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팬데믹 시대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비대면에 익숙해졌다. 업무와 교육, 사교가 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비중이 올라가고 이를 위한 디지털 공간 활용도 커졌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Metaverse)가 주목받고 있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회사도 등장했고, 순천향대는 입학식을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진행했다. 미국의 가수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은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으며, 우리나라의 가수 블랙핑크는 제페토(ZEPETO)에서 가상 사인회를 열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을 뿐, 개념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이다. 메타버스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 1992)’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가상 혹은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스노 크래시에서 메타버스는 고글을 착용하고 아바타(Avatar)라는 가상의 신체를 통해 접속하는 가상의 지구이다. 이 개념을 대중에게 가장 잘 보여준 것은 영화 매트릭스(Matrix, 1999)와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이다. VR(Virtual Reality)기기를 이용한 거울세계(Mirror World)에서 시작한 메타버스의 개념은 점차 확장되어, 현재에는 거울 세계(Mirror World), 가상 세계(Virtual World),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증강 현실(AR, Augmented Reality)도 모두 메타버스로 분류할 수 있다. 라이프 로깅은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로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것이다. 포켓몬고와 같은 게임이나 여러 지도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증강현실은 현실을 바라보는 시야에 가상의 정보를 추가로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디지털 서비스는 디지털과 현실 모두에 걸쳐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여러 기술의 융합으로 인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과 처리가 용이해졌다. 2010년대 스마트폰은 디지털 공간에 접근하는 공간의 제약을 완화하여 우리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이제 새로운 기술이 또 우리의 생활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주변 상황을 디지털화 할 수 있는 작고 정밀한 센서, 정교한 이미지를 만드는 그래픽 기술, 복잡한 3D 모델을 실시간으로 랜더링 할 수 있는 컴퓨터, 대용량의 데이터를 낮은 지연 속도로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통신 기술, 발생하는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빅데이터 기술, 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서버와 클라우드, 그리고 이 모두를 보조하는 인공지능 기술까지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기술들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또 다른 기술의 발전은 바로 기기 자체와 관련 툴(Tool)이다. HCI(Human Computer Interface)는 천공카드에서 시작하여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를 거쳐 현재 터치스크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 성능과 무게, 크기, 가격으로 인해 대중에게 접근이 제한되었던 VR 기기의 기술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으며 이미 일반 소비자용 VR 기기가 출시되어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은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한 이후 VR 기기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홀로렌즈2(HoloLens2)를 공개하였다. 구글(Google)과 애플(Apple)은 AR 콘텐츠 제작을 위해 각각 ARCore, ARKit을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AR, VR기기의 가격이 감소하고 성능이 향상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관련 기업들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비대면 시대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닥쳐왔으며 재택근무와 온라인 협업은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현존하는 온라인 협업 툴 중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화상회의와 메신저, 데이터 공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버스 협업 플랫폼이 충분히 활용 가능한 정도의 기술에 도달한다면 사회 활동의 주요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한 시장 지배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이는 곧 다음 세대의 인터넷, 다음 세대의 스마트폰과 같은 영향력을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기업들이 각종 메타버스 협업 툴을 발표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쉬(Mesh), HTC의 바이브 XR 스위트(Vive XR Suite), 페이스북의 스페이셜(Spatial), 엔비디아(NVIDIA)의 옴니버스(Omniverse) 등이 있다. 메타버스가 조만간 다음 세대의 스마트폰이 될지, 아니면 3D TV처럼 실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3D TV의 실패의 원인이 콘텐츠의 부족 때문이었다면 메타버스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실패를 겪지 않을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제반 기술의 발달, 메타버스 관련 기기와 활용 툴의 발전 그리고 시대적 요구를 종합해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곧 도래할 것이라 주장하는 4차 산업혁명의 결과가 메타버스의 시대가 될 수도 있다. 아직은 가능성만 보이는 단계지만 메타버스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박상용(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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