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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협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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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4 14:00


출처: 파이낸셜뉴스 [Big Change] 텔레마케터·모델 등 직업 사라진다 : 네이버 뉴스 (naver.com)

인간의 영역을 대신하는 역할로서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동시에 혹시 AI가 우리가 설 자리까지 빼앗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혹시 AI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등 우려를 낳습니다. 특히 AI로 인해 사라질 직업을 언급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접하다보면, AI 기술의 빠른 발전이 그리 반갑게 느껴지지 않기도 합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칼 프레이 교수는 ‘고용의 미래’를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10~20년 후에 사라질 직업들을 나열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소멸확률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서 텔레마케터와 시계수선공을 꼽고 있고, 그 다음으로 스포츠 심판, 모델, 상점계산원, 전화교환원 등이 이어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반복적이고 단순하거나 정확한 계산을 요구하는 일에 가까울수록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자동차의 탄생은 마부의 일자리를 빼앗고, 운전사와 차량 판매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의 보급에 의해 서류정리 사무직이 일자리를 잃은 반면, 다양한 IT 관련 일자리가 생겨났습니다. 이와 같이 기술의 개발에 의해 사라지는 일자리가 있다면, 그로인해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AI시대로 가는 과도기에 위치한 우리는 마냥 불안해하기보다,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미래의 변화를 예측해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의 영역에 대해 미리 탐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사람과 AI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전에 우선 우리는 사람과 AI는 각자 잘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와 함께 우리는 사람과 AI가 서로를 보완하는 패턴을 이해하고, 이에 맞추어 역할을 분담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분야에서건 우리는 우선 해당 분야에서 개발되고 있는 AI의 특징에 대해 이해하고, 사람이 잘 하는 분야와 잘 못하는 분야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시대, 문과생은 이렇게 일합니다>라는 책에서는 사람과 AI가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다섯 가지 패턴으로 분류하고 있어, 본고에서는 이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람과 AI가 나눠 수행하게 될 다섯 가지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사람이 하는 것
2. AI가 사람의 일을 보조하여 사람이 하던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
3. AI가 사람의 일을 확장하여 사람이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4. 사람이 AI의 일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사람은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
5. 사람의 손이 필요 없이, AI가 사람의 일을 완전하게 대신하는 것

그럼 각각의 영역에 해당하는 업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음 그림을 참고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림>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단계 
출처: 노구치 류지(2002) AI시대, 문과생은 이렇게 일합니다, P.24

