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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면접관, 이 답변은 이상한가요 아니면 창의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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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22:57

한 때 면접에서 유행했던 자기 소개가 있다. “저는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입니다. 에스프레소를 물에 넣으면 아메리카노, 우유에 넣으면 라테가 되듯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저만의 색으로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그 해에 면접관들은 수많은 에스프레소들을 만났고, 피면접자가 “저는 에스프레소,”를 외치는 순간,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버렸다. 그 다음 해에는 에스프레소가 모두 사라졌다. 과연 사람 면접관들은 처음 “에스프레소”를 외친 지원자와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를 외친 지원자를 비슷하게 평가했을까? AI 면접관이라면 어땠을까? AI의 창의성에는 여전히 논란이 많고, AI 면접 프로그램이 지원자의 창의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매우 적다. 

대기업을 선두로 AI 면접의 활용폭이 넓어짐에 따라 많은 구직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AI 면접을 공부 중이다. 공부는 어떻게 할까? 현재로서는 체험권 구매 후 실전처럼 연습을 해보고, 지원 기업의 AI 면접 후기를 검색하여 출제된 문제의 유형을 파악하고, 책, 또는 인터넷에 나와있는 빈출 문제와 응답 요령을 외우는 정도의 시도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AI 면접 관련 책을 찾아보면 핵심면접질문 유형별 합격기술이 정리되어 있다. 질문 유형 별 공식에 따른 모범 답변이 제공되어 있는 것이다. AI 면접이 낯설고 당락을 결정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안전한 방법은 공식대로 모범 답변과 유사한 답변을 만들어내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이 안전한 방법은 변별력을 잃게 될 것이다. 

가젤 무리 중 일부는 늑대를 발견하면 높이 뛰어오른다. 뜀뛰기(stotting)는 동료 가젤들에게 보내는 신호일까 아니면 늑대에게 보내는 신호일까? 울음소리처럼 동료 가젤에게 늑대가 나타났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고, 자신에게 늑대를 유인하여 동료 가젤을 보호하려는 이타적인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젤은 자신을 노출시키면서, 도망칠 힘을 빼면서까지 이타적이기를 선택할 것인가? 그러나 늑대가 뜀뛰기를 하는 가젤을 쫓지 않는다는 점을 보면, 가젤의 뜀뛰기가 단순한 이타적 행동이 아닌 늑대와 건강한 가젤이 주고받는 정직한 신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한 가젤은 늑대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높이 뜀뛰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건강함을 알려 늑대가 쫓아오지 않도록 하고, 늑대는 덜 건강한 가젤을 쫓게 되어 사냥의 성공률을 높인다. 구직자가 채용담당자에게 보내는 정직한 신호는 무엇일까? 매력적인 구직자만이 보낼 수 있는 비용이 들고, 위조하기 어려운 신호는 무엇일까? 

신호이론(Signal Theory)을 인재선발 장면에 적용한 Bangerter와 동료들 (2012)에 따르면, 인재선발 장면에서 노동시장 주체들(지원자와 조직)은 정직한 신호로서의 정보 교환을 원하지만, 반복적인 적응과 역적응에 의해 평형(equilibrium) 또는 상승(escalation)이 야기된다. 예컨대, 지원자들은 학원, 스터디 모임, 온라인 정보 등을 통해 평가기준을 유추하고 예상 답변들을 준비하여 제시하지만, 평준화된 답변은 더 이상 정직한 신호로 작동하지 않는다. 고용자는 준비된 답변을 늘어놓은 지원자들 사이에서 진짜 매력적인 지원자를 찾아내기 위해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고 준거를 개비한다. 지원자들 역시 고용자의 이러한 움직임을 모를 리 없다. 지원자들은 또 새롭고 더 정교한 행동을 하고, 고용자들은 이러한 지원자들의 반응에 또 다시 반응하게 된다. 이처럼 이들은 군비경쟁을 닮은 불신의 사이클이 빚어진다.

AI 면접 도입 후 시간이 지날수록 지원자들은 점차 더 새롭고 정교한 반응을 시도할 것이다.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추측이 된다. 첫째로는 신호이론에서 주장한 것처럼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많은 정형화된 신호들 가운데 새로운 정직한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일 것이고, 두 번째는 면접 평가에 인재상이 반영되었음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들이 전에 비해 더더욱 값진 기업의 자산이 됨에 따라 기업들은 점차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구성원 채용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실제로 2019년 국내 상위 30개 대기업이 제시한 인내상에 혁신과 창의성은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로 꼽혔다 (잡코리아, 2019). AI 면접에서 창의성을 측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일반적인 자기소개의 내용에서 창의적 성취를 평가할 수 있고, 창의적 경험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창의적 성격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문제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창의적인 성격의 일관성과 강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예: 위험감수, 내적동기).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고안하도록 할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평가는 매우 복잡한 사고 과정을 요하지만, 빅데이터를 다루는 AI에게 명료한 기준을 제공하고, 더 이상적으로는 추가적인 과정 (예: 해당 분야 전문가의 판단)을 도입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예컨대, 다른 지원자의 응답 또는 가용한 누적된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아이디어가 얼마나 새로운지를 판단하면 중복응답을 제시한 첫 타자가 부적절한 수혜를 입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전문가가 제안하는 필수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또는 향후 인식 조사 등을 통해 유용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채용 과정에서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도들이 추가되는 추세이다. 그리고 AI는 발전을 거듭하여 창의적인 산물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AI가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최신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면, 역설적이게도 AI 면접관은 그간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여겨져 온 창의성을 평가하는 데에 두각을 드러내며 사람 면접관의 능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 
Bangerter, A., Roulin, N., & König, C. J. (2012). Personnel selection as a signaling gam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7(4), 719-738.
잡코리아. (2019). 대기업 인재상 공통키워드 1위 ‘변화와 혁신.’ http://www.jobkorea.co.kr/GoodJob/Tip/View?News_No=15430&schCtgr=0&schTxt=%EC%9D%B8%EC%9E%AC%EC%83%81&Page=1 (2020년 7월 27일 검색)

문혜진(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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