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2일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서 "영국은 교육과정 만드는 과정에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며 "우리도 오픈형으로 많은 사람들이 AI 인재양성에 논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도 "실제 인력난을 겪고 있는 회사들을 보면 기업들이 스스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최근 기업들이 아카데미나 교육에 나서며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런 것들이 개발되면 개개인의 교육 데이터들이 쌓이고 앞으로 어떤 교육 콘텐츠를 개발·개선해야 할지 알 수 있다"고 공감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를 맞닥뜨리며 인공지능(AI)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하지만 국내는 AI 원천기술이나 신산업 창출 인재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이러한 인재 확보난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교육 전문가, 국가정책 기획자, 인문학자 등이 자리해 AI 인재양성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김형주 교수는 국내대학에서 AI 관련 학과들이 생겨 인력 배출을 하고 있지만 산업계를 위한 충분한 인력 배출은 상당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이미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 배출이 어마어마한데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프로그램이 상당히 잘 정착돼있다"며 "800여개가 넘는 데이터 사이언스 과정들이 있고, 40% 정도가 온라인 과정이다. 기업체 과정을 목표로 수백 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반도체 엔지니어가 4만명으로 이뤄져 있고 대부분 전기공학에서 반도체 전공, 재료공학에서 반도체 재료, 기계공학에서 반도체설계를 공부한 학생들이다. 5년 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의 데이터 인력수급이 힘들다고 판단돼 반도체 전공 학생들을 직업교육하고 있다. 4년 전부터 일 년에 50명씩 6개월간 수업하고 있다. 누적 수료생은 350명 정도이고, 2025년까지 천명의 석사 수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배출하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정규과정 외에도 직업훈련 과정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기업의 AI 데이터 인력수급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교수님들의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규과정의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 등 이용해 부담을 줄이고 기업의 어려운 인력수급 환경을 해결하는데 대학이 나서야 한다"고 설파했다.
김현철 교수는 국내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오늘날 아이들이 가져야 할 역량은 디지털 역량 즉 컴퓨팅 사고,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역량이고 이는 국가에서 가르쳐야 한다"며 "공교육에서 가르치지 않으면 돈 있는 아이들은 배우고 없는 아이들은 못 배우며 이게 경제적 차이로 나타나고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 체제는 상상을 초월할 경직성을 갖고 있다. 중학교