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비평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여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 주는 기술에 대한 두 가지 예시가 있다. 하나는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로 진입하는 길 입구에 세워진 꽤 오래된 다리 이야기다. 이 다리는 유독 낮아 처음 세워진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자동차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기로 악명 높다. 놀라운 것은 이 ‘낮은’ 다리가 애초 목적이었던 것인데 이 다리를 설계한 건축가 모제스는 뉴욕주 외곽의 공원이나 휴양지로 진입하는 이 다리를 유독 낮게 설계하여 일반 승용차량 외에는 다리를 통과하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미국에서 역사적으로 자기 소유 승용차량을 소유하지 못하는 경우는 경제적인 한계 때문에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노동자 계급이나 생계를 위해 상업용 트럭을 운행하는 사람들이었고, 통계적으로 유색 인종의 비율이 높았다. 건축가 모제스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았던 유색 인종 및 노동자 계급의 사람들이 롱아일랜드 내 휴양지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계획적으로 다리를 낮게 설계했고, 실제로 미국의 10대 부촌으로 꼽히는 도시의 절반 정도가 롱아일랜드에 위치하며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백인 거주지역으로 손꼽힌다. 두 번째 사례는 비교적 최신 사례다. 2023년 7월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 웨이보에서는 “2000년생 이후 출생자의 출근법”이라는 제목으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는 20대 청년의 사진이 게재되었다. 이는 중국 청년들이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에 비해 편리하고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전동 휠체어를 출퇴근 및 등하교 목적으로 구매하여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실제 중국의 전동 휠체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꼭 몸이 불편하지 않아도 전동 휠체어를 타도 되는지 묻거나 이를 사용한 실제 후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도로교통법은 전동 휠체어를 ‘교통수단’으로 포함해 규제하고 있지 않아서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서도 탈 수 있고 헬맷을 착용할 필요도 없다. 또한 인체공학적으로 매우 편리하게 설계되어 승차감이 좋다는 것이 청년들이 꼽는 최대 장점이며 오타바이나 전동 퀵보드와 같은 다른 개인형 이동장치에 비해 충전 시간 대비 주행 시간이 길어 도시를 주행하는 데 매우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앞서 살펴 본 두 사례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실상 기술이 사회, 사람과 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다리는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장소를 연결하는 기능을 하지만 이 다리의 모양을 ‘어떻게’ 만들어서 ‘어디에’ 놓을지에 대한 선택은 다리의 사회적 기능을 바꾸어 놓는다. 전동 휠체어도 마찬가지다. 애초 기술의 목적은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보조수단이었지만 이것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그 기술의 사회적 목적을 뒷받침하는 사회 제도가 무엇인지에 따라 기술이 만드는 오늘의 풍경과 내일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기술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언제나 사회,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리 잡고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설계되고 운용된다. 기술을 사람, 사회와 독립된 것으로 보아 온 시각들은 기술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거나 ‘방해’하는 이분법 안에서 이해될 것이라고 믿어 왔다. 하지만 이 기술-사회-사람의 관계는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기술은 언제나 사회와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거나, 버려지거나, 특정 방향으로 진화하며 구성되어 왔고, 이 모든 과정이 사람이 살고 사회가 구성되는 삶의 정경을 만드는 조건이 되어 왔다. 인류 역사 상 가장 발전한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 기술도 마찬가지다. 날로 발전해 가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 사회는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고, 이것이 가져 올 직업 전망 등을 예측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 기업과 정부가 하고 있는 일들을 연일 보도한다. 사람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해보며 기술 개선과 발전을 위한 데이터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은 그저 개발되지 않으며, 절대로 개발된 상태 그대로 사회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기술이 개발된 ‘순간’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기술이 하필 지금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과정, 사회 안에서 자리잡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며, 그것이 다시 구성하게 될 인공지능, 기술-사회-사람의 관계다. 이 같은 맥락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사회-사람의 관계를 읽어내면서, 기술-사회-사람의 균형 안에서 기술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숙고하는 것이 인공지능 기술비평의 과제다. 이정현(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