  우선 그림의 첫 번째 패턴에 해당하는 업무는 사람만으로 일하는 일자형 업무 입니다. AI와 굳이 협업해야 할 필요가 없는 업무들이 이에 해당하는데요, 책에서 이에 대한 주요업무로서 관리업무와 창의적 업무를 꼽고 있습니다. 사실 책에 나와 있는 이런 업무들만 보면 이게 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건가,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매니지먼트를 하는 데에도 AI비서의 손을 빌리면, 어떤 파트에 인력 충원이 더 필요한지, 회사가 확장을 하는 경우, 어떤 이득과 손실이 예측되는 지 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창의적인 업무도, 요즘 AI가 소설도 쓰고 노래도 만들고, 그림도 그린다는데… 그런데 여기에서 이들 업무는 일반적인 회사 경영이라기보다는, 공동체 관리 차원에서 보는 것이 더 옳은 것 같습니다. 공동체를 잘 이끌어가기 위해 신뢰를 주고 딸린 식구를 대표하여 보호 및 관리해주는 업무 차원에서 매니지먼트, 경영 업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창의적 업무도 이전에 시도한 바가 없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의 차원을 뜻하는 것이라면,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AI가 창조해내는 예술작품은 이전 데이터들을 근거로 대중적이거나 일반적인 취향을 흉내 낸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의 두 번째 패턴, 인간이 주가 되는 업무에서 AI가 보조를 맞춰주는 T자형 업무부터 우리의 업무는 AI와 관련성을 가지게 됩니다. 책에서 T자형이 가능한 주요 업무로 접객업무, 영업업무, 기획 및 집필 업무, 사회사업 업무 등을 꼽고 있습니다. 점포 접객을 예로 들었을 때 AI 업무보조의 가능성은, 의류 점포에서 AI를 탑재한 접객용 디스플레이 단말기를 도입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손님 대응을 AI를 탑재한 디스플레이 단말기가 대신하면, 손님이 찾는 제품을 찾아내고, 과거 구매 이력을 보고 추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AI의 접객만으로는 손님 모두가 100%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점포를 찾았다는 것은, 친한 점원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물건을 고르고 싶어 하는 손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업 업무도 마찬가지 입니다. 정보 획득차원에서 AI는 인간보다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이 정보를 활용해 만족스러운 구매까지 이어지려면, 인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기획 및 집필 업무에서 AI는 각종 정보를 수집하여 제공하는 역할까지만 수행할 수도 있고, 그 정보를 활용하여 글을 쓰는 업무까지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주제로 글을 쓸 것인가, 어떤 목적으로 글을 쓸 것인가 등에 대한 생각을 해내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권한이죠. 사회사업의 업무에서 가령 돌봄 업무를 예로 들었을 때, 아이의 행동에 따른 처신방법과 관련해서는 AI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결국 그 정보를 이용하여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인간의 역할입니다. 이 T자형 업무는 사람이 AI에 관한 지식을 가졌는지에 따라 업무의 효율화가 달라지는 업무들입니다. 같은 일도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거나, 어느 정도 수준까지 AI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업무, 다시 말해 특정 기대치 수준까지만 수행해도 될 만한 업무의 경우가 이 T자형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아가 세 번째 패턴과 같이 AI가 사람이 원래 할 수 없었던 일을 수행하면서 사람 업무의 효과성이 높아지는 O자형 업무도 있습니다. 고도의 전문 업무와 예측분석 업무에서 O자형이 가능한데요,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는 스마트밴드나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생활 습관 병이나 유행병 등의 가능성을 판단하여 그에 적합한 치료를 적시에 할 수 있게 됩니다. 변호사 업무의 경우, 다양한 과거 판례를 바탕으로 AI가 미리 다음 재판이 어떻게 전개될지, 무엇이 핵심 내용인지, 판결이 어떻게 될 지 등을 예측해주면, 그에 맞춰서 새로운 해결방안을 생각하거나, 형량이나 벌금을 낮추는 등 AI에 의해 제시된 결과보다 더 나은 결론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AI가 변호사와 조수의 업무를 확장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죠. 예측분석 업무도 마찬가지로, 현재의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요건들을 적용하여 사람의 인사이트보다 높은 정확도로서 앞으로의 추세를 점쳐주면,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미래 전략을 계획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O자형의 도움이 되는 AI 업무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찾아보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할 수 없는 일 중에서 AI로 할 수 있으며, AI로 처리하면 가치가 높아지는 일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림의 네 번째 패턴은 AI가 업무의 주요 부분을 담당하되, 사람은 AI의 수행에서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보조해주는 역 T자형 업무입니다. 이에 해당하는 업무로서 데이터 입력 업무, 전화 응답 업무, 운전 업무, 그리고 운반 업무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 입력 업무의 경우, 사람들이 구두로 이야기한 내용을 AI가 텍스트로 변환하여 입력하는 작업을 하게 될 텐데요, 모든 사람이 또박또박 정확하게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니, 그 과정에서 잘못 표기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사람이 문맥에 맞게 문장 또는 단어를 수정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 입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10대들이 일부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하듯, AI에게도 아직 입력되지 않은 새로운 용어, 특수 용어들이 있을 텐데, 이 경우에도 사람의 지원이 필요하게 됩니다. 몇 년 전 구글의 AI기술이 인간과 대화를 통해 순조롭게 식당예약을 하는 사례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 사례는 미래의 전화 상담 업무는 AI 차지가 될 것을 암시하는 것만 같습니다. 채팅 상담의 경우, 이미 현재도 챗봇이 많은 부분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챗봇도 그렇듯, 매뉴얼에 없는 내용 또는 불규칙한 내용으로 완벽한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그 즉시 역할을 떠맡아 해결해 줄 상담원이 필요합니다. 운전, 운반의 경우, 자율주행 자동차나 드론 등이 인간보다 안전하게 운전을 해줄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신호 수집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인간의 순발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역 T자형은 AI가 99% 안전성을 담보하지만 나머지 1%에 의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업무입니다. 따라서 AI를 보조하는 역할로서 인간은, AI에 의해 행해질 수 있는 오류 가능성에 대해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림의 다섯 번째 패턴처럼 미래에는 AI가 완전히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경우도 분명 발생할 것입니다. 단순 주문, 단순 회계 업무는 AI가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불량품에 대한 이상 검지 및 감시 업무와 같이 24시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인간이라면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 업무들도 AI의 몫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들 내용을 보고, 특히 다섯 번째 패턴에 대한 설명을 잘 못 이해하고 현재 준비하는 것을 포기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어, 회계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미래에 회계 관련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만 보고 잘못된 판단을 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에서 설명하는 산술적인 업무이고, 회계 전문가들은 AI가 분석해 준 재무제표 내용을 바탕으로 재무 컨설팅과 같은 보다 창의적이고 다차원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결국 미래에 AI와 협업을 하게 될 우리들이 현재 준비해야 할 과제는 우리가 전문성을 발현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더불어 앞서 소개한 다섯 가지 패턴을 토대로 AI가 그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영역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일 겁니다. 

참고문헌: 노구치 류지(2020). AI시대, 문과생은 이렇게 일합니다, 시그마북스. 

이현정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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