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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문맹,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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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4 23:19


<중앙대학교 메타버스 캠퍼스> 

인간은 항상 관계를 고민한다. 엄마의 탯줄로부터 연결되어서 생명을 얻었고,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이라는 사회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연결에 대한 고민은 본능일 것이다. 그러나 COVID 19라는 전 세계적인 재난 때문이 아닐지라도 기술의 급격한 발달은 연결과 관계에 대한 매우 색다른 형태를 만들었다. 인간은 늘 연결되어 있으나, 누구와도 완전하게 연결되어 있지 못한 듯한 관계의 모습이 그것이다.

 기계 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편의성을 증대시켜 왔다. 또한 이 과정은 인간의 욕구를 실현해 오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1차 산업 혁명이 인간의 생존 욕구를 충족시켰다면, 2차 산업혁명은 안정성에 대한 욕구를 실현시켰고, 이후 네트워크 혁명인 3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소속욕구를 충족시켰다. 현재의 4차 산업혁명은 네트워크의 다른 측면을 고려하여 인간의 자존 욕구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달해 가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을 통한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에 있는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식탁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 있는 가족들은 또다른 네트워크 안에 있는 타인과 연결되는 것을 통하여서 실재 공간의 가족과는 완전하게 연결되지 않는 부작용도 낳았다. 또한, AI 기술의 발달을 통한 관계의 확장은 단지 연결의 욕구를 인간을 통해서만이 아닌 다양한 기기를 통해서도 충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AI 스피커나 챗봇과 같은 기계와의 직접적인 연결성 외에도, 선별적 자기 노출을 통한 관계 맺음이 가능한 아바타를 활용한 네트워크가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느끼게 되는 자존감을 위축시키는 요소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을 통한 관계 형태의 변화는 인간관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연결되고 싶으나 독립적이고 싶은 변증법적 특징을 타인과 협상하지 않고 스스로가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간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으나, 독립적이고 싶은 두 마음을 스스로가 때에 맞추어 로그인-아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대인 관계에서 타인과 협상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없애 주기에 매우 유용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가 진정 행복할까?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본다면 현대 사회를 거스르는 우문일까? AI 기술이 만들어 낸 가상 세계의 공간은 현실 세계를 분리한 공간이기보다는 현실의 확장된 공간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결국 인간관계는 다시 현실의 협상하는 관계로 돌아와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를 균형적으로 살펴보지 않는다면 현실과 가상 세계의 간격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셰리터클의 책에서 말한 것처럼 점점 더 외로워지는 현대인의 특징은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관계의 어려움을 기술 발전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술을 통해 확장된 세계는 어쩌면 인간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기에 이러한 환경에서 나를 행복하게 할 관계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더 많이 고민하고 학습하여야만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인간을 위한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는 현대 사회가 관계 문맹이 되지 않고 AI 시대 관계 문명인이 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함을 인간에게 강하게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며 행복인 사회적 소속과 그 안에서의 관계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도 기술의 발달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사용되도록 스스로 현명하게 고민하고 선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유미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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