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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문데이터 해석학, 인간 경험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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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2 13:45

 ‘삼월’ 봄이 시작되는 계절, 여기저기에서 봄꽃들이 피어난다. 새 학기라서인지 낯설지만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시작은 마음 한가득 설렘을 가져다준다. ‘삼월’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봄’, ‘새 학기’, ‘설렘’, ‘만남’ 등이 연상된다. 

  챗GPT에 ‘삼월’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 달라고 요청했더니, 아래의 그림과 같이 두 개의 이미지를 생성해 냈다. 좌측 그림은 ‘겨울에서 봄의 길목으로 들어서는 고요하면서도 활기찬 ‘삼월’을 표현한 이미지’이다. 우측 그림은 ‘삼월’이 되면 떠오르는 한국의 전형적인 정서에 맞는 이미지로 ‘봄날, 한국 전통 마을의 고즈넉한 아름다움과 문화유산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설명하였다. AI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OPEN AI에서는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 ‘SORA’를 공개했는데, 이제 생성 AI는 이미지를 넘어 동영상으로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AI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복잡하고도 다층적인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생성해 낼 수 있을까? 


    

  인간은 우리가 경험하고 기억하는 단편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개인만의 독특한 표상을 만들어 낸다. 이와 같은 표상은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적 요소이며,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비해 챗GPT는 인간의 경험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조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서, 챗GPT는 정보의 단편을 축적함으로써 대규모 학습데이터를 기반으로 응답을 생성해 낸다. 인간과는 달리 경험과 기억을 내적으로 융합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사고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은 프로이트 정신 분석학에서 ‘id’, 즉 기계적 본능만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서 아직은 인간을 통해 학습한 데이터와 정보에 의존하여 분류하고 반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인간과 같이 ‘ego’ 즉 ‘자아’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챗GPT가 갖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인간은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규범을 내면화함으로써 복잡한 판단을 내리고,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을 지닌다. 그러나 AI는 주어진 정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고 분류함으로써 스스로 재고하여 새로운 관점을 도출하는 능력은 제한적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한계로 인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 처리에는 챗GPT가 유용할 수 있지만, 인간의 주관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반영하여 적용하는 데에는 아직은 미흡하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에서 AI 인문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본다. 인간은 각자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지니며, 이는 인간사회의 사고와 행동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AI 인문데이터에서는 ‘인간성’과 관련된 대규모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인문데이터는 인간의 감정, 윤리 표현 양상을 데이터화하여 음성, 텍스트, 이미지 등의 형식으로 구현된다. 인간과 공존하는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간성 혹은 인간다움이 반영된 데이터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 다양한 경험이나 기억을 계속해서 축적해 왔으며, 그것을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하여 표현한다. 인문데이터는 인간과 관련된, 인간성을 표상하는 데이터로 정의될 수 있으며, 따라서 다양한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데이터 해석을 통해 인간과 공존하는 AI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경험을 재구성하기 위해서 인간성을 반영하는 AI 인문데이터 구축과 분석은 시대적 요구이다. 이는 AI 인문데이터 해석학이라는 연구 분야를 통해 체계적이고 효용성 있게 논의될 필요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AI 인문데이터 해석학의 연구 범위로는 첫째 데이터 구축, 둘째 체계적인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론적 연구, 셋째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학문체계를 구축하고 인공지능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성에 대하여 인문학적 해석이다.

  인간은 동일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서, 인간 개개인의 경험이나 기억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삼월’에 대한 단어 하나만 하더라도 개개인이 심상이나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인간 공통의 경험을 구현하면서도, 인간사회의 복잡다단한 맥락을 이해하는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문데이터의 구축과 분석, 해석 연구가 절실하다. 이는 시대적 요구이다.

정유남  (국립순천대 교양교육원/자유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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