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포인트(Talk Points) 기업 채용에 무시무시한 면접관이 등장했다. 한껏 감정을 담은 호소도 귀여운 애교도 통하지 않는다. 면접자를 주관적인 감정없이 객관적으로만 평가한다. 정말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면접관, 인공지능(AI)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AI 면접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AI 면접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 많아졌고, 실제로 도입한 기업도 있다. AI 면접은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채용 절차다. 구직자에겐 새로운 면접관과의 만남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AI 면접관을 정말 믿어도 될까? 구직자 입장에서 AI 면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다양한 채용과정 방식에 참여했고, 지금은 AI 면접을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가 구직자의 변호사로 나섰다. 문혜진 중앙대 교수다. 과연 그는 구직자 입장에서 AI 면접을 어떻게 바라볼까? 들어보자. 냉정한 AI 면접관을 향한 냉철한 그의 변론을. [칼럼] 구직자 관점에서 바라본 AI 면접 문혜진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채용(recruitment)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작업이다." – 스티브 잡스(Steve Jobs) 애플 창업자 채용은 기업의 경영목표를 실천하고,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가장 우선시되는 활동이다. 채용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늘 강조되어 왔지만, 채용과정은 기술의 발전과 보급에 따라 큰 변화를 겪어왔다. 예컨대, 인터넷의 발달은 채용과정을 새롭게 변화시켰다. 인터넷이 보급됨에 따라 수많은 채용 정보 사이트가 만들어졌고, 구직자들은 어느덧 매일 아침 신문의 구직란을 살펴보는 대신 국내외 채용 정보 사이트에 접속하며, 관심 기업을 설정해 두고 이메일로 관련 정보를 수시로 받아 본다. 그뿐만 아니라, 구직자는 링크인(LinkedIn) 등의 SNS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신을 피력할 기회를 얻었고, 고용주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선택지를 받게 되었다. 기업들과 구직자들은 모두 이러한 기술 변화에 적응하고 또 진화했으나, 어느덧 또다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바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의 도입이다. 구직자가 채용 과정에서 AI 기술 도입에 따른 변화를 가장 크게 경험할 부분은 아마도 채용 정보 탐색과 면접에서일 것이다. 채용 정보 사이트의 AI 알고리즘은 구직자가 관심을 둘 만한 일자리를 추천한다. 알맞은 추천은 좋은 인재가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일차적으로 구직자는 일자리 탐색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재상과 선발기준에 부합하는 구직자들의 지원율이 높아져, 구직자와 고용자 모두가 만족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AI 채용 추천과는 달리, AI 면접은 직간접적으로 채용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대도 크고 우려도 높다. 우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채용과정에 AI 기반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는 분명한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는 효율성이고, 둘째는 객관성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은 비용을 감소시켜 주며, 사람 면접관보다 상대적으로 '편향 없는 판단'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구직자에게는 어떨까?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 결과, 약 절반의 구직자(627명 조사)가 AI 면접으로 인해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다(사람인, 2018). 구직자의 혼란은 여전한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AI 면접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서류 전형 이전에 AI 면접을 통해 자신의 정보를 더 알릴 기회를 가질 수 있을뿐더러 면접 시간, 면접관, 장소 '운'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 매력적이라 할 수 있겠다. 국내 AI 면접의 특이점 중 하나는,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한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한 업체의 AI 면접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업체를 사례로 들자면, 면접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지원자는 먼저 사용자(안면, 음성) 등록을 하고, 기업이 설정한 면접 일정에 따라 정해진 날짜에 접속 링크에 접속한다. 면접은 기본 면접, 질문(기본, 상황, 탐색), 인지 게임, 심층 면접으로 구성되어 있다. 면접 종료 후, 이 프로그램은 지원자 움직임, 표정 변화, 감정, 음성 스펙트럼을 분석하고, STT(Speech to Text)/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로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핵심단어, 감정 어휘, 미사여구, 접속사 등을 분석한다. 모든 분석이 끝나면 지원자의 면접 영상과 질문 리스트, 종합 점수, 직군 적합도, 응답 신뢰 가능성, 종합 코멘트, 세부 역량 등으로 구성된 보고서가 제공된다. 상용화되어 있는 AI 면접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구직자에게 면접 팁을 주는 것 외에도 AI 면접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일부 기업에서 시범적으로 사용해오던 AI 면접의 적용 범위(예: 군부대와 학교)가 확산하고, 딥러닝 기술이 도입되는 이 시점에서 사회적 영향에 관한 질문을 던져본다. 첫째, 누구나 면접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6살 아이도 괜찮을까? 피면접자의 반응은 모두 녹화되며, 녹화된 모든 자료는 이후 AI의 딥러닝 자료가 된다. 따라서 AI 면접 자체가 피면접자에게 즉각적인 손상을 가하지는 않으나, AI 면접의 진화와 의사결정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잠재적인 피면접자의 범위가 분명하게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원자의 개인정보는 누구의 소유인가? 