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읽은 후 칼럼니스트에게 질문 혹은 반문하는 것은 다소 귀찮거나 힘든 일이다. 독자를 대신해 AI타임스가 여전히 남은 궁금증을 풀어봤다. 조금은 매울지도.
Q. 칼럼에서 인공지능의 글쓰기 방식과 웹소설 스토리텔링이 유사하다고 소개했다. 자세히 알려줄 수 있나.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모든 텍스트가 상호텍스트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 이야기는 100% 새로운 것이 없고,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부터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웹소설의 경우가 그렇다. 스토리, 캐릭터 등이 서로 공유되고 등장인물의 이름까지 그대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공통된 것을 공유하면서 새롭게 계속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게 웹소설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이를 토대로 글을 쓰는 방식과 유사하다.
Q. 소설은 감정의 영역이다. 감정이 없는 AI가 소설을 쓸 수 있는가.
감정은 어려운 부분이다. 과연 감정이 인간만의 영역인가, 선천적으로 생기는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 등 생각해야 할 요소가 많다. 이 문제에 대해 감정은 공포, 두려움 등은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자라면서 주변 환경을 통해 배우는 후천적인 요소도 있다고 본다.
AI도 학습적인 측면에서 감정이 담긴 새로운 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이 담긴 글을 데이터로 학습하기 때문에 AI가 의도치 않지만 감정이 담긴 새로운 글을 만들 수 있다.
Q. 인간이 작성한 감정이 담긴 텍스트를 학습해 그 감정을 흉내내 썼다고 이해하면 되는가.
맞다. AI는 감정을 실어서 결과물을 낸 것이 아니지만, 인간이 보기엔 감정이 담긴 글로 보일 수 있다.
Q. AI가 기사를 쓰는 것은 봤지만, 소설은 또 새로운 영역인 것 같다. AI가 완성된 소설을 창작할 수 있는가.
먼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GPT 시리즈로 나오는 글만 봐도 짧은 글은 짜임새 있게 나오지만, 글이 길어지면 문장이나 문단 간 연결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Q. 그렇다면 AI 소설 창작 기술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인간이 아이디어를 주면 초보 수준의 글을 제작하거나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가 창작해주는 등 협업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Q. 칼럼 마지막에 소설 작가라는 직업이 사라져 유물(遺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I가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과 거리가 있는 얘기인 것 같은데.
칼럼에서 말한 소설 작가는 모더니즘 시대 소설가다. 지금 현대소설이라고 얘기하는 소설로 이해하면 된다. 상업적이지 않고, 대중들도 외면하는 소설은 점점 도태될 것 같다.
아무래도 AI를 활용하는 소설은 상업적인 요소가 많은 분야가 될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 웹소설을 얘기한 것도 그 이유다. AI라는 도구를 활용하게 되면 소설 창작이 상당히 빨라지고 많은 작품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비상업적이면서 대중들도 알지 못하는 소설이 살아남긴 정말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Q. 사실 소설가보다 먼저 없어질 직업이 기자라는 의견이 많다.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부분이다.
AI 알고리즘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 저널리즘을 공부해본 적이 있다. 스포츠 기사 등 스트레이트성 기사는 AI가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심층 취재를 한 기사도 있고, 사람과 만나 인터뷰 기사를 쓰는 기사도 있다. 이런 기사는 AI가 대체하기 어려우므로 이런 영역의 기자는 충분히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다. 전체 파이가 100이라면 AI가 어느 정도 잠식은 하겠지만 그 직업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Q. AI를 활용한 소설 창작 기술이 발전하면 소설가 직업도 많이 바뀔 것 같다.
소설가란 직업은 계속 변화해왔다. 모더니즘 시대만 해도 소설가는 우러러봐야 할 대상이었지만, 포스트모던 시대에 들어서는 작가도 하나의 인간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또 과거에는 전지적인 작가가 텍스트를 통해 일방적으로 얘기를 했다면 지금은 웹소설처럼 작가와 독자가 서로 소통하며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변했다. AI가 등장하면서 더 상호적인 작가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이루다 사건은 잘못된 데이터 학습이 큰 문제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소설에서도 이러한 데이터 편향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맞다. 이 문제는 인문학 분야와의 협업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AI 개발자는 AI에 대해 잘 알아도 윤리적인 부분은 알지 못한다. 반대로 지금 AI 윤리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은 AI에 대해 전혀 모르다가 새로 공부한 사람이 많다. 서로 모르는 영역이 많은 만큼 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AI가 소설 창작을 위해 사회적으로 어떤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저작권이다. 현행법으로 저작권은 인격체만 가질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AI가 창작한 텍스트는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는지 분명해져야 한다. 법을 수정할 것인지, 아니면 AI에 인격을 부여해야 하는지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 데이터 소유권 등이 문제가 해결돼야 AI로 창작을 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 같다.
Q. AI가 창작에 도움을 준 작품이 많이 나오게 되면 사람들도 이를 수용할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감한다. 사람이 AI와 다른 것은 비판적인 능력, 정복적인 사고능력, 창의적인 사고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정복하거나 비판하지 못하고 온전히 수용한다. 반면 사람은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 창의적으로 재해석한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사원문보기]
+PDF 전문 다운로드 : 인공지능은 소설 작가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