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의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기존에 자연어 생성 모델인 GPT 시리즈가 공개되었을 때보다 일반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이어지는 이유는 사용자 편의성에 있을 것이다. 기존의 GPT 시리즈는 인공지능에 대한 공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사용하기 어려웠지만, Chat-GPT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이기 때문에 인터넷 공간에서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Chat-GPT는 너무나 다재다능해서 다양한 전문직 영역에서 그 성능이 입증되고 있다. 미국 모의 변호사 시험,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 상위 10%의 성적을 거두었고, 인공지능 개발자의 영역인 코딩 작성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뛰어난 성능만큼 Chat-GPT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강하다. 일자리 대체의 문제, 허위 정보의 생성과 유통의 문제, 성적·인종적 편견의 문제, 저작권과 표절의 문제, 개인정보의 문제 등 Chat-GPT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심지어 GPT-4보다 성능이 좋은 인공지능 개발을 최소 6개월 동안 중단하고 그동안 인공지능 윤리와 투명성에 대해 논의하자는 성명서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Chat-GPT는 시나 소설 등 문학 창작의 영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물론 Chat-GPT의 등장 이전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문학 창작 즉 ‘생성 문학(Generative Literature)’에 대한 논의들은 이루어졌었다. 프랑스의 작가 Alain Robbe-Grillet는 컴퓨터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을 사용하여 문학 및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과 관련하여 생성 문학 및 예술의 성장 분야를 탐구하는 에세이 모음집 『Generative Literature and Generative Art: New Essays』(1983)를 발표하였고, 프랑스의 시인 Jean-Pierre Balpe는 컴퓨터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문학 작품을 창작하는 방식인 생성 문학의 원리와 프로세스를 설명한 논문 「Principles and Processes of Generative Literature: Questions to Literature」(2005)를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 작가인 Philip M. Parker는 수많은 디지털 시집을 만들어서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판매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기존의 생성 문학은 다분히 문학적 실험의 영역에 그치고 있었는데, 알파고 사태는 이를 다시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공지능으로 창작한 단편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2016),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2021) 등이 공개되면서 생성 문학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생성 문학’ 작품의 창작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공학적 지식이 필요하였다. 그런데 2022년 Chat-GPT의 등장은 ‘생성 문학’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인공지능에 대한 공학적 지식이 없이도 ‘생성 문학’의 창작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마존에는 Chat-GPT를 활용해 작성한 200권 이상의 전자책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간 작가와 Chat-GPT의 협업으로 창작된 다양한 도서들이 출간되고 있고, 문학 작품들도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는데, 정지돈의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복도가 있는 회사>1), 김달영 외 7인의 SF단편선 『매니페스토』 2)등이 그것이다. 정지돈은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복도가 있는 회사’라는 제목 아래, 다양한 설정과 인물을 반복해서 제시하고, 그때마다 Chat-GPT가 서술한 짧은 이야기를 대상으로 연결이 될 수 있거나 흥미로운 부분을 추출하고 배열해서 소설을 만들고, 이것을 다시 Chat-GPT에게 제시해서 뒷부분을 쓰게 하는 방식을 반복해서 작품을 완성했다고 하였다. 『매니페스토』 역시 유사한 과정을 통해 창작되었다. 이러한 Chat-GPT의 협업 과정에서 작가들은 모두 놀라움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정지돈은 Chat-GPT와 상호 작용하면서 유연하게 자신의 문장과 생각하는 방향을 Chat-GPT에 맞추고 있는 자신에게 놀라워했고, 『매니페스토』의 저자들은 주문하지도 않은 복선을 만들어내고, 짧은 문장 하나만 줘도 그럴듯한 문단을 출력해주며, 손색없는 결말까지 써주는 Chat-GPT의 성능에 놀라워했다. 정지돈과 『매니페스토』의 저자들의 놀라움은 그 대상이 각각 ‘Chat-GPT와 상호 작용하는 인간의 유연함’과 ‘Chat-GPT의 성능’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여주는데, 이러한 놀라움은 각각 ‘Chat-GPT를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Chat-GPT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생성 문학’의 관점에서 Chat-GPT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은 ‘사진’에 대한 예술의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19세기 등장한 사진은 원래 회화의 영역에서 재현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기술로서 사진의 놀라운 재현성은 회화의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경각심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화가들은 사진 기술이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 두려워했고, 이러한 두려움은 사진을 프랑스판 악마의 예술로 규정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사진 기술은 실제로 화가의 자리를 위협하기도 했다. 1840년대 소형 초상화가들 대다수가 직업사진사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 기술은 더욱 발전했지만, 사진 기술이 화가를 온전히 대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록의 도구로서 사진이 재현의 영역을 담당하면서 화가들은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영역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로써 근대미술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사진은 단순히 재현의 도구로만 기능하지 않았다. 회화주의, 분리주의, 포토몽타주 등 사진을 회화와 같은 예술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이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현대 사진은 작가의 주관적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즉 사진의 놀라운 재현성은 회화의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사진과 회화는 상호 영향 관계 속에서 각자의 미학을 추구하며 독자적인 예술영역을 구축한 것이다. 19세기 사진을 바라보던 회화의 시선은 2000년대 중후반 디지털카메라의 보편화 속에서 디지털 사진을 바라보는 사진의 시선과 이어진다. 아날로그 기반의 사진예술 영역에서 디지털 사진 기술은 단순히 기술의 대체가 아니라 ‘사진의 죽음’으로 이해되었다. 실재와 재현, 현실과 가상,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무너뜨린다고 부정된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시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재의 디지털 사진은 객관성과 진실성에 기반한 20세기의 사진을 해체하는 혁신적인 ‘포스트 사진’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의 객관성과 진실성으로 인해 아날로그 사진가들이 편집자에 머무르게 했다면, 디지털 사진가는 사진을 통해 “질문하고, 주장하며, 소통하는” 적극적인 저자로 변모된 것이다. 그렇다고 디지털 사진이 사진을 대체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며, 오히려 디지털 사진은 사진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여겨진다. 디지털 사진이 사진 속의 타자들과 ‘동시적’으로 관계하며 ‘새로운 협력자’가 되는 과정은 ‘타자의 고통’에 대한 그리고 ‘사진가의 무책임’에 대한 수잔 손탁(Susan Sontag)의 경고가 없었다면 결코 완수되지 못했을 것으로 파악되는 것이다.3) 아직 Chat-GPT를 활용한 생성 문학은 실험적인 단계로써 예술성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사진, 디지털 사진 기술이 기존 예술가를 온전히 대체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예술가를 등장시킨 것처럼, Chat-GPT 역시 자신에게 더욱 효율적으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을 갖춘 새로운 작가층의 등장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회화와 사진, 사진과 디지털 사진이 변증법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독자적인 예술영역을 구축한 것과 같이 ‘생성 문학’ 역시도 기존 문학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변화를 초래하고 독자적인 예술영역을 구축해 나갈 가능성은 다분할 것이다.
강우규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소설가 정지돈이 챗GPT를 활용해 쓴 첫 소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복도가 있는 회사>, https://www.esquirekorea.co.kr/article/75968 2. 김달영 외, 『매니페스토』, 네오픽션, 2023.04.03. 3. 최종철(2021), 「디지털 사진의 ‘작은 역사’: 포스트 사진 비평을 위한 역사적 기준들」, 『서양미술사학회논문집』 55, 서양미술사학회, 117-13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