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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와 창의적 글쓰기
Level 10조회수61
2023-09-26 17:11

     ChatGPT를 선두주자로 하여 인공지능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ChatGPT가 생성해 주는 글은 일상에서 글쓰기가 필요한 영역, 예를 들면 이메일, 업무 보고서, 사업 계획서, 블로그 포스팅 등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그만큼 글을 잘 생성해주기 때문이다. 글을 작성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에, 이 기계가 짧은 시간에 ‘뚝딱’ 생성해주는 글쓰기의 편리함을 한 번 경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단골 손님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인공지능을 이용한 소설이나 시 등 문예 창작 가능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생성 인공지능을 이용한 동화 공모전이나 소설 공모전이 여러 기관에서 활발히 개최되고 있기도 하고, 유튜브에는 글쓰기를 위한 프롬프트 구성 강좌가 넘쳐난다. ‘창의적인 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스토리텔링 부분에 있어서 ChatGPT가 만들어주는 내용은 기존에 없던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창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글이 가졌으면 하는 요소는 어휘의 배열이 전형적인 형태를 벗어나서, 신선한 조합으로 구성되면서도 매력이 느껴지는 글이다. 이른바 ‘시적 허용’으로 불리기도 하는, 일상에서는 공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조합되면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현상이다. 다음은 ChatGPT 프롬프트에 “커피를 주제로 아주 짧은 시를 만들어 줘.”라는 요청의 결과이다. 편의상 줄바꿈을 / 로 표기하였다.
 

아침이 올 때/향기로운 커피가 날 깨워주네/쓰릿함과 달콤함이 어우러져/홀린 듯 빠져든다 커피의 미로에/
한 모금, 두 모금, 입 안 가득 차오르는 맛/눈부시게 빛나는 컵 속 세상에/지친 내 마음을 달래주고/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커피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나에게는 작은 행복이다/매일, 매 순간이 특별해지며/커피의 마법에 빠져든다

   시 창작의 결과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특히 어휘의 창의적 조합을 살펴보면 ‘커피의 미로에’와 ‘커피의 마법에’를 들 수 있다. ChatGPT가 어떤 문서를 학습해서 커피와 미로 또는 마법을 연결지었는지는 모르겟다. 하지만 꼭 사전학습의 결과가 아니더라도 ChatGPT는 무작위성(randomness)에 의한 언어 생성을 수행하기도 한다. ChatGPT 제작사인 OpenAI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ChatGPT 프롬프트 입력시에 여러 옵션을 지정할 수 있게 제공해준다. Temperature 옵션은 일반적으로 0~1사이의 값을 가지며 0에 가까울수록 전형적인 문장을, 1에 가까울수록 창의적인 문장을 생성한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상황이며, Temperature는 2값까지 입력이 가능하다. 필자는 ChatGPT가 생성해내는 어휘의 창의적 조합을 살펴보고자 Temperature값을 1.33, 1.66, 1.99로 늘려보며 커피와 관련한 시를 생성해보았다. 각 상황마다 3개의 시 창작 결과를 기록하였다.
 

 
  위 결과를 살펴보면 Temperature 1.33의 경우 커피 주제의 시의 형태는 잘 유지하고 있다. 다만 내용적으로 의미가 불명확하거나 아로마 또는 민트와 같이 커피와는 거리가 있는 어휘가 나타난다.  1.66의 경우 커피 관련 시로 추정되긴 하지만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난해하며, 경우에 따라 과도한 랜덤성으로 인해 한글이 아닌 어휘가 섞이기 시작할 때도 있다. 1.99는 일부 읽을 수 있는 결과만을 본고에 나타낸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외국어, 숫자, 기호가 뒤섞여 글의 가치가 없는 의미없는 문자의 나열인 경우가 더 빈번했다. 

    실험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ChatGPT의 창의적 글쓰기는 어느정도 기대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글의 구조에 대한 안정성과 창의성 사이에서 적정 선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특히 temperature 값의 설정에 의한 생성은 그 기조가 글 전체에 유지된다. 일반적이지 않은 참신한 어휘의 조합이 글에서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남발보다는 중요한 지점에서 반짝일 수 있어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아직은 인간의 창작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생성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속도는 환영하지만 예술적 창작의 영역에서 만큼은 다소 천천히 나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기성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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