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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포노사피엔스 (최재붕,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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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4 11:06

 포노 사피엔스는 사고방식, 생활 방식, 소비 패턴의 변화뿐 아니라 이들의 신체 일부로서 기능하는 스마트폰을 그 특징으로 한다. 생물학적 요소가 아닌 기술적 변화의 산물인 스마트폰이 인류의 진화를 앞당긴 것이 되는 셈이다. 저자는 스마트폰이 일으킨 변화 가운데서도 인류 전체의 지적 능력의 향상에 주목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포노 사피엔스는 실시간으로 서로 교감하며 중요 정보를 습득하고 복제해 동시에 수십만, 아니 수천만 명에게 다시 확산”하며 단기간 내에 수십억, 수백억의 조회 수를 올리는 음악이나 동영상이 이제 흔한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떠한 정보가 30억 명의 인구에 전파되는 데 필요했던 시간이 10년 전과 비교하면 얼마나 단축됐는지 생각해보면,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면서 인류의 지적 능력이 혁명적으로 확대되었다고 설명한다. 

 정보의 습득과 복제가 빨라지고 그 활용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한 것에 ‘부작용은 없는가’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이들을 위해 저자는 부작용보다 순작용에 주목하자고 제안한다. “물론 부작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부작용만큼이나 강력한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다는 걸 되새겨보자”라는 것이 포노 사피엔스에 대한 저자의 전망이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기만 볼 것이 아니라 기회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부작용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파악해야만 그것을 순작용으로 만들 수 있음을 고려하면 저자의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 일변도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거론된 부작용이 개인의 프라이버시, 텍스트가 전하는 감동의 상실, 즉흥적이고 인기 영합적인 문화 등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정보 습득과 복제, 전파의 양상과 넘쳐나는 정보들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고 더 나아가 넘쳐나는 가짜 정보 중에 진짜를 골라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은 ‘스마트폰을 통한 지적 능력의 향상’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것이 정보의 습득, 복제, 확산이 빨라지고 넓어진다는 것만으로 인류 전체의 지적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고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저자에 따르면 포노 사피엔스의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 특히 소비 행태는 ‘구인류’와 완전히 다르며 이는 소비의 행태뿐 아니라 비즈니스 생태계마저 완전히 달라지게 만들었다.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은 과거 확고부동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전통적 다국적 기업들을 뒷전으로 물러나게 만들고,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삼성 등의 기업을 새롭게 부상시켰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스마트폰과 연관이 있다는 것, 즉 포노 사피엔스의 사고방식, 생활 방식, 소비 행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은 이들 기업을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의 강자로 등극시켰고, 이들 기업은 포노 사피엔스의 생활 방식을 점점 더 스마트폰에 의존ㆍ의지하게 하는 기술, 제품, 서비스들을 속속 시장에 내놓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와 이들 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포노 사피엔스라는 개념을 통해 현재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변화상과 앞으로 일어날, 더욱 빠른 변화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다소 편향적인 내용과 단정적인 표현은 걸러내며 읽을 필요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기업을 조건 없이 예찬하는 반면 생존을 위해 시위를 벌이는 이들에 대해서는 과거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 조선의 인력거꾼 등과 동일시하면서 부정적으로만 서술하는 태도다. 예를 들어 글로벌 자동차업체인 GM에 대해서는 “크게 성공할 기술을 보유할 기업들이 하나둘 우리나라를 떠나는” 사례 중 하나로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는 한쪽으로는 공장이 아쉬워 비싼 세금을 쏟아붓고 한쪽에서는 투쟁을 벌이며 우버 방식 서비스의 도입을 막아”낸다고 설명한다. “벤처기업 풀러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도전은 거대한 시위가 막아서고, 이를 정부는 모른 척 눈감아줍니다”라는 표현도 비슷한 맥락이다.

 굳이 파업이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원론적 이야기나 택시 기사들이 연착륙하도록 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야기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같은 내용은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본문에서 저자가 “사람이 답”이라고 말한 내용과도 모순되기 때문이다. GM 노동자도, 택시 기사도 노동자인 동시에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은 사람”이며 “혁명의 시대에도 결국 답”이라고 강조한 사람이자 포노 사피엔스로 변화, 또는 진화해야 하는 대상들이다. 이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어 소비능력이 없어진다면 이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비자로서의 지위, 즉 포노 사피엔스로서의 자격을 잃게 된다. 오프라인은 물론 스마트폰으로도, 소비를 하거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 다수를 대체하게 되는 상황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을 구세대의 유물로 치부해 버리는 태도와 그들을 연착륙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켜야 할 사회 구성원으로 보는 태도 중 어느 쪽이 더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노동 같은 이슈를 언급하면서 “정치권력을 이용해 시장을 이념적으로 컨트롤하겠다는 이야기”로 치부하는 대목 역시 걸러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삶의 질, 그리고 생존의 문제는 포노 사피엔스가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든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든 이념적이고, 구시대적인 이슈로 치부되어서는 안 되는 문제들이다. 포노 사피엔스가 주도하는 디지털 문명의 가장 큰 특징이 “기업이 왕인 시대에서 소비자가 왕인 시대”로 바뀐 것이라면 포노 사피엔스로서 소비자의 대열에 서는 이들의 생존과 삶의 질을 확보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기업들의 폐해는 이미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애플이나 페이스북, 삼성, 아마존 같은 대기업들에 대해 이들 기업의 기술력과 포노 사피엔스를 겨냥한 서비스, 마케팅에 대해 긍정적으로만 서술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엔 이른바 ‘팡(FAANG)’이라고 불리는 빅테크 기술 기업들이 만든 카르텔과 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경계가 빠져있다. 팡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저자가 찬사를 아끼지 않은 기업들의 머리글자를 따온 줄임말이다. ‘포노 사피엔스’를 읽는 이들은 저자가 서술한 이들 빅테크 기업의 밝은 면 외에도 이들이 부상하고, 경쟁업체 죽이기에 나서면서 정작 스타트업은 무려 44% 감소했고 관련 일자리 역시 감소했다는 통계들이 보여주는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사악해지지 말라(Don’t be evil)’는 구글의 임직원 행동 강령 첫 조항이 무색해지고 있다”라는 따가운 시선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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