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의 창시자로 꼽히는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는 1989년 탄생한 제 1세대 웹을 정보information의 연결망으로 규정했다. 이 시기 하이퍼텍스트 시스템의 도입은 곳곳에 두서없이 산재한 정보가 연결되고 검색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으나, 여기서 웹 상의 콘텐츠는 오직 읽기만 가능한 형태였다read-only. 약 십여 년 이후, 웹은 우리가 익히 알고 또 경험하는 2세대의 형태로 진화한다.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된 다양한 소셜 미디어가 대표적인 예다. 개방, 공유, 참여의 기치 아래, 단순한 정보의 비트(bit)를 넘어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망이 중심이 된 것이다. 읽기 전용의 웹 공간이 대화형으로 전환되며, 다수의 이용자는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수신자에서 쌍방향 상호작용 및 그 속에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생산의 주역이 되었다. 웹 1.0이 새로운 정보망에 기반한 인류의 인지cognition적 도약을 촉진했다면, 웹 2.0은 인간의 본원적 소통communication의 진작에 그 사회기술적 시스템의 이상을 둔 셈이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국의 장기화 속에서 웹 3.0시대로의 이행이 전세계적인 논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열풍, 아울러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기술 발전과 함께 점화된 차세대 웹 환경의 주된 특징은 탈중앙성decentralization, 개방성, 그리고 무신뢰trustless ∙ 무허가성permissionless으로, 이는 특정 주체의 중앙집중적 통제 없이 분산된 이용자들이 스스로의 웹 데이터나 콘텐츠를 ‘소유’하고 이를 활용한 독자적인 수익활동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이에 따르면, 탈중앙화된 웹에서의 개인은 메타(구 페이스북)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거대 플랫폼 소유의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이용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자신의 데이터나 콘텐츠에 대한 제어 및 소유권을 갖고, 이를 가상화폐 등으로 거래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아마존이나 구글, 메타 등 기성 플랫폼에 지나치게 치우친 권력을 이용자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점에서, 웹 3.0시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진정한 인터넷 자유를 구현할 미래 디지털 공간의 비전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비전의 지지자들은 디지털자산의 일종인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에 기반한 새로운 방식의 디지털 아트와 음원 등 웹 콘텐츠 거래를 웹 3.0의 정신이 구현된 초기의 사례로 흔히 언급한다. 수년 간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거나 회사의 부품으로 예술성과 노동력을 착취당해 왔던 인디 아티스트들이 NFT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공중과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는 것이다. 게임 내 경제 활성화를 통한 수익을 이용자에게 분배하는 성장 모델을 생태계의 핵심으로 하는 엑시인피니티나 크립토키티 등 일명 ‘돈버는 게임’으로 불리는 일련의 NFT기반 게임들도 또다른 예시로 활용된다. 물론 장밋빛 전망뿐인 것은 아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현재의 웹 3.0이 실체가 없는 마케팅 버즈워드에 불과하다는 회의를 표한 바 있다. 그는 웹 3.0 구상의 일부인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우리의 코 위에 TV를 얹는다고 그게 우리가 ‘메타버스에 있는 것’처럼 되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한다. 전 트위터 CEO 잭 도시(Jack Dorsey) 또한 웹 3.0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트윗은 “’웹 3.0’을 소유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벤처 투자자와 자본가들로, 웹 3.0은 이들의 인센티브를 위해 복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웹 3.0은 다른 이름표를 가진 또다른 중앙집중형 체제에 지나지 않을 것” 이라는 우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방식으로 인한 규제의 어려움과 커지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협 또한 웹 3.0 시대를 낙관할수만은 없게 하는 요소이다. 이러한 논쟁을 되짚어 볼 때, 지금 우리는 웹 전환기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 웹 패러다임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확실한 것은 웹 환경을 시대적으로 구분하는 개념들이 상당히 유동적이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논의 속에서 설계 및 주창된다는 것이다. 웹 2.0 또한 2004년 오라일리 미디어의 창립자인 팀 오라일리(Tim O’Reilly)가 첫 번째 웹 2.0 컨퍼런스에서 창시한 개념으로,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새롭게 성장한 인터넷 벤처 모델의 차별점을 도출하여 웹에서 촉발된 기술, 시장, 산업과 사람의 변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후 소셜 미디어의 발전과 이용자 생산 콘텐츠의 융성은 웹 2.0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작용한다. 결국 웹의 역사에 있어 한 세대를 구획하는 패러다임은 새로운 기술적 표준이나 특정한 혁신에 따른 명확한 분절이라기보다, 이것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 및 시대적 요구의 총체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에서 각 시대의 웹 환경을 구성하는 중심 가치의 생명력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웹 2.0 시대 초기, 참여∙공유∙개방의 원칙은 정보의 흐름과 부가가치의 창출 과정에서 이용자의 역할 제고 및 이에 기반한 플랫폼 산업 발전의 견인차가 되었다. 그러나 동일 원칙은 현재 제반산업의 성숙에 따른 소수 플랫폼의 독점적 지배와 이용자에 대한 과도한 권리 침해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 있어 얼마나 유효한가? 어쩌면 웹 3.0은 이미 그려진 것이 아닌 그려질 것, 혹은 그려지길 바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의 소환에 가까울 수도 있다. 우리는 웹 2.0에 수정주의를 가미해야 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구상에 돌입해야 하는가? 잭 도시가 말하듯, 가능성은 ‘a부터 z까지,’ 모든 것에 열려 있다.
저자는 본 지면을 빌어 인공지능, 로봇,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혁신기술의 등장이 야기하는 디지털 환경 및 이용자의 변화를 둘러싼 다양한 현상을 소개할 것이다. 특히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도의 관점에서 신기술이 디지털 플랫폼에 가져오는 변화에 중점을 두고,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생산자, 이용자, 정책결정자 등 다양한 이해 주체들이 구성하는 관계적 맥락 및 역학관계의 변화에 따른 사회, 문화, 경제적 함의를 폭넓게 살피며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과 고민들을 나눠 보고자 한다. 참고문헌 Aghaei, S., Nematbakhsh, M. A., & Farsani, H. K. (2012). Evolution of the world wide web: From WEB 1.0 TO WEB 4.0. International Journal of Web & Semantic Technology, 3(1), 1-10. Fuchs, C., Hofkirchner, W., Schafranek, M., Raffl, C., Sandoval, M., & Bichler, R. (2010). Theoretical foundations of the web: cognition, communication, and co-operation. Towards an understanding of Web 1.0, 2.0, 3.0. Future internet, 2(1), 41-59. 박소영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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