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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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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0 12:48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실제 주변 환경에 가상의 객체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가상현실이 컴퓨터가 구현한 가상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증강현실은 우리가 보는 시야에 추가적인 정보를 증강해주는 것이다. 증강현실은 VR(Virtual Reality)과 비교했을 때 생활에 더 밀접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VR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외부와 차단된 HMD를 착용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현재 발표되거나 개발중인 소비자 대상의 증강현실 기기는 안경의 형태이며, 충분한 성능이 갖춰진다고 가정하면 예상되는 편의성이 매우 높다. 단적으로 길을 찾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서 지도를 확인하는 것과 안경에 경로가 표시되는 것은 매우 큰 차이이다.

실용화된 증강현실을 사용하는 것은 미래를 그린 여러 매체에서 종종 등장한다. 미래 혹은 보다 진보된 다른 문명의 기술적인 발전을 표현하기 위해 증강현실 사용자의 1인칭 시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소개되었다. 영화 로보캅(1987)과 터미네이터 2(1991)에서 각각의 시야에 등장하는 객체에 대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표시하거나 입력된 명령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아이언맨(2008)에서는 주인공 헬멧 전면 내부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외부 시야를 구현하며 추가적으로 객체에 대한 정보, 비행 계기 정보, 조준 상황 등을 증강하여 표시하는 방식으로 HMD(Head Mount Display)를 이용한 증강현실을 보여주었으며 같은 영화에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안경도 등장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 드래곤볼(1984)에서는도 외계인들이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해당 작품에서 등장하는 스카우터는 얼굴 한쪽에 착용하는 단안 고글(goggle)의 형태로 고글에 적에 대한 정보나 목적지 경로 정보 등을 표시하는 증강현실 기기이다.

우리가 가장 활발하고 유용하게 사용하는 간단한 증강현실 기술은 HUD(Head Up Display)라고 할 수 있다. HUD는 항공기 조종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안되었다. 항공기를 조종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인 속도, 수직 속도, 고도, 방향, 자세 등은 각각의 계기에 표시된다. 항공기를 조종하기 위해 시선을 상하로 전환하며 주변 정보를 살피면서 동시에 항공기의 계기가 주는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계기 한 두개 정도만 확인하는 것도 상당한 주의력을 필요로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난이도가 높고 위험하다. 그래서 조종사가 고개를 든 채로 주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Head Up Display라고 명명했다. HUD는 비스듬한 반투명한 유리판 하단 디스플레이를 배치하여 유리판 너머의 환경을 바라볼 때 하단 디스플레이에서 표시하는 정보가 겹쳐 보이도록 한 것이다. 항공기 조종과 전투를 함께 수행해야하는 군용기에서 먼저 실용화되었으며, 시간이 지나며 민간 항공기에도 적용되었다. 이 기술은 198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에도 적용되기 시작하여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HUD는 특정 위치에서 고정된 방향의 시야에서 사용하도록 고안되어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증강현실 기술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출현한 이후 오랜 기간 스마트폰을 활용한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이 종종 등장했지만 간단한 체험 정도의 수준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포켓몬고(Pokemon GO)가 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포켓몬고는 모바일 증강현실 게임 인그레스(Ingress)를 개발한 나이앤틱(Niantic)이 닌텐도(Nintendo)에서 포켓몬 IP(Intellectual Property)를 받아 개발한 것이다.

포켓몬고는 위치 정보 기반 증강현실 게임이다. 게임 지도에 포켓몬이 등장하면 포획 상태로 전환되며 포획 상태의 화면은 증강현실이 된다. 이렇게 포획한 포켓몬을 성장시키고 특정 위치에 있는 체육관을 획득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결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게임 내적인 재미가 깊지 않고 증강현실의 완성도도 많이 부족했지만 새로운 경험과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IP의 결합을 내세워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2016년 출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으며 2주 만에 4천 5백만의 사용자를 기록했다. 출시 당시 국내 언론도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정도이다. 2020년에 상반기에도 4억 4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출시 이후 최대 실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외출량을 크게 늘리는 효과를 보였으며, 미국인들이 미터법의 존재를 알아챘다! 포켓몬고는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던 IP가 당시 새로운 경험인 증강현실과 만났을 때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게 되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이용한 증강현실 앱 구현을 위해 구글(Google)과 애플(Apple)은 증강현실 구현을 위한 도구인 ARCore와 ARKit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실감나는 증강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증강현실 기술에서 구현한 객체가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서 주변 환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미지 프로세싱(Image Processing)과 위치 센서, GPS 등의 정보를 처리하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하는 것이다.

증강현실 기기는 현재 대중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B2B(Business To Business)에서는 활용이 확대되는 중이다. 물류기업인 DHL은 구글글래스의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비전피킹(Vision Picking) 기술을 시험 및 적용하고 있다. 비전피킹은 직원이 물류 작업을 할 때 제품의 위치, 수량 등의 정보를 증강현실로 제공하고 기기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바코드를 읽어드리는 기술이다. 보잉(Boeing)은 배선 공정에 증강현실을 도입했다. 항공기를 제작할 때 매우 많은 배선이 필요하며 모든 배선을 정확한 위치에 연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증강현실 기기를 사용한다. 보잉은 이를 통해 25%의 공정 시간 단축을 달성했다.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도 우주선 제작 과정에 증강현실을 도입했다.

최신 증강현실 기술의 가장 빨리 적용되는 것은 군사분야이다. 앞서 언급한 HUD가 항공기 조종을 돕기 위해 개발된 것처럼 F-35의 조종사용 헬멧에 HMD(Head Mount Display)가 적용된 증강현실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이 헬멧에는 기존의 HUD에서 표시되던 계기 정보나 조준 정보만이 아니라 야간 시야(Digital Night Vision), 전자광학 시스템(Electro Optical Distributed Aperture System, EO-DAS), 데이터 링크(Data Link)까지 통합한 정보를 헬멧 내부에 표시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1년 미 육군과 증강현실 체계인 IVAS(Integrated Visual Augmentation System)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계약 금액은 219억 달러에 달한다. IVAS는 홀로렌즈 2(HoloLens 2)를 기반으로 군사 작전에 필요한 센서와 기능을 추가한 체계이다.

증강현실이 지금보다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높은 성능의 저렴한 기기가 필요하다. 현재 다양한 IT 기업에서 증강현실 기기를 대중화하기 위한 개발을 하고 있으나 성공한 경우는 아직 없다. 증강현실 기기는 스마트폰과 같이 생활 밀착형 도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향후 비약적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이다.

박상용(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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