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디지털 기술과 이미지에 대해서는 어떤 ‘신화’가 있다. 그것은 디지털 이미지가 지닌 ‘고해상도’와 원본을 복제해도 그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유연한 정보로서의 이미지이기에 무궁무진한 표현력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다. 이는 물론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실제 우리의 일상을 채우는 디지털 이미지는 다양한 저장 장치를 거치고 빠르게 전송되기 위해 압축되고 일부가 결여된 상태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히토 슈타이얼은 이러한 이미지에 대해 ‘빈곤한 이미지’라 칭하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적 작업을 전개한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이 ‘불완전한 이미지’는, 목소리를 갖지 못한 이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거나 침묵 자체로 더 많은 것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춤추는 노동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샘플링 기법으로 보여주는 작품에서는, 우리 시대에 새롭게 일반화되는 ‘비물질노동’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슈타이얼의 작품은, 디지털 기술의 진보에 감탄하고 그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는 예술을 넘어서서, 디지털이 우리 삶의 기본적 조건이 되는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는 의미를 지닌 예술적 시도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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