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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2.n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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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8 23:23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의 창시자로 꼽히는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는 1989년 탄생한 제 1세대 웹을 정보information의 연결망으로 규정했다. 이 시기 하이퍼텍스트 시스템의 도입은 곳곳에 두서없이 산재한 정보가 연결되고 검색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으나, 여기서 웹 상의 콘텐츠는 오직 읽기만 가능한 형태였다read-only. 약 십여 년 이후, 웹은 우리가 익히 알고 또 경험하는 2세대의 형태로 진화한다.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된 다양한 소셜 미디어가 대표적인 예다. 개방, 공유, 참여의 기치 아래, 단순한 정보의 비트(bit)를 넘어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망이 중심이 된 것이다. 읽기 전용의 웹 공간이 대화형으로 전환되며, 다수의 이용자는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수신자에서 쌍방향 상호작용 및 그 속에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생산의 주역이 되었다. 웹 1.0이 새로운 정보망에 기반한 인류의 인지cognition적 도약을 촉진했다면, 웹 2.0은 인간의 본원적 소통communication의 진작에 그 사회기술적 시스템의 이상을 둔 셈이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국의 장기화 속에서 웹 3.0시대로의 이행이 전세계적인 논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열풍, 아울러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기술 발전과 함께 점화된 차세대 웹 환경의 주된 특징은 탈중앙성decentralization, 개방성, 그리고 무신뢰trustless ∙ 무허가성permissionless으로, 이는 특정 주체의 중앙집중적 통제 없이 분산된 이용자들이 스스로의 웹 데이터나 콘텐츠를 ‘소유’하고 이를 활용한 독자적인 수익활동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이에 따르면, 탈중앙화된 웹에서의 개인은 메타(구 페이스북)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거대 플랫폼 소유의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이용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자신의 데이터나 콘텐츠에 대한 제어 및 소유권을 갖고, 이를 가상화폐 등으로 거래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아마존이나 구글, 메타 등 기성 플랫폼에 지나치게 치우친 권력을 이용자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점에서, 웹 3.0시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진정한 인터넷 자유를 구현할 미래 디지털 공간의 비전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비전의 지지자들은 디지털자산의 일종인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에 기반한 새로운 방식의 디지털 아트와 음원 등 웹 콘텐츠 거래를 웹 3.0의 정신이 구현된 초기의 사례로 흔히 언급한다. 수년 간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거나 회사의 부품으로 예술성과 노동력을 착취당해 왔던 인디 아티스트들이 NFT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공중과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는 것이다. 게임 내 경제 활성화를 통한 수익을 이용자에게 분배하는 성장 모델을 생태계의 핵심으로 하는 엑시인피니티나 크립토키티 등 일명 ‘돈버는 게임’으로 불리는 일련의 NFT기반 게임들도 또다른 예시로 활용된다. 

물론 장밋빛 전망뿐인 것은 아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현재의 웹 3.0이 실체가 없는 마케팅 버즈워드에 불과하다는 회의를 표한 바 있다. 그는 웹 3.0 구상의 일부인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우리의 코 위에 TV를 얹는다고 그게 우리가 ‘메타버스에 있는 것’처럼 되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한다. 전 트위터 CEO 잭 도시(Jack Dorsey) 또한 웹 3.0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트윗은 “’웹 3.0’을 소유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벤처 투자자와 자본가들로, 웹 3.0은 이들의 인센티브를 위해 복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웹 3.0은 다른 이름표를 가진 또다른 중앙집중형 체제에 지나지 않을 것” 이라는 우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방식으로 인한 규제의 어려움과 커지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협 또한 웹 3.0 시대를 낙관할수만은 없게 하는 요소이다.

이러한 논쟁을 되짚어 볼 때, 지금 우리는 웹 전환기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 웹 패러다임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확실한 것은 웹 환경을 시대적으로 구분하는 개념들이 상당히 유동적이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논의 속에서 설계 및 주창된다는 것이다. 웹 2.0 또한 2004년 오라일리 미디어의 창립자인 팀 오라일리(Tim O’Reilly)가 첫 번째 웹 2.0 컨퍼런스에서 창시한 개념으로,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새롭게 성장한 인터넷 벤처 모델의 차별점을 도출하여 웹에서 촉발된 기술, 시장, 산업과 사람의 변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후 소셜 미디어의 발전과 이용자 생산 콘텐츠의 융성은 웹 2.0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작용한다. 결국 웹의 역사에 있어 한 세대를 구획하는 패러다임은 새로운 기술적 표준이나 특정한 혁신에 따른 명확한 분절이라기보다, 이것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 및 시대적 요구의 총체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에서 각 시대의 웹 환경을 구성하는 중심 가치의 생명력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웹 2.0 시대 초기, 참여∙공유∙개방의 원칙은 정보의 흐름과 부가가치의 창출 과정에서 이용자의 역할 제고 및 이에 기반한 플랫폼 산업 발전의 견인차가 되었다. 그러나 동일 원칙은 현재 제반산업의 성숙에 따른 소수 플랫폼의 독점적 지배와 이용자에 대한 과도한 권리 침해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 있어 얼마나 유효한가? 어쩌면 웹 3.0은 이미 그려진 것이 아닌 그려질 것, 혹은 그려지길 바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의 소환에 가까울 수도 있다. 우리는 웹 2.0에 수정주의를 가미해야 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구상에 돌입해야 하는가? 잭 도시가 말하듯, 가능성은 ‘a부터 z까지,’ 모든 것에 열려 있다.

저자 지면을 빌어 인공지능, 로봇, 메타버스, 블록체인 혁신기술의 등장이 야기하는 디지털 환경 이용자의 변화를 둘러싼 다양한 현상을 소개할 것이다. 특히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도의 관점에서 신기술이 디지털 플랫폼에 가져오는 변화에 중점을 두고,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생산자, 이용자, 정책결정자 다양한 이해 주체들이 구성하는 관계적 맥락 역학관계의 변화에 따른 사회, 문화, 경제적 함의를 폭넓게 살피며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과 고민들을 나눠 보고자 한다. 
 

참고문헌
Aghaei, S., Nematbakhsh, M. A., & Farsani, H. K. (2012). Evolution of the world wide web: From WEB 1.0 TO WEB 4.0. International Journal of Web & Semantic Technology, 3(1), 1-10.
Fuchs, C., Hofkirchner, W., Schafranek, M., Raffl, C., Sandoval, M., & Bichler, R. (2010). Theoretical foundations of the web: cognition, communication, and co-operation. Towards an understanding of Web 1.0, 2.0, 3.0. Future internet, 2(1), 41-59.


박소영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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