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행복해질 용기'·'미래는 AI의 것일까?'·'인공 지능 없는 한국'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계 최정상급 기사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세기의 대국'으로 불리며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광고와 언론, 정부, 기업 등에서 '인공지능' 용어를 자주 쓰면서 사회 담론장의 주요 주제가 됐다.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플러스(+) 인공지능인문학사업단은 이런 상황에서 AI를 둘러싼 담론장 어디에도 성찰, 특히 인문학적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기획한 AI 인문학 총서 3권을 출간했다.
최성환 중앙대 철학과 교수와 김형주 중앙대 인공지능인문학단 HK플러스 교수는 1권 'AI 시대, 행복해질 용기'에서 AI 시대 인간의 행복 조건을 탐색한다. 저자들은 철학자, 법학자, 신학자, 사회학자 등 12명의 AI 관련 인문학적 연구 성과를 엮었다.
책은 모든 선이 행복을 향한다고 주장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행복은 철학자들의 중요한 문제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행복은 고정된 게 아니라서 항상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에 의해 다시 규정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AI 시대를 앞둔 지금, 행복이란 무엇이고 AI가 행복을 위해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고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AI를 통해 현실화하는 행복이 상태인지, 목표인지, 과정인지, 부산물인지, 행복이 기술적 매뉴얼로 제시될 수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책은 이 행복론을 바탕으로 AI 시대의 인간 정체성, 인간관계와 공동체의 의미, 인간과 기계의 관계 등 담론을 만들 'AI 인간학'을 구성하자고 제안한다. AI 시대에 인간성이 기술적, 도구적 존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이찬규 중앙대 인공지능인문학단장은 2권 '미래는 AI의 것일까?'에서 AI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성찰한다. 자신 등 14명의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이 수행한 AI에 대한 인문학적, 사회학적 연구 성과를 정리했다.
이 단장은 우리가 AI 전문가가 아니지만 왜 AI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AI 기술 변화의 큰 흐름만 파악하고 있어도 어떤 일을 할 때나 삶의 방향을 정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강조한다.
책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포함해 사랑과 생명까지도 뺏어갈 권능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그 안에 숨겨진 설렘을 분석한다. 또 인간을 넘어서는 능력을 갖추게 될 AI와 인간의 경계를 탐색하면서, AI가 가져올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제에 관해서도 논의한다.
책은 "새롭게 다가온 AI라는 대상은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 수많은 상상력과 의견을 갖게 한다"며 "AI를 친구로 만들 것인지, 적으로 생각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대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IT 및 게임 산업 전문가로 디지털 산업 생태계의 미래를 예측해온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3권 '인공 지능 없는 한국'에서 AI가 기업과 교육, 사회, 국가를 어떻게 바꿀지 전망하면서 대안을 살핀다.
위 교수는 알파고 이후 AI는 20세기 초반 이차 산업 혁명기에 수치 제어형 공작 기계가 했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한다. 노동의 자유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회 전 분야에서 급격한 변동이 일어날 것이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탈락하고, 국가는 패권을 잃고, 개인은 잉여 인간으로 전락할 거라고 주장한다.
그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한국 사회에 AI 붐이 뜨겁게 불었지만, 우리 사회와 국가가 이 혁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인지하고 대응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위 교수는 "마케팅을 위한 광고 문구,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기술적 핑계, 정부 돈으로 연명하는 기업들의 제안서용 키워드로 전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책은 "IT 강국 신화에 갇힌 한국 사회와 국가가 AI에 기반을 둔 산업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래의 패배를 일시적으로 막고 지연할 수 있겠지만 결국 AI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이언스북스. 각 권 444·312·336쪽. 각 권 2만2천 원·1만8천500원·1만8천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