을 연구하는 인문사회과학의 분과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사회에 대해서는 사회학(sociology)이, 문화에 대해서는 문화 연구(cultural studies)가 있다. 인공지능과 사회, 문화 사이의 변증법적이고 교차적인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적 이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와 함께 사회의 현실에 대하 분석과 무화 현상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인공지능 자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사회학이나 문화 연구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끌어 쓸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을 훈련하기 위한 데이터 레이블링은 막대한 비공식 그림자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적 현상의 분석을 위해서는 노동사회학적 접근이 필수일 것이다. 챗봇(chatbot)에 젠더를 부여할 때, 젠더에 대한 개발자들의 인식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에 접근하는 데 젠더에 관한 문화 연구 의 통찰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융합 연구를 지향하는 것은 그 내용이 되는 인공지능과 사회 무화의 관계 자체가 이미 다분히 융합적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사회, 문화 사이의 관계를 추적하기 위한 학제간 사회학, 다학제 문화 연구를 통해 융합 연구를 수행하는 것, 이것이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의 방법이다.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인공지능인문학의 다른 하위 분야들과 관련된다.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인공지능의 등장과 발전에 따른 인간-인간 관계, 또는 인간-비인간 관계의 재설정과 소통의 변화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관계소통학, 그리고 인공지능데이터해석학과 유사하다. 그러나 인공지능관계소통학과 데이터해석학이 철저히 언어에 집중하여 관계와 소통을 탐구하는 반면,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언어로 드러나는 것 외에 비언어적으로 관찰되는 소통과 관계에 더 집중한다. 인공지능의 개발 양상과 소비 성향 등은 반드시 언어적으로 보고되거나 표현되어야 할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언어에 집중하는 관계소통학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바로 그런 주제에 접근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정체성의 변화와 현실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인공지능기술비평학과 만나지만, 인공지능기술비평학의 리는 인공지능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 역사학 중심의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개별 인간의 정체성 현실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관점에서, 즉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술비평학의 논의를 넘어서 개별 문화권, 사회구조, 집단, 체계의 변화 양상에 접근한다. 예컨대 인공지능기술비평학의 관점에서는 챗봇처럼 감정 소통이 가능한 인공지능의 등장과 상용화가 주체로서의 개인의 내면과 행위 방식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초래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면, 인공지능사회문화학에서는 그로 인한 사회적 관계의 변화, 즉 연인이나 친구, 가족 관계의 변화 등에 관심을 가진다. 이러한 변화는 거의 필연적으로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나 소유권과 관련하여 여러 불평등을 야기하며, 따라서 그에 대한 윤리적, 규범적 반성이 요구된다. 이 점에서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인공지능윤리규범학과 만난다. 인공지능윤리규범학은 인공지능인문학의 다른 분과들의 성과 위에서 인공지능의 시대에 적합한 실질적인 규범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이 윤리적, 규범적 성찰을 요구하는 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현실을 드러낸다면, 인공지능윤리규범학은 그런 맥락과 현실에서 지켜져야 할 규범을 추구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이처럼 인공지능인문학의 다른 분과들과 협조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인공지능과 사회, 문화의 관계를 탐구한다.  

요약하면,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사회문화학은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하여 인공지능과 사회와 문화 사이의 관계를 변증법적으로, 교차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한 인공지능인문학의 분과로서, 사회학과 문화 연구는 물론 언어학, 역사학, 윤리학과 같은 기존의 학제들과 인공지능 연구를 가로지르는 교차로라고 할 수 있다. 

문규민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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