누군가는 면접 질문에 대해 답변할 의향을 충분하지만, 약 두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자신의 바이오 데이터(표정, 목소리, 맥박 등)가 저장되고 활용되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 지원자에게 영상 녹화와 음성 녹음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지만, 동의하지 않을 시 AI 면접을 볼 수 없음이 명시되어 있다. 녹화에 동의하지 않는 지원자의 채용 기회를 박탈해도 괜찮은 걸까? 기업은 신속히 해결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현재 상용화된 AI 면접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지원자가 화면 속에 생중계되는 자신의 얼굴만 보는 비동시적(asynchronous) 방식을 택하고 있다. 면접은 인재채용의 한 과정으로, 지원자와 기업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만약 지원자가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얻을 수 없다면, AI 면접은 녹화되고 분석되는 구두발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AI 면접 시스템 도입을 통해 더 많은 지원자에게 면접의 기회를 주려 한다면, 사전 녹화된 기업의 채용 담당자 또는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예: 기업 아바타 캐릭터)가 면접을 진행함으로써 지원자의 경험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비대면 면접은 낯설고, AI 면접의 채점 메커니즘과 데이터 활용 방법이 투명하게 공개될 수 없는 탓에 구직자들은 물론 제삼자의 공포심이 커지는 듯하다. 그러나 아마도 AI 면접은 대면 면접이 진화한 것 이상으로 진화하여 세상에 없던 똑똑한 면접관이자 면접 시스템이 될 것이다. AI 면접 시스템이 고용주의 니즈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정말 '똑똑하게' 기존의 면접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은 취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목소리를 낮춘 구직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효율과 구직자의 안녕을 동시에 챙길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비하인드 인터뷰 칼럼을 읽은 후 칼럼니스트에게 질문 혹은 반문하는 것은 다소 귀찮거나 힘든 일이다. 독자를 대신해 AI타임스가 여전히 남은 궁금증을 풀어봤다. 조금은 매울지도. Q. 채용 관련 인·적성 검사 개발에 참여했고, 관련 연구도 진행한 것으로 안다. 전문가로서 최근 시도되는 AI 면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긍정적으로 본다. 채용 시장은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하게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지를 고민해왔다. AI 면접도 그 시도 중 하나다. AI는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덜 편향적인 시선에서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다. 전공, 성별, 운 등에 좌우되지 않고 진짜 지원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대상이 새로 생겼다고 보면 된다. Q. AI 면접은 2시간 가까이 다양한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자기소개부터 심층 면접, 인지 게임 등 다양한 항목이 있다. 지원자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문제를 풀고 질문에 답하기 된다. AI는 질문 답뿐만 아닐 면접 시간 동안 지원자에게 나타나는 표정과 목소리, 말투 등을 평가한다. Q. 지원자로선 피곤한 일이다. 2시간 가까이 테스트를 할 필요가 있나.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다. 지원자는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싶어서 표정과 말투를 연기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채용자는 지원자의 진정한 모습을 알고 싶어 한다. 따라서 장시간 반복적인 문항을 묻고 평가하는 것이다. 지원자는 처음에는 답을 꾸며내도 나중에는 점점 솔직하게 답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Q. 인지 게임 등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임을 하면 성공할 때도 있지만 실패할 때도 있을 것이다. AI 면접은 게임에 실패했을 때 지원자가 얼마나 집중력이 흔들리는지, 다음 문제에 얼마나 더 집중하는지 등을 평가한다. 이러한 능력은 실무에서도 상당히 연관이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게임에서의 결과와 성과를 채용 당락 여부에 적용하는 것은 아직 먼 길이라고 생각한다. Q. 지원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부담이 늘어날 것 같다. AI 면접이 다른 채용 절차를 대체한 것이 아니고 새로 추가된 것이기 때문에 구직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평가 시스템이 흥미롭다 해도 지원자 입장에선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연히 부담이다. Q. 지원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원자에게 AI 면접은 부담이지만,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서류 몇 장으로 평가됐던 본인의 노력이 AI 면접을 통해 더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면접 방법은 간소화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긴 시간 동안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다 데이터를 모으고 기술을 고도화해 직군별로 필요한 부분만 평가하면 더 좋은 채용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본다. Q. AI 면접이 또 다른 사교육을 파생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당연히 사교육이 파생될 것 같다. 인·적성 검사가 학원이 있고 스터디도 있듯이 AI 면접도 사교육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돈을 내면 AI 면접을 체험해볼 수 있는 사이트도 생겼다. Q. 사교육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AI 면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공급사가 많아져야 한다. 