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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소설 작가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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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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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글을 쓴다. 기사를 작성하기도 하고 단문이지만 소설을 쓰는 경우도 등장했다. AI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사람의 고유 영역이던 창작 영역까지 AI가 침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소설가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AI가 사람의 감정이 들어가는 소설까지 쓸 수 있을까? AI 소설을 보고 사람은 감동을 받거나 깨달을 수 있을까? AI가 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우리는 이 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을 고전소설을 전공한 문학박사가 제시했다. 강우규 중앙대 교수는 AI가 대표 상업소설인 웹소설 영역을 대신할 수 있고, 공동작가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학박사가 소설 창작의 영역을 AI가 대신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어쩌면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왜 이런 주장을 펼쳤을까. 따라가 보자. AI 소설 작가를 바라보는 문학박사의 시선을. 

 

[칼럼] 인공지능은 소설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강우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강우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사진=김동원 기자)
강우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사진=김동원 기자)

“인공지능은 소설 작가가 될 수 있을까?” 

2016년 일본에서는 AI가 쓴 SF 단편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 호시 신이치 문학상의 1차 예심을 통과한 적이 있고, 2018년 국내에서 KT가 주관하는 '인공지능소설공모전'이 개최되기도 했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되었던 소설 창작에 AI의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글쓰기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종합하여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기존의 이야기를 조합하고 배치하여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웹소설의 스토리텔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웹소설은 고전과 현대의 다양한 이야기들, 그리고 마스터 플롯과 수많은 클리셰 등을 차용하고 변주하여 인물, 사건, 배경 등의 세계관을 구성하고 서사를 전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이야기의 개연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웹소설의 스토리텔링은 “모든 텍스트는 인용구들의 모자이크로 구축되며 모든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를 받아들이고 변형시키는 것”이라는 크리스테바의 상호텍스트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정보를 조합하고 배치하는 스토리텔링은 웹소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세계를 조합하고 배치해서 또 하나의 세계를 완성해가는 작업이며, 21세기 한국소설의 한 특징이 조합형 소설로 파악되는 것이다. 이는 정지돈의 소설을 도서관 소설, 지식조합형 소설로 평가한다거나, 김중혁 소설가가 스스로를 ‘레고블럭’이라고 지칭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즉 정보의 조합과 배치의 스토리텔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오늘날의 대중문학과 순수문학 모두에서 활용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소설 창작에 대하여 학계는 두 가지의 상반된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중 하나는 인공지능의 예술이란 창의라기에는 미흡한 의사(pseudo) 예술품을 대량 생산하는 작업이 될 것이고 예술적 글쓰기는 인간의 영역에 머물 것이라는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창작 행위의 주도권이 인간에서 인공지능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으며 인간이 만든 도구가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사고와 표현력을 지닌 창작의 주체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창의성을 지닐 수 없다는 관점에서 21세기 한국문학은 과연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분히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인간이 만든 조합형 소설은 창의적이고, 인공지능이 만든 소설은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현재의 인공지능 소설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냈다기에 놀라울 뿐 단어도 부자연스럽고 문장도 유기적이지 못하며 전체 서사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반 언어생성 모델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9년에 OpenAI는 GPT-2(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2)를 공개했다. GPT-2는 약 800만 건의 웹페이지 데이터와 약 1,000만 건의 텍스트 데이터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 기반의 언어생성 모델이다. GPT-2는 단어나 문장을 키워드로 제시를 하면 약 40GB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에 인간들이 작성하던 뉴스 기사, 블로그 게시글, 소설 등의 글을 작성할 수 있다. 이러한 GPT-2의 글은 원인에서는 기존의 글(데이터)을 분석 종합 재구성하는 기계적 작업의 산물임에도 결과에서는 인간의 글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글(텍스트)로서 의미와 효용을 갖는다. 이는 인공지능이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면 창의력과 자율성, 예술성을 획득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이후 2020년 OpenAI는 또다시 GPT-3를 공개했다. GPT-3는 GPT-2보다 최대 1000배나 큰 1750억개의 매개 변수를 가지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GPT-2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더 큰 모델로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GPT-3의 글쓰기는 이제 인간의 수준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받는다. 인간과 GPT-3 사이의 대화에서 누가 인간이고 누가 인공지능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 것이다. 나아가 GPT-3의 모방 표현은 인간의 정체성, 대행자, 불멸성 등에 대한 기존 개념의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이제 인간은 유한한 실존을 바깥으로 노출시키고 물질화하는 존재론적 행위로써 글쓰기의 유일한 주체가 아닐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GPT-2와 GPT-3의 성능 차이는 모델과 데이터의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글과 유사한 수준을 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GPT-3의 개발자는 GPT-3가 아직 심각한 약점이 있고 때로는 어리석은 실수를 한다며, 세상을 바꿀 AI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한다.

개발자의 말대로 GPT-3가 세상을 바꿀 인공지능의 초기 단계라면, 기술의 발달과 자본의 투자로 지금보다 모델과 데이터의 규모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미래의 인공지능 기반 언어생성 모델은 인간의 것과 구분할 수 없는 창의적인 소설을 창작할 가능성도 존재할 것이다. 최소한 이야기의 조합과 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웹소설의 공동작가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인간은 ‘드라마티카 프로(Dramatica Pro)’, ‘스토리헬퍼(storyhelper)’ 등 디지털 서사 창작 도구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창작하고 있다. 아직은 공학적인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활용되지는 못하지만, 글 쓰는 인공지능 역시 기존의 디지털 서사 창작 도구처럼 실제 소설 작가들의 스토리텔링 도구가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달하여 소설 창작에 있어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할 비중이 역전된다면, 그때에도 인간만이 소설 창작의 주체이고,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단계에 이르면 “인공지능은 소설 작가가 될 수 있는가?”는 어리석은 질문이 될 것이다. 글 쓰는 인공지능만 사용하면 누구나 소설을 창작할 수 있는 세상에 소설 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유물(遺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하인드 인터뷰

칼럼을 읽은 후 칼럼니스트에게 질문 혹은 반문하는 것은 다소 귀찮거나 힘든 일이다. 독자를 대신해 AI타임스가 여전히 남은 궁금증을 풀어봤다. 조금은 매울지도. 

