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5. 최근 등장하는 AI는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결론을 도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AI들은 비록 자기 스스로를 규정하진 못하지만 적어도 앞에 일어난 사건에 의해 내가 규정받지 않는 ‘소극적 자유’ 측면에서는 자유롭다고 볼 수 있을까요?
셰네커 교수: AI는 두 가지 모두 해당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딥러닝의 경우에는 알고리즘에 의해 마치 스스로 결과를 도출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소극적 자유 측면에서는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인식론적 관점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존재 그 자체, 존재론적 관점으로 보면 다르다. 어디까지나 진짜 인간이 AI의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를 통해 ‘생각’을 하는 AI는 결과적으론 인간에 종속된 기계다.
Q6. 최근 AI가 미술 작가나 작곡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합니다. 그렇다면 칸트 철학의 관점에서 이것은 AI가 창조한 ‘예술 작품’ 일까요? 아니면 AI에 명령을 내린 인간이 만든 작품이라고 판단해야 할까요?
셰네커 교수: 예술을 뭘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단순히 어떤 작품이 아름답다와 같이 외형적 관점에서 봤을 경우엔 AI가 만든 것도 예술이라고 볼 수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예술을 작가의도(Intention)가 포함돼 있는, 즉, 우리 인간의 내면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AI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AI가 외면적인 시점에서 예술로 보이는 작품을 만들었을 때 이를 만든 것은 ‘인간’이다. 붓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거나, 컴퓨터를 활용해 그래픽을 만들거나 타자기를 이용해 소설을 써내려간다면 이는 ‘도구’를 사용해 작가들이 작품을 만든 것이다. 이는 AI 역시 마찬가지다. AI에게 어떤 작품을 만들라고 명령을 내린 작가가 결국 AI가 만들어낸 예술 작품의 진짜 제작자라고 볼 수 있다.
Q7. 현재 AI를 연구하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목표하는 최종 단계는 ‘인간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는 인공지능’입니다. 물론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해도 먼 미래에 AI가 발전을 거듭해 앞서 설명하신 ‘인격적 존재’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면 어떨까요? 이런 AI를 칸트가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셰네커 교수: 아마 칸트는 그 자체(인격적 존재가 된 AI를 만드는 것)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인류는 오랜 세월 지구에서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격적 존재’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만들지 않는가(웃음). 과학자들이 인간과 가까운 수준의 AI를 만드는 것 자체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칸트는 오직 인간만을 인격적 존재로 보는 ‘종차별주의자’가 아니었다. AI가 만약 정말로 자신이 자유로운 지성적 존재자임을 자각하는 존재가 된다면 칸트가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 본다. 물론 그것이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느냐를 고려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