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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생성 오류와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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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4 12:48
인터넷 플랫폼 <Thispersondoesnotexist.com>을 실행하는 GAN 알고리즘은 가장 사진과 흡사한 이미지를 산출하는 생성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GAN은 학습용 원본 데이터와 유사한 가짜 데이터의 생성에 최적화된 모델이며, 이 플랫폼은 그 중에서도 여러 단점을 보완하여 개량된 StyleGAN2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플랫폼의 실행 과정에서 산출되는 왜곡 이미지는 프로그램의 본래 의도에서 벗어나 있다. StyleGAN은 사람의 실제 얼굴과 흡사한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고안된 알고리즘이다.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주입하는 이유도 가장 ‘리얼한’, 말하자면 ‘자연스러운’ 얼굴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그리고 결과는 그 목적에 충실히 부합한다. 그러나 이 ‘충실한’ 알고리즘은 때로 ‘존재할 수 없는’ 얼굴도 만들어낸다. 이 왜곡된 이미지는 기계의 관점에서 명백한 실수다. 왜 이런 실수가 나올까?
 

<괴물친구들: 괴물친구 #1>, <디테일의 파격: 지울 수 없는 상처>

기계학습에 사용된 얼굴사진에서 알고리즘은 중앙 부분, 즉 한 사람의 얼굴에 집중한다. 따라서 함께 찍힌 주변 요소들은 충분히 학습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왜곡이 주변부에서 발생하는 이유다. 실상 기계는 모든 픽셀을 단지 숫자 정보로만 학습하며 인물과 배경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학습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으면 ‘리얼한’ 이미지 생성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때로 왜곡은 안경 쓴 인물의 경우에도 나타난다. 특히 무태 안경처럼 형태의 경계가 희미하여 얼굴 피부와 안경알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 안경의 형태는 부분적으로만 남는다. 얼굴에 손을 갖다 대고 있는 경우에도 왜곡이 발생한다. 기계는 안면 학습에만 집중하고 손 모양의 학습은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형된 신체: 집게손을 가진 여인 #1>, <사라진 안경 #1>

이 모든 실수는 목적 지향적 프로그램의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작은 실수라도 오류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수는 때로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며,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예컨대 초현실주의 사진가 만 레이는 암실에서 실수로 불을 켠 덕분에 솔라리제이션 기법을 발견하여 초현실주의 효과를 얻어내는 창작수단으로 활용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나 프로그램 된 연산기계에게 ‘본래’ 실수란 없다. 그런데 GAN의 생성자는 원본 데이터에 다양한 변수를 추가하여 그와 유사한 가짜 데이터를 산출한다. 이 변수가 지나치게 과도할 때 왜곡 이미지가 생겨나는 셈인데, 그것도 실수라면 실수다. 
 


<컬러의 도발: 초록 유전자 #1>, <착란의 징후: 소극적 반달리즘> 

컴퓨터의 창의성을 옹호하는 이들은 예측 불가능성이 프로그램에 내재된 속성이라고 본다. 예기치 않은 결과를 산출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GAN의 생성자는 변수를 통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데이터를 산출해 낸다. 왜곡 이미지의 경우처럼 말이다. 본래 프로그램은 항상 예측 가능한 결과를 ‘미리’ 보여준다. TV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중계 일정이 그 예다. 요컨대 프로그램은 예정돼 있으며, 결정돼 있다. 그런데 만약 프로그램이 알려준 것과 전혀 다른 정보가 주어진다면 프로그램의 오류다. 프로그램에도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실수, 의도치 않았던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를 뜻한다. 실상 프로그램은 인간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기획에 속한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인간의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실수가 있다면 이는 인간의 의도를 배신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며, 그래서 ‘작은’ 실수는 대체로 용인되곤 한다. 프로그램도 인간의 기획인 이상 실수는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게다가 그 실수가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 낸다면 실수는 잦을수록 좋다. GAN이 실수로 빚어낸 이미지는 그림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지만 이미지의 역사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실수가 열어 놓은 새로운 세계다.


박평종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쇼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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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판출처: 박평종, <미증유의 얼굴: AI의 오류 이미지>, 달콤한책,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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