강우규 교수는 "웹소설 스토리텔링 방식과 AI 글쓰기 방식이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강우규 교수는 "웹소설 스토리텔링 방식과 AI 글쓰기 방식이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Q. 칼럼에서 인공지능의 글쓰기 방식과 웹소설 스토리텔링이 유사하다고 소개했다. 자세히 알려줄 수 있나.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모든 텍스트가 상호텍스트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 이야기는 100% 새로운 것이 없고,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부터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웹소설의 경우가 그렇다. 스토리, 캐릭터 등이 서로 공유되고 등장인물의 이름까지 그대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공통된 것을 공유하면서 새롭게 계속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게 웹소설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이를 토대로 글을 쓰는 방식과 유사하다.

Q. 소설은 감정의 영역이다. 감정이 없는 AI가 소설을 쓸 수 있는가.

감정은 어려운 부분이다. 과연 감정이 인간만의 영역인가, 선천적으로 생기는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 등 생각해야 할 요소가 많다. 이 문제에 대해 감정은 공포, 두려움 등은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자라면서 주변 환경을 통해 배우는 후천적인 요소도 있다고 본다.

AI도 학습적인 측면에서 감정이 담긴 새로운 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이 담긴 글을 데이터로 학습하기 때문에 AI가 의도치 않지만 감정이 담긴 새로운 글을 만들 수 있다.

Q. 인간이 작성한 감정이 담긴 텍스트를 학습해 그 감정을 흉내내 썼다고 이해하면 되는가.

맞다. AI는 감정을 실어서 결과물을 낸 것이 아니지만, 인간이 보기엔 감정이 담긴 글로 보일 수 있다. 

Q. AI가 기사를 쓰는 것은 봤지만, 소설은 또 새로운 영역인 것 같다. AI가 완성된 소설을 창작할 수 있는가.

먼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GPT 시리즈로 나오는 글만 봐도 짧은 글은 짜임새 있게 나오지만, 글이 길어지면 문장이나 문단 간 연결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Q. 그렇다면 AI 소설 창작 기술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인간이 아이디어를 주면 초보 수준의 글을 제작하거나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가 창작해주는 등 협업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Q. 칼럼 마지막에 소설 작가라는 직업이 사라져 유물(遺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I가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과 거리가 있는 얘기인 것 같은데.

칼럼에서 말한 소설 작가는 모더니즘 시대 소설가다. 지금 현대소설이라고 얘기하는 소설로 이해하면 된다. 상업적이지 않고, 대중들도 외면하는 소설은 점점 도태될 것 같다. 

아무래도 AI를 활용하는 소설은 상업적인 요소가 많은 분야가 될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 웹소설을 얘기한 것도 그 이유다. AI라는 도구를 활용하게 되면 소설 창작이 상당히 빨라지고 많은 작품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비상업적이면서 대중들도 알지 못하는 소설이 살아남긴 정말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강우규 교수는 AI 창작으로 기자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기자의 염려에 "AI가 모든 직업에 어느 정도 잠식은 할 수 있지만, 100%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Q. 사실 소설가보다 먼저 없어질 직업이 기자라는 의견이 많다.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부분이다.

AI 알고리즘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 저널리즘을 공부해본 적이 있다. 스포츠 기사 등 스트레이트성 기사는 AI가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심층 취재를 한 기사도 있고, 사람과 만나 인터뷰 기사를 쓰는 기사도 있다. 이런 기사는 AI가 대체하기 어려우므로 이런 영역의 기자는 충분히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다. 전체 파이가 100이라면 AI가 어느 정도 잠식은 하겠지만 그 직업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Q. AI를 활용한 소설 창작 기술이 발전하면 소설가 직업도 많이 바뀔 것 같다.

소설가란 직업은 계속 변화해왔다. 모더니즘 시대만 해도 소설가는 우러러봐야 할 대상이었지만, 포스트모던 시대에 들어서는 작가도 하나의 인간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또 과거에는 전지적인 작가가 텍스트를 통해 일방적으로 얘기를 했다면 지금은 웹소설처럼 작가와 독자가 서로 소통하며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변했다. AI가 등장하면서 더 상호적인 작가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이루다 사건은 잘못된 데이터 학습이 큰 문제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소설에서도 이러한 데이터 편향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맞다. 이 문제는 인문학 분야와의 협업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AI 개발자는 AI에 대해 잘 알아도 윤리적인 부분은 알지 못한다. 반대로 지금 AI 윤리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은 AI에 대해 전혀 모르다가 새로 공부한 사람이 많다. 서로 모르는 영역이 많은 만큼 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AI가 소설 창작을 위해 사회적으로 어떤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저작권이다. 현행법으로 저작권은 인격체만 가질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AI가 창작한 텍스트는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는지 분명해져야 한다. 법을 수정할 것인지, 아니면 AI에 인격을 부여해야 하는지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 데이터 소유권 등이 문제가 해결돼야 AI로 창작을 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 같다.

Q. AI가 창작에 도움을 준 작품이 많이 나오게 되면 사람들도 이를 수용할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감한다. 사람이 AI와 다른 것은 비판적인 능력, 정복적인 사고능력, 창의적인 사고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정복하거나 비판하지 못하고 온전히 수용한다. 반면 사람은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 창의적으로 재해석한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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