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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의 ‘대상적 활동’과 시몽동의 ‘기술적 활동’: 포스트휴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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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4:54

포스트휴먼 시대에도 여전히 문학 감성의 힘이 긍정될 것인가. 이에 대한 질문에서 인간과 기계의 공존의 문제를 중심으로 인문학적 사유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맑스의 ‘대상적 활동’과 기술철학자 질베르 시몽동이 ‘기계적 활동’의 의미를 살펴보고 영문학 작품에서 드러난 ‘비인간적 활동’의 특징을 포스트모던 사유로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다.

 인간의 고유한 활동으로서의 “노동”은 노동 그 자체가 소외로서의 인간의 활동일까 아니면 노동이 고유한 인간의 활동이 소외행위로 전환된 것일까? 『1844년 초고』에서 맑스가 인간의 활동을 “대상적 활동”으로 주장하는 것은 인간의 노동 소외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맑스에 따르면 본래 노동은 “실천적 인간의 활동”(91)이다. 바로 유적 존재는 인간 중심적 존재를 벗어나 자유로운 감응관계 속에서만 살아가는 ‘보편적’인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발전시켜 포스트휴먼의 인간-기계의 공존의 감수성을 인문학적 공부를 전개할 수 있다. 

 대상적 활동을 노동 쇠외의 문제를 회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간과 기계에 대한 공존의 문제로 사유를 확장할 수 있는데,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들』에서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노동이 기술적 활동이 되어야만 한다”(360)고 주장한다. 시몽동의 “기술적 활동”은 전통적인 질료형상도식의 안정적인 토대가 아니라 새로운 발명이 끊임없이 공존하는 “준안정적 평형”을 내세운다. 시몽동의 통찰에 따르면 사이버네틱스와 같이 기술을 인간 중심에서 전개하는 테크노크라시즘을 벗어나기 위해 사회적 체계는 고정된 관계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래 기술활동이 보다 자유로운 개인의 해방을 통한 보편적 존재로 이행할 수 있다. 기술적 발달에 따른 앙상블로서 인간 역시 기술과의 전개체적인 준안정적 구도를 유지하는 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술적 활동은 노동 소외를 극복하는 대상적 활동의 논리이며, 기술사회의 긍정적 방향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포스트휴먼 사회는 기술적 활동을 펼쳐내는 삶으로 전개되는 앙상블로서의 공동체적 사회를 방향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포스트휴먼 시대는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꾸는 실천을 사유의 장으로 이끌어야 한다. 

 의식이 규정하는 삶이 아니라 삶이 의식을 규정하는 방식에서 기계와의 공존, 더 나아가 기계와의 감응적 관계로서의 대상적 활동을 전개하는 방향 모색이 바로 포스트휴머니즘적 미래를 구성할 것이다. 영문학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 중심으로 전개될 포스트휴먼 시대에 인간의 가치는 앨리스의 원더랜드 모험처럼 새로운 생성관계의 가능성이 펼쳐질 것이라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의 노동 소외의 문제와 기계로부터의 소외의 문제 역시 인간과 기계의 대상적/기계적 활동을 기반한 포스트휴먼 인문학의 사유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인간의 유한성을 무한성의 사유를 바탕으로 전개하는 인문학적 존재론은 ‘포스트휴먼’의 가능성으로 전개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들뢰즈가 『푸코』에서 주장하듯 “분할 불가능한 ‘인간-기계’”(서동욱, 「유한성의 극복」 91에서 재인용)의 배치 관계에서 유한성의 한계와 그 한계 너머의 사유를 인간과 기계적 활동의 공존 가능성에 초점을 두는 사유 방식을 영문학 등 인문학 사유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인간과 기계에 대한 포스트휴먼 사유의 중요성을 18세기 영문학의 고전인 조나탄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의 두 번째 여행기인 「브롭딕낵」에서 찾을 수 있다. “걸리버가 스스로 태엽 감은 인형/기계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내는 지점에서 스위프트가 유기적 신체와 기계신체 사이의 경계 무너뜨리기를 시도한 것”(하인혜, 「동물과 함께, 식물과 더불어, 기계와 나란히: 18세기 영문학과 포스트휴머니즘」 233)이다. 이런 고전문학 연구를 통해서 미래의 기계적 활동은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 포스트휴먼의 실천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김영호(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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