지금은 한두 개의 소수 회사가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평가하는 시스템이 하나의 커리큘럼처럼 되어 버렸다. 지원자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프로그램을 철저히 분석할 것이고, 이를 돕는 학원과 책이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지원자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질문이 다양화되거나 프로그램이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파악할 수 없으면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Q. 그런데 AI 면접도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키는가에 따라 편향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AI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보면 데이터양이 많아질수록 점점 편향에서 벗어나 다양해진다고 한다. 따라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많은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급사나 기업에서도 편향적인 문제에 대해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혹시 특정한 편향에 의해 누군가 나쁜 평가를 받고 있지 않은지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컴퓨터라고 무조건 믿기보단 체계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지속해서 평가하고 검증해야 한다. Q. 개인정보를 제공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할 것 같다. 개인정보 문제는 어려운 부분이다. AI 면접은 컴퓨터가 사람을 분석하고 모든 반응을 녹화·녹음한다. 사용자는 여기에 다 동의해야 면접을 볼 수 있다.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부분은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어서 이 문제는 전 사회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 같다. 기업은 지원자가 이 정도 정보를 제공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지원자는 입사를 위해 이 정도 정보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본인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불필요할 경우 제재도 가해야 한다. Q. 면접 결과를 지원자가 이해하게 설명해줄 필요도 있을 것 같은데. AI 업계에서 고민하는 설명 가능한 AI에 대한 문제다. 채용은 중요한 영역인 만큼, 결과에 대해 지원자를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 알고리즘 전체를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기업이 가진 기준인 어떤 것이고,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트레이닝해 면접자를 평가했다 정도는 알려줘야 한다. 이 문제는 개인정보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 시행되는 AI 면접 방식에서 꼭 수정돼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원자가 카메라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면접을 보는 부분이다. 이를 비동시적 방법이라고 하는데, 자기가 자신의 얼굴을 보며 면접을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면접을 처음 보는 사람은 비동시적 방법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반면 사교육 등을 통해 이를 계속 연습한 사람은 익숙해져 시험을 잘 볼 수 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한 AI 면접이 새로운 반복 학습을 양산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최근 AI 면접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AI 면접이 많아졌다.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AI 면접이 당장 당락을 결정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AI 면접이 발전하려면 계속 데이터를 모으고 기업도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그 과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당락을 결정해버리는 건 시기상조라고 본다. Q. 채용에 AI 기술이 더 많이 적용될 것으로 보는가. 지금 관심사는 AI 면접이지만, 앞으로 채용 과정에는 AI가 더 많이 침투할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AI가 검토하고 경력직의 직군 평가도 AI가 평가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AI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고 있다. Q. AI가 사람을 평가하는 게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수용적인 자세가 필요할까? AI 면접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있다. 한 명의 면접관이 평가하는 것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운 나쁘게 자신과 성향이 맞지 않는 면접관을 만나 부당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 AI가 사람을 평가하지만, 그 AI를 만든 것은 수많은 사람의 경험과 지식이 담긴 데이터다. 한 사람에게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수많은 사람에게 평가를 받는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Q. 연구자로서 앞으로 AI 면접 발전에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직 채용 전면에서 AI 면접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다. 이제 시작이다. 기존 면접과 관련해 연구돼왔던 다양한 주제들을 AI 면접 상황에서 다시 검토하고 검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지원자는 AI 면접을 잘 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인데, 이러한 시도로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에 대해 연구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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