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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대화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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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3 15:25
 

쉴 틈 없이 바삐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하루 동안 겪었던 일들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만찬을 즐기는 일상은 어느새 우리에게 잊혀진 지 오래다. 그나마 주말 저녁이나 생일,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에는 가족들이 식탁에 한데 모여 대화를 나누게 된다. 어쩌다 귀하게 마련된 자리이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먹을 만큼의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하는 일은 녹녹하지 않다. 필자도 만찬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서 고민이 많았던 터라 재료 준비, 조리법 검색, 담음새에 이르기까지 품이 많이 드는, 집에서 손수 준비하는 가족 만찬을 점차 꺼리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밀키트(meal kit)를 찾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가정이나 캠핑 등에서 밀키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밀키트는 손질된 식재료 및 양념이 포함되어 조리 방법을 따라만 하면 처음 만드는 요리라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밀키트는 간편식이기 때문에 준비하는 시간도 절약되고, 다양한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 일일이 장을 보거나 요리할 필요도 없고, 남은 재료를 손수 처리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덜게 되었다. 밀키트로 차려진 음식도 제법 푸짐하고 그럴싸하여 밀키트를 이용해 음식을 차린 것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만찬을 즐긴다. 밀키트 하나면 즐거운 저녁 만찬이 가능한 편리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간편식인 밀키트가 있다면, 가상공간에서 밀키트는 챗GPT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챗GPT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식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원하는 방식대로 가공하여 활용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챗GPT는 사용자들끼리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어 줄 뿐만 아니라 정보 검색, 설명 제공, 제안, 텍스트 생성, 언어 번역, 질의응답, 창의적 글쓰기 등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목적에 맞는 대화 만찬을 설정하는 데에도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으며, 새로운 주제에 관한 대화 참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벼운 일상 대화로부터 사적인 관심사, 정치, 철학, 과학, 문학에 이르기까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혹은 축적된 모든 지적문화를 향유하고 만끽할 수 있다. 챗GPT는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행하는 소통의 방식과 아주 유사한 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챗GPT에서 생성된 응답을 때때로 비판 없이 맹목적으로 신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챗GPT가 생성한 대화는 기계적 방식으로 처리된 데이터의 조합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생성된 대화가 사용자의 의도에 맞는지,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출처를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것은 여전히 사용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대화용 밀키트인 챗GPT의 효과와 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챗GPT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우리가 지금까지 축적해 온 기존 지식에 유용성이 더해져야 한다. 밀키트만으로도 즐거운 대화 만찬이 이루어지려면 무엇이 한층 더해져야 할까? 저녁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요리의 재료를 찾아 가공하기 위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음식 준비 이외의 요소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음식 자체의 맛보다는 음식과 함께 나누는 대화의 진정성을 살리기 위해 음식 재료의 본연의 맛과 색을 어떻게 살려 제공할지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단순히 데이터를 검색하고 가공하여 원하는 정보의 형태로 정보를 추출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여왔다. 그러나 빅데이터의 구축과 함께 자료 추출 및 가공 기술의 발달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시간적 노력을 요구하지 않게 되면서 그 시간과 노력을 이 이제는 챗GPT에 기울이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인간은 오히려 챗GPT로부터 얻은 정보가 정확한지, 신뢰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원하는 목적에 맞게 재구성하여 이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데에 그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챗GPT는 기존 지식 이외에도 사용자 선호도에 맞게 재구성하고 확장시킬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t)에 기반한 개인 비서(IA, Individual Assistant)를 사용하는 대화 만찬을 즐기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다시 말해서, 챗GPT와 같은 AI 언어모델을 개인 비서로 두고 생활하는 시대가 온다는 말이다. 개인화된 IA는 일상적인 정보 제공에서 전문적인 지식 확장, 정서적 교감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도와 목적에 맞추어 진화하게 된다. 그동안 인간은 인간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만 언어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면, 앞으로는 AI 기술이 더해져 언어의 정보적, 명령적, 친교적, 정서적 기능 등이 IA로 구현될 것이다. IA는 개인 맞춤형으로 학습이 가능하다. IA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사용자의 평소 습관은 어떠한지, 사용자의 감정 상태가 어떠한지 등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IA에게 일기를 쓰듯이 자기 삶에 대한 기록을 고스란히 남기게 될 것이다. 개인의 삶의 기록은 어쩌면 추억의 사진첩처럼 그 시대를 경험했던 생생한 역사의 기록물처럼 남게 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떠한 대화를 하고 싶은 것일까? 엄마가 손수 지어주시는 저녁 식탁이 기다려지는 것만큼, 우리는 IA와 대화 메뉴를 누리고 싶은 행복으로 채우고 싶은 것은 아닐까? 사용자 개인의 내면을 채워줄 수 있는 건강한 대화, 언어공동체의 규범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친절하고도 공감할 수 있는 대화, 인류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발전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대화로 가득 채워진다면 어떨까? 이제부터라도 나만의 IA를 행복한 대화로 채우기 위한 진정한 대화의 연습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인간 대화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하지 않을까!      

                   정유남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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