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문명이 이토록 급격하게 확산된 데는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 체계적으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한 인간의 성장 뿐만 아니라 문명의 전승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고대국가 시기에는 과거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주된 과제였다. 과거 지식형 교육이었던 셈이다. 이것이 봉건시대를 거쳐 근대에 이르러서야 교육은 국제적인 표준을 지향하게 되고, 각급 학교별로 배워야 할 기본적인 지식의 범위가 결정돼 현대에 이르고 있다. ‘현재 지식형 교육’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그런데 선진 여러 나라에서는 벌써 현재 지식형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 교육’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식의 변화 속도로 보아 현재 통용되는 지식을 가르쳐봐야 아이들이 활동할 20년 후는 무용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석기시대는 차치하고서라도 1차 산업혁명 이후 250년 동안 일어난 변화는 미래 20년 동안의 변화와 총량이 비슷할 것이라고 많은 석학들은 말한다. ‘미래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한창이다. 7년만에 이루어지는 이번 교육과정에서도 역시 교육계에서는 일대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대학 교수와 교사들이 결합해 자기 과목 확대를 위해 총력전을 벌인다. 때로는 신념으로, 때로는 밥그릇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교육 과정은 미래형으로 전환되기 어렵다고 비관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행히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 교육부는 ‘그린스마트 미래교육 대전환’을 표방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는 ‘미래 교육’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교육이란 미래 사회의 변화를 타당하게 예측하며 그에 따라 교육 과정과 교육 방법, 평가 방식이 만들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 있고 4차 산업혁명은 세븐 테크(AI, IoT, AR/VR, 로봇공학, 블록체인, 메타버스, 클라우드 컴퓨팅)를 중심으로 전개돼 나갈 것이며,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보완해 주는 기술이다. 멀리 가기 위해 인간이 발 대신 자동차를 사용하듯이 더 많은 지식을 더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에 점점 더 필수적인 도구가 돼가고 있다. 그런데도 2022 교육 과정 개편에 이러한 점이 과감히 반영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논의 과정을 들여다 보니 여전히 전체 학생들이 평균 30점 나오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AI 통번역 서비스 발달로 외국어 자체보다는 외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더 필요한데 그러한 방향의 논의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 기술의 발달이 가져 올 수 있는 기술 지배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공동체 상생 민주 시민 교육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생태•환경 교육, 일자리가 줄어들고 생명이 길어지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할 문화•예술•체육 교육 등도 강화돼야 한다. 심지어 아직도 디지털 리터러시와 AI 관련 과목이 초중고에서 필수 교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어느 시대나 필요한 기초학력은 국가가 철저히 책임지고 교육하며 우리가 세탁기의 도움으로 빨래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듯이 AI나 디지털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는 부문은 과감히 그쪽의 도움을 받고, 학생들은 일찍부터 자신들의 관심 분야에 더 몰두해 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우리 세상은 국영수를 잘 하는 아이들이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는 데도 학교는 아직도 그걸 기준으로 등수를 매기고 있다. 그런 것을 탈피하기 위해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지난 2018년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 당국에서 명확한 메시지와 가능한 방법 제시가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다.
학생들은 더 이상 과거나 현재 지식을 배우면서 모든 시간을 보낼 수 없다. 미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 부족이 문제가 된다면 교사들의 행정 부담을 과감히 줄여주고 수업의 질을 높이는데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며 외부 전문가를 학교 교육에 투입해야 한다. 아이들은 단순히 현재 우리 밥그릇의 대상이 아니다. 세계가 동조화 돼 가는 상황에서 그들은 우리 국가를 지탱해주는 힘이며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 줄 희망이다. 지금 기성 세대인 우리가 그들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22 교육과정 개정에서 ‘좀 더 과감히’ 학교 현장에 ‘미래’를 끌어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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