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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관점에서 바라본 AI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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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22:24


“채용(recruitment)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작업이다.” – 스티브 잡스  

채용은 기업의 경영목표를 실천하고,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가장 우선시되는 활동이다. 채용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늘 강조되어 왔지만, 채용과정은 기술의 발전과 보급에 따라 큰 변화를 겪어왔다. 예컨대, 인터넷의 발달은 채용과정을 새롭게 변화시켰다. 인터넷이 보급됨에 따라 수많은 채용 정보 사이트가 만들어졌고, 구직자들은 어느덧 매일 아침 신문의 구직란을 살펴보는 대신 국내외 채용 정보 사이트에 접속하며, 관심 기업을 설정해 두고 이메일로 관련 정보를 수시로 받아 본다. 그뿐만 아니라, 구직자는 링크인(LinkedIn) 등의 SNS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신을 피력할 기회를 얻었고, 고용주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선택지를 받게 되었다. 기업들과 구직자들은 모두 이러한 기술 변화에 적응하고 또 진화하였으나, 어느덧 또다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바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의 도입이다. 

구직자가 채용 과정에서 AI 기술 도입에 따른 변화를 가장 크게 경험할 부분은 아마도 채용 정보 탐색과 면접에서일 것이다. 채용 정보 사이트의 AI 알고리즘은 구직자가 관심을 둘 만한 일자리를 추천한다. 알맞은 추천은 좋은 인재가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일차적으로 구직자는 일자리 탐색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재상과 선발기준에 부합하는 구직자들의 지원율이 높아져, 구직자와 고용자 모두가 만족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AI 채용 추천과는 달리, AI 면접은 직간접적으로 채용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대도 크고 우려도 높다. 

우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채용과정에 AI 기반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는 분명한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는 효율성이고, 둘째는 객관성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은 비용을 감소시켜 주며, 사람 면접관보다 상대적으로 ‘편향 없는 판단’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구직자에게는 어떨까?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 결과, 약 절반의 구직자(627명 조사)가 AI 면접으로 인해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다(사람인, 2018). 구직자의 혼란은 여전한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AI 면접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서류 전형 이전에 AI 면접을 통해 자신의 정보를 더 알릴 기회를 가질 수 있을뿐더러 면접 시간, 면접관, 장소 “운”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 매력적이라 할 수 있겠다. 

국내 AI 면접의 특이점 중 하나는,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한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한 업체의 AI 면접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업체를 사례로 들자면, 면접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지원자는 먼저 사용자(안면, 음성) 등록을 하고, 기업이 설정한 면접 일정에 따라 정해진 날짜에 접속 링크에 접속한다. 면접은 기본 면접, 질문(기본, 상황, 탐색), 인지 게임, 심층 면접으로 구성되어 있다. 면접 종료 후, 이 프로그램은 지원자 움직임, 표정 변화, 감정, 음성 스펙트럼을 분석하고, STT(Speech to Text)/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로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핵심단어, 감정 어휘, 미사어구, 접속사 등을 분석한다. 모든 분석이 끝나면 지원자의 면접 영상과 질문 리스트, 종합 점수, 직군 적합도, 응답 신뢰 가능성, 종합 코멘트, 세부 역량 등으로 구성된 보고서가 제공된다. 

상용화되어 있는 AI 면접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구직자에게 면접 팁을 주는 것 외에도 AI 면접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일부 기업에서 시범적으로 사용해오던 AI 면접의 적용 범위(예: 군부대와 학교)가 확산하고, 딥러닝 기술이 도입되는 이 시점에서 사회적 영향에 관한 질문을 던져본다. 첫째, 누구나 면접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6살 아이도 괜찮을까? 피면접자의 반응은 모두 녹화되며, 녹화된 모든 자료는 이후 AI의 딥러닝 자료가 된다. 따라서 AI 면접 자체가 피면접자에게 즉각적인 손상을 가하지는 않으나, AI 면접의 진화와 의사결정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잠재적인 피면접자의 범위가 분명하게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원자의 개인정보는 누구의 소유인가? 누군가는 면접질문에 대해 답변할 의향을 충분하지만, 약 두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자신의 바이오 데이터(표정, 목소리, 맥박 등)가 저장되고 활용되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 지원자에게 영상 녹화와 음성 녹음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지만, 동의하지 않을 시 AI 면접을 볼 수 없음이 명시되어 있다. 녹화에 동의하지 않는 지원자의 채용 기회를 박탈해도 괜찮은 걸까? 기업은 신속히 해결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현재 상용화된 AI면접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지원자가 화면 속에 생중계되는 자신의 얼굴만 보는 비동시적(asynchronous) 방식을 택하고 있다. 면접은 인재채용의 한 과정으로, 지원자와 기업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만약 지원자가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얻을 수 없다면, AI 면접은 녹화되고 분석되는 구두발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AI 면접 시스템 도입을 통해 더 많은 지원자에게 면접의 기회를 주려 한다면, 사전 녹화된 기업의 채용 담당자 또는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예: 기업 아바타 캐릭터)가 면접을 진행함으로써 지원자의 경험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비대면 면접은 낯설고, AI 면접의 채점 메커니즘과 데이터 활용 방법이 투명하게 공개될 수 없는 탓에 구직자들은 물론 제삼자의 공포심이 커지는 듯하다. 그러나 아마도 AI 면접은 대면 면접이 진화한 것 이상으로 진화하여 세상에 없던 똑똑한 면접관이자 면접 시스템이 될 것이다. AI 면접 시스템이 고용주의 니즈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정말 ‘똑똑하게’ 기존의 면접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은 취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목소리를 낮춘 구직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효율과 구직자의 안녕을 동시에 챙길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문혜진(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AI타임스 : http://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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