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실감기술을 통해 결합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진 융합된 세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이 세계가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메타버스 플랫폼과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 및 콘텐츠의 등장과 급격한 발전과 관련하여 법・제도, 데이터 윤리, 이용자들의 다양성에 따른 수용성 확보 및 포용적 자세, 수익창출 구조, 디지털 노동 등에 있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우리의 일상에 안정적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10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류는 메타버스에 올라타야 한다. 왜냐하면 코로나 19의 장기화와 멀지 않은 시기에 문화의 창작자이자 문화의 주 소비자가 될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Z세대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는 앞 다투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하이브(HYBE)는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위버스(Weverse)를 메타버스로 확장하여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 중이다. 초기 한류를 이끌었던 SM은 실제 자사 메타버스 비전을 ‘SMCU(SM CULTURE UNIVERSE)’로 설정하여, 2020년 11월,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초월하여 현실세계의 멤버 4명과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 4명이 함께 공존하고 서로 소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걸그룹 에스파(aespa)를 제작하였고, 현재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SM은 심도 깊은 메타버스 연구를 위해 카이스트(KAIST)와 MOU 체결을 맺었다. 메타버스와 엔터테인먼트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업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물리적 제약이 없는 확장성이다. 블랙핑크는 제페토에서 가상 팬 사인회를 개최하였는데, 5000만 명의 팬이 몰려 큰 호응을 얻었다. 전 세계 어디에도 5000만 명의 인원을 한 번에 수용할만한 시설은 없고, 공간 제약 없이 현실보다 화려한 공연을 펼칠 수 있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집중하고 있다. 둘째, 메타버스 핵심 참여자 및 문화 주 소비자가 Z세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의 약 70%-80% 정도가 10대이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 소비층 역시 Z세대이다. Z세대의 특징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서, 온라인에 친숙하며, 디지털로 관심사를 공유하고, 콘텐츠의 창작자이자 소비자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 거부감이 없고, 특히 메타버스라는 세계를 오히려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당연히 메타버스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셋째, 강력한 팬덤(Fandom) 형성이다. 메타버스의 기본조건은 함께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이용자 확보가 우선 되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함께 응원하고 그들을 따라하면서 연대할 수 있는 팬덤을 이미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쉽게 메타버스에 접근할 수 있었다. 특히, 음악공연 중심의 엔터테인먼트들은 라이프로깅(Lifelogging) 메타버스와 적극 결합하여 다양한 공연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라이프로깅 메타버스는 삶을 기록하고 소통하는 서비스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하듯이 매일 접속해서 내 아바타를 꾸미고 친구들을 만나 활동하는 것이다. 즉, 가상세계에 생성한 또 다른 나인 일명 부캐의 삶을 꾸려가기도 하고, 현실세계의 삶을 가상세계에 업로드 한다. 대표적인 라이프로깅 메타버스 플랫폼이 네이버Z의 제페토(Zepeto)인데, 이러한 라이프로깅 메타버스 안에서는 현실의 우리처럼 아바타들이 사회적・경제적・정치적 활동 등이 가능하며, 현실세계 속 문화, 예술, 경제, 정치 등 다양한 활동을 가상세계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제페토와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인 HYBE, YG, JYP 내 소속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제페토 외에 필자가 관심 있게 보는 메타버스와 엔터테인먼트 융합 사례는 인공지능과 모션캡처 기술 그리고 가상 아이돌을 활용한 콘텐츠이다. 2021년 3월, 인공지능 이미지 기술을 연구하는 펄스나인은 11명의 가상인간으로 이루어진 버추얼 K-POP 걸그룹 이터니티(Eternity)를 탄생시켰다. 2021년 8월, 이터니티의 멤버 다인(Dain)은 인공지능 작곡가 에이미 문(Aimy Moon)이 프로듀싱 한 노필터(NO FILTER)로 솔로 데뷔 쇼케이스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Town)에서 시도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21년, 엔씨소프트(NCSOFT)는 메타버스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K-POP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유니버스(UNIVERSE)를 출시했다. 유니버스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인데, 사전 예약에만 수백만 명이 몰려 화제가 되었다. 엔씨소프트는 캐릭터 스캔, 모션캡처, 바디 스캔 등 게임 제작에 활용했던 상당한 IT 기술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들을 이용해 K-POP 아티스트의 아바타를 제작할 수 있었고, 이용자들은 이 아바타를 활용해서 뮤직비디오나 화보를 만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최근 가상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사업의 일환으로 LG가 투자한 미국의 메타버스 공연스타트업 기업인 웨이브(WAVE)가 있다. 웨이브는 모션캡처 기능 등을 활용하여 가상현실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고, 존 레전드(John Legend) 등 유명 팝 가수 등이 공연에 참여했다. 이 가상공연은 미리 녹화한 것이 아니라, 가수는 스튜디오에서 평소처럼 공연을 하고, 모션캡처 카메라가 이를 촬영하여 웨이브 내 공연장으로 실시간으로 전송하게 된다. 즉, 웨이브 내 공연장에 나타난 가수의 아바타가 실제 가수의 움직임과 똑같이 움직이며 노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아바타의 형태로 가상공연에 참여하고, 가수는 관객 아바타들의 반응을 보면서 손을 흔들거나 호응을 유도하게 된다.
버추얼 K-POP 걸그룹 멤버 다인.[출처: 이터니티 공식 인스타그램]
걸그룹 아바타를 꾸미는 모습 [출처: 유니버스]
존 레전드 가상현실 콘서트 장면 [출처: 웨이브 공식 페이스북] 메타버스 시대, 한류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적 상상력을 담은 차별적인 경험과 다양한 이벤트, 메인 콘텐츠에서 파생되는 N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와의 만남, 유명 명품 브랜드의 경험, 코로나로 갈 수 없는 곳을 관광하는 등 현재 현실에서는 어렵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모두 가능한 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메타버스 속 K-POP 공연・음악 한류뿐만 아니라 관광한류, 패션・뷰티 한류 등 한류 문화콘텐츠의 무한한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황서이(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 연구교수) (이 글은 한류NOW에 실린 「메타버스와 한류 문화콘텐츠의 융합」을 일부 수정 및 보완하였습니다.) 한류NOW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