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의 디지털 환경이 대중에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돈을 벌게’ 해준다는 것이다. 많이들 얘기하는 X2E(X-to-Earn) 모델이다. 여기서 ‘X’에 대입되는 활동은 다양하다. 게임(Play), 운동(Move), 소비(Consume), 창작(Create), 학습(Learn) 등, 각종 온라인 활동을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다고 한다. 블록체인 생태계의 확산과 가상자산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플랫폼 또한 이용자 활동에 따른 보상에서 그들 미래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 X2E의 형태는 몇 년 전부터 언론에 회자되며 온라인 공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게임 기반 수익형(P2E: Play-to-Earn) 모델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베트남에서 시작된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나 미국의 ‘로블록스(Roblox)’ 게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엑시 인피니티는 2018년 베트남의 게임 스튜디오인 스카이마비스(Sky Mavis)에 의해 출시됐으며, 주요 가상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과 연동된 인게임(in-game) 통화(AXS)를 통해 게임 내 경제 생태계를 구축했다. 게임 캐릭터인 ‘엑시’를 활용해 던전을 돌거나(어드벤처) 다른 사용자와의 배틀(아레나)을 통해 보상을 받는데, 여기서 엑시나 기타 게임 아이템을 NFT화하거나 엑시 간 교배(브리딩)를 통해 희소성이 있는 엑시를 창출하여 거래할 수도 있다. 한편 로블록스는 2006년 미국의 게임 개발자인 데이비드 바수츠키(David Baszucki)와 에릭 카셀(Erik Cassel)에 의해 개발 및 출시됐고, 자체 화폐인 로벅스(Robux)를 통해 이용자가 직접 게임제작 뿐 아니라 게임 아이템 제작 및 거래에 참여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잇는 것이 최근 주목받는 M2E (Move-to-Earn) 모델인데, 그 대표주자로는 지난해 말 호주에서 개발된 스테픈(StepN), 국내 벤처스타트업인 프로그라운드(proground)에서 출시한 슈퍼워크(SuperWalk)가 있다. NFT화된 운동화를 구매한 후 걷기나 뛰기 등의 운동을 통해 자체 코인을 채굴할 수 있게끔 하는 방식으로, 이 코인을 통해 NFT 운동화를 꾸미거나 합성, 거래할 수 있다. P2E와 달리 가상자산을 오프라인 활동과 결합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용자들과 산업계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이용자 창작물과 이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이익을 공여하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형 플랫폼의 공통된 특징이다. 서비스 제공자가 파생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갔던 기존의 모델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여기서 거둔 이익은 단순한 게임머니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게임통화나 자체 코인 등은 외부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달러 등의 실물 화폐로 현금화하는 등 실물자산과의 교환가치를 갖고 있다. 그 수익의 규모 또한 화제의 대상인데, 일례로 2021년 중반 팬데믹 당시 필리핀 등 동남아 등지의 저소득 국가에서는 게임만으로 해당 국가의 평균 월소득을 넘게 벌어들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CNBC는 127만명에 달하는 로블록스의 이용자 게임 제작자들이 2020년 기준 약 1만 달러의 평균 수익을 거두었으며, 이 중 상위 300명은 그 수익이 무려 10만 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서비스가 시작된 M2E 계열 플랫폼의 경우 아직 정확한 수익을 예측하기 이른 시점이나 2022년 6월 기준 3백만명 이상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기록하는 등 플랫폼 자체의 인기는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전개는 수익형 플랫폼의 잠재력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금전적 보상은 플랫폼 활동에 참여하고 몰입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며, 누적되는 보상의 경험은 그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효과적인 유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의문과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첫째로, 플랫폼 이용자의 활동에 대해 지급할 수익이 어디서 나오는지의 문제이다. 여러 X2E 플랫폼들은 이를 새로운 이용자의 유입에 의해 해결하고 있다. 엑시인피니티의 ‘엑시’ 분양, 혹은 스테픈 등에서 운동화를 구입하고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150만원의 초기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처럼 새로운 이용자 유입을 통한 수익으로 기존 이용자에 분배할 보상을 ‘돌려막기’ 한다는, 일종의 폰지 방식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가상 자산 자체의 불안정성은 위 문제의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변동이 잦은 가상화폐 가치가 폭락할 때 새로운 가치를 유입할 신규 이용자의 유입 또한 줄어듦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익형’ 모델이 갖는 근본적 한계를 또한 지적되고 있다. 이용자가 플랫폼을 활용하는 근본적 목적이 수익 획득으로 변질될 때, 이들의 활동은 플랫폼 성장을 위한 노력보다는 플랫폼을 통해 획득한 자산의 현물 전환으로 이어져 플랫폼 생태계의 전반적 가치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어서다. 앞선 문단에서 언급한 마지막 지점은 플랫폼의 ‘생산성(generativity)’이 갖는 사회문화적 의미와 연결지을 때 우려를 심화시킨다. 플랫폼—보다 넓게는 인터넷 전반—에서의 ‘생산성’은 전체 시스템의 분산된 개별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새로운 결과물이나 구조, 또는 행위를 창조하고 생산하는 능력(Zittrain 2006; Tilson, Lyytinen, & Sørensen, 2010)을 일컬으며, 이는 UGC와 같은 이용자 창작물부터 기존 창작물에 자신의 기여를 더하는 리믹스(remix) 컬쳐, ‘아랍의 봄’, ‘#미투’와 같은 소셜네트워크/해시태그 기반 사회운동까지, 자유로운 인터넷 문화의 근간이 되어 다양한 문화적 창조와 사회적 실천의 촉매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수익형 모델은 ‘수익’증가를 위해 ‘바람직한’ 행위의 양식을 원천적으로 규정하는 측면이 있다(e.g., 희소하거나 독특한 NFT 민팅, 게임하기, 운동하기 등—X하기). 물론 이용자 창의성에 따라 활용 영역과 범위가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나, 플랫폼 운영진은 이 중 ‘수익화’와 연결되는 지점을 선택적으로 결정하거나 조정하는 등 이용자의 활동에 대해 눈에 보이진 않으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많은 X2E 프로젝트는 단순한 수익 창출 이상의 ‘경험’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꼽고 있다. 이용자가 이 ‘경험’을 생산하는 주체가 될지, 혹은 생산되는 객체로 머무를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박소영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참고문헌: Tilson, D., Lyytinen, K., & Sørensen, C. (2010). Digital infrastructures: The missing IS research agenda. Research commentary.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21(4), 748-759. Zittrain, J. (2006). The Generative Internet, Harvard Law Review, 119, 19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