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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의 실패와 혼합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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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2 19:55



지난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온라인 활동을 통해 비대면에 익숙해지면서 메타버스(Metaverse)가 크게 주목을 받았지만 코로나가 종식되고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게 되면서 뜨거운 관심은 수그러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의 긍정적 미래를 제시했지만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기술 수준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서비스만 존재했으며 메타버스라는 용어만 난립했다. 메타버스라는 명칭은 매우 다양한 개념을 포괄하는 엄밀하지 못한 용어였기 때문에 기존에도 존재했던 다양한 서비스들까지 통칭하여 불렀기 때문이기도 하다. 메타버스에 주목하여 사명을 변경했던 메타(페이스북)가 대표적인 사례로 메타의 기기인 오큘러스(Oculus)는 기존의 기기와 비교하여 저렴한 가격과 높은 성능을 보여주었으나 충분하지 못했고, 메타의 서비스인 호라이즌(Horizon)도 만족할만한 사용자를 모으지 못했다.

디지털 서비스의 발달은 컴퓨터 성능에 큰 영향을 받지만 비례하지 않는다. 컴퓨터의 성능이 시간에 따라 비교적 꾸준히 향상되어 왔다면 디지털 서비스는 특정 임계점을 기준으로 폭발적인 성장과 안정기를 갖는다. 대형 컴퓨터만 존재하던 시기에 개인용 컴퓨터(PC)가 개발되고 사무용 프로그램이 보급되던 것이나 인터넷 이후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로 인해 가정에 보급되던 시기,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개개인이 하나씩 소유하는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디지털 서비스의 발전은 해당 서비스에 접근하는 난이도가 얼마나 하락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3D TV가 실패한 이유를 알 수 있다. 3D TV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 3D 안경을 쓰고 몇 시간동안 시청해야 되는 것은 접근 난이도가 너무 높다. 마찬가지로 가상현실에 치우쳐 있던 메타버스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변 상황과 차단하는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몇 시간 동안 팔을 휘저어야 한다는 것도 접근성이 나쁘다.

향후 모든 것을 통합하게 될 디지털 서비스는 혼합현실의 형태를 하고 있을 것이다. 애플이 최근 발표한 비전 프로(Vision Pro)는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발표의 내용을 보면 혼합현실에 몇 가지 주목할만한 기능을 추가했다. 높은 해상도, 시선 추적, 패스 쓰루(Pass Through) 등이다. 해상도가 높으면 현실에 배치하는 객체가 더 자연스러워지며 글씨를 읽기 편하게 된다. 시선 추적을 통해 컨트롤러가 필요 없어지고 응시하는 것이 마우스 커서를 대체하게 된다. 패스 쓰루는 옆에 있는 사람과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기능은 접근성과 장시간 사용을 위한 것이다. 컴퓨터를 쓰기 위해 특정 장소에 방문하다가 직장에서 쓰게 되었고,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주머니에서 꺼내 들게 되었다. 이제 눈 앞에 착용하고 다닐 단계이다. 현재 한계는 명확하다. 아직도 기기는 너무 크고 무거우며 배터리는 충분한 작동시간을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는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방향을 찾았고, 달리기만 남았다.

박상용(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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