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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위한 ‘Virtual Human’인가? ‘Virtual Human’을 위한 ‘광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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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3 11:32

2021년 7월,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 이하 가상인간) ‘로지(Rozy)’가 신한라이프 광고 단독모델로 등장한 이후, 국내에서는 가상인간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광고와 브랜딩 활동을 하는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모델은 유명인이지만, 코로나19와 기술의 발전이라는 변화에 맞춰 실제 인간보다 관리가 용이한 가상인간이 광고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광고모델로서 ‘로지’가 등장한 지,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광고모델로서 가상인간의 역할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가상인간의 활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주로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에서 가상인간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그 소유권을 완전히 지닌 브랜드 아바타(Brand Avatar) 또는 인공지능, VR 등의 전문 업체에서 개발한 ‘로지’와 같은 가상인간을 모델로서 활용하고 있다. 

2022년 1월, ‘타타대우상용차’는 자동차 업계 최초 가상인간이자 브랜드 아바타 ‘Ms. Xen(미즈 쎈)’을 등장시켜 신차 발표회를 열었다. 2022년 2월, 쉐보레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가상인간까지 아우르는 ‘누구나 탈 수 있는 전기차’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로지’를 광고모델로 기용하였다. 
 


 
2022년 2월 28일을 시작으로, 볼보자동차코리아(이하, VOLVO)는 삼성동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K-pop Square), YouTube, TV CF 등을 통해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 SUV C40 리차지 모델의 브랜디드 필름을 공개하였다.  

공개된 영상에는 ‘호・곤・해일’ 이라는 세 명의 가상인간이 광고모델로 등장하는데, 이들은 국내 첫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를 만든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에서 기획 및 제작되었다. ‘호’와 ‘곤’은 쌍둥이 형제, ‘해일’은 쌍둥이의 누나라는 콘셉트로 기획된 ‘버추얼 패밀리’ 또는 ‘버추얼 남매’ 이다. 2022년 2월 14일 ‘호곤해일(@hogonheil)’이라는 인스타그램을 공식화하여 활발히 운영 중이다.  

‘호・곤・해일’의 이름은 지구를 이루는 요소들인 하늘 ‘호(昊)’, 땅 ‘곤(坤)’, 바다 위에 돋는 해 ‘해일(海日)’을 의미하며, ‘호’는 섬세하고 따뜻하며 자유로운 영혼이고, ‘곤’은 카리스마 있지만 단순하고 대담한 성격, ‘해일’은 집안의 최고 권력자이자 쌍둥이들을 약 올리기 좋아하는 장난꾸러기라는 설정이다.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친환경, ESG경영...)와 자연환경에 대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행동을 실천하려는 MZ세대의 모습을 반영해 제작되었다는 것이 ‘호・곤・해일’ 지닌 세계관과 스토리이다.  

VOLVO는 ‘호・곤・해일’이라는 가상인간을 통해 MZ세대에게 일상 속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실천이라는 VOLVO가 추구하는 컨셔스 라이프스타일(Conscious Lifestyle)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VOLVO×호・곤・해일’의 광고를 본 대중들의 반응에는 자동차는 없고, 가상인간만 있었다. 해당 브랜드 공식 YouTube 내 광고 영상 댓글들을 살펴보면, 자동차 보다는 가상인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대중들은 VOLVO가 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모델인 가상인간에 대해 불쾌감이나 거부감이 먼저 발생하거나 그저 VOLVO 옆 또 다른 제품 또는 브랜드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이렇듯 가상인간을 활용한 대부분의 광고들을 보면, 주객(主客)이 전도(顚倒) 된 듯하다. 

일반적으로 광고모델은 해당 제품 및 브랜드에 대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광고모델로서의 가상인간의 한계점은 내면적 ‘진정성’ 부족으로 소비자와의 소통과 신뢰 구축이 어렵고,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 가상인간에 대한 세계관 및 페르소나 등 관련 스토리를 탄탄하게 설정하여, 대중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가상인간들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이들이 지닌 세계관 및 페르소나 관련 스토리를 알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장치 없이 광고에 등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오히려 광고모델로서의 가상인간에 대해 대중들의 거부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저 광고가 제품을 위한 광고인지 아니면 가상인간을 위한 광고인지에 대한 피로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가상인간을 활용한 광고는 ‘반짝’ 하고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겠지만, 광고모델로서 가상인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제품 옆에 또 다른 제품이 아닌 제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격체로서 존재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가상인간이 지닌 세계관 및 페르소나 관련 스토리를 어떻게 활용하고 알릴 것 인가, 이러한 점들을 해당 제품과 브랜드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등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광고를 위한 Virtual Human, Virtual Human을 위한 광고’ 인지 주객전도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 또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황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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