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발간 작업이 진행 중인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의 총서 시리즈 중 하나인 인문데이터해석학에 대한 소개 글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덧붙여, 인문데이터해석학 집필진의 한 사람으로 주어진 지면에 담지 못한 필자의 견해를 본 칼럼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문데이터해석학’이라는 용어를 마주하는 순간 열에 아홉은 인문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것이다. 여러분이 짐작한 그대로이다. 그렇다면 모름지기 인문데이터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 할 것이다. 인문데이터(humanities data)란 좁은 의미로는 문학, 역사학, 철학, 언어학 등의 인문학분야에서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넓게는 인간의 인식 및 경험 등을 포함하여 인간과 관련된 일체의 데이터를 통틀어 인문데이터로 정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는 데이터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듯하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데이터란 (1) 이론을 세우는 데 기초가 되는 사실 또는 바탕이 되는 자료, (2) 관찰이나 실험, 조사로 얻은 사실이나 자료, 또는 (3)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문자, 숫자, 소리, 그림 따위의 형태로 된 자료이다. 다시 말하면 데이터는 제반 연구영역에서 수집한 자료를 일컫는다. 다음으로 데이터 해석이란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수집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조직화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다. 데이터 해석은 기본적으로 분석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검토하고 적절한 결론에 도달한다. 따라서 인문데이터해석학은 인문데이터를 분석하여 의미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데이터 분석 및 해석에 친숙한 독자라면 기존의 데이터 과학 혹은 데이터 해석학과 인문데이터해석학의 차이점이 궁금할 것이다. 인문데이터해석학은 인문학적 관점을 통해 데이터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음에 주목하길 바란다. 오늘날처럼 기술 의존적인 시대는 종종 로직(logic), 코드(code)와 체계적인 문제 해결(problem-solving)로 특징지을 수 있으나, 알고리즘 및 데이터 구조의 이면에는 때때로 간과되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측면이 있다[1]. 인문학자는 바로 이러한 측면을 탐색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문데이터해석학에서는 이른바 과학 및 기술 의존적인 학문 분야의 대표주자인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전공자를 보조하는 역할이 아닌 데이터 해석에 있어 새로운 방향과 통찰력을 제시하는데 있어 선구자로서의 인문학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일례로 인간의 인지 및 지각 양상을 통해 인문학자의 역할을 들어보자. 인간은 시청각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를 카테고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이것은 ‘꽃’이고, 이것은 ‘다듬이 소리’라는 식으로 입력된 정보를 카테고리화한다. 그러나 입력되는 모든 정보가 뚜렷하게 ‘A’ 혹은 ‘B’로 카테고리화 되지는 않는다. ‘A’와 ‘B’ 사이에는 ‘A같은 B’, ‘B같은 A’, ‘A같기도 하고, B같기도 한’, ‘A가 다분하나 B도 들어 있는’ 등 서로 별개로 분리하기 어려운 지각 영역이 존재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양상은 문화권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문화권에서도 같은 정보를 어떻게 지각하느냐는 성별, 나이, 직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현상과 맥락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의 경우 STEM에 기반한 과학적 분석과 논리적 추론만으로는 그 지각적 양상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사회, 역사, 문화, 언어 등 맥락 지향적이고, 데이터 이면에 숨어 있는 스토리를 탐색하는 인문학자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이는 바로 인문데이터해석학에서 바라보는 인문학자의 역할로, 인문학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여 기존의 데이터 해석의 경계를 넘어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데이터에 접근함으로써 더욱 적절하고 입체적인 해석을 제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 https://www.linkedin.com/pulse/soul-machine-exploring-role-humanities-technology-josh-layhue 남영자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