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에 들어가서 지원자가 면접관을 마주하고 인사를 나누고 나면, 짧은 시간 안에 면접관은 지원자의 첫인상을 평가한다. 그러나 평가는 쌍방으로 이뤄진다. 지원자가 면접 중에 보여주는 이미지(외형, 인상관리, 언어적 및 비언어적 행동 등)은 면접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면접관이 지원자의 인상을 파악하는 동안 지원자 역시 면접관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어떤 면접관은 밝게 웃으며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주며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끄는가 하면, 또 다른 면접관은 마치 군인처럼 낮은 목소리로 지원서만 쳐다보며 내용들을 확인하듯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지원자는 최대한 빠르게 면접관의 성향을 파악하여 면접관이 선호할 만한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좋은 인상을 주고자, 높은 점수를 받고자 노력한다. 지원자가 면접관에 따라 수정 가능한 자신의 부분을 수정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위조 행위이므로 점수를 깎을 것인가? 아니면 그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인관계 기술(소프트 스킬)에 좋은 점수를 줄 것인가?
기업 채용과정에 인공지능(AI) 기반 기술들이 도입됨에 따라 지원자들은 더 바빠졌다. AI는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고, 면접을 본다. AI의 평가 점수가 최종 채용 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기업마다 차이가 있으나, 지원자들에게 AI는 ‘잘 보여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이제는 AI가 잘 해석할 수 있는 지원서를 써야 하고, AI 면접을 볼 때에는 AI가 선호할 만한 단어들을 사용하고, 시선처리 및 표정을 관리하고, 성격을 포장해야 한다. 이후 사람 면접관과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만난다면, 마찬가지로 면접관의 성향을 파악하고 호감을 살만 한 모습으로 면접에 임해야 한다. 지원자들이 가면을 바꿔 쓰느라 바빠진다면, 평가자(AI와 사람 면접관)들 역시 그들의 노력과 노력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약 AI 면접을 볼 때와 사람 면접관과 면접을 볼 때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지원자가 있다면, 그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그 지원자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까? 첫번째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분석이 도입된 사례를 찾아볼 수는 없으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AI 면접에 탑재된 기술만으로도 면접전형 간 지원자의 수행 차이를 파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면접에서 사용되는 AI는 시각 및 청각 데이터를 분석하여 지원자의 주요 특징들을 추출하고 소통 능력과 호감도를 판단하고, 기업 또는 지원 직군에 따라 다르게 요구되는 역량 또는 성격을 평가하게 된다. 이에 더불어 실시간 데이터와 누적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중력, 성실도, 정직성 등을 판단한다(midasit.com). 따라서 사람 면접관과의 면접 장면을 녹화하여 도입한 AI 면접에 동일한 분석을 요구한다면, AI 면접과 사람 면접관과의 면접에서 각기 추출된 점수를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첫번째 물음이 기술적인 솔루션으로 해결이 된다면, 사실 더 복잡한 문제는 두번째 물음에 있다. 직무 면접에서 인상관리(impression management)란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자신을 유능하고, 호감도가 높으며, 잠재력이 뛰어남을 설득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난다(Weiss & Feldman, 2006). 통상적으로 적극적(assertive) 인상관리와 방어적(defensive) 인상관리, 그리고 정직한 인상관리와 기만적 인상관리라는 두 축으로 인상관리 책략들을 구분할 수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정직한 인상관리가 기만적 인상관리보다 면접 평가와 더 강한 상관을 보여왔으나, AI의 등장에 따라 인상관리의 측정과 구분 방법, 그에 따른 인상관리 책략과 평가 결과 간의 관련성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동안의 인상관리 책략 연구는 단일의 인터뷰 사례에서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보인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책략만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AI 면접이 추가됨에 따라 AI 면접에서 사용하는 인상관리 책략이 사람 면접관과의 면접에서 사용하는 인상관리 책략과 서로 다른지, 혹은 두 면접 전형에서 어떤 쪽이 더 진실된 이미지에 가까운지를 밝히는 것에서부터 연구가 시작될 것이다. 따라서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특정 책략과 면접 평가 결과 또는 장기적 수행 평가 결과와의 상관만으로는 더 복잡해진 면접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상관리의 영향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목소리 톤 분석, 사용된 단어들의 유인가 분석, 눈맞춤 분석, 얼굴 근육 분석 등의 기술로 인상관리 책략 사용 여부 확인이 훨씬 용이해질 때, 인상 담당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만약 인상관리 책략 범주 별로 서로 다른 채점 기준을 적용하여 면접 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인상관리를 평가하도록 한다면, AI의 평가와 사람 면접관의 평가 간의 점수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어느 쪽의 의견을 최종 점수에 반영해야 할까? 평균일까 아니면 차이 값일까? 위 솔루션을 도출하기 위해 물론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겠지만, 그 전에 각각의 면접 전형에 적응하는 지원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기업 철학과 인재상이 결국 중심을 잡아야 한다. 업무 상대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변신하는 카멜레온 같은 인재를 원한다면 해당 기업에서는 면접 전형 간에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더라도 각 전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를 선별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윤리성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에서는 모든 전형에 걸쳐 지원자가 얼마나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지를 확인하여 채용을 결정할 수 있다. 발전된 기술은 편의를 향상시키지만, 자동화된 처리는 종종 원치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새로운 상황에 스스로 대처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뽑아야 하는 지원자를 놓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유인되는 지원자들의 공통 특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니 지원자의 어떤 모습에 점수를 줄 것인지 혹은 깎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AI의 몫이 아닌 경영자의 몫이며, AI 면접 프로그램은 이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AI와의 협업은 결국 기업이 무엇을 우선시하는지를 명확히 할 때 비로소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문혜진(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참고문헌: Weiss, B., & Feldman, R. S. (2006). Looking good and lying to do it: Deception as an impression management strategy in job interviews.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36(4), 1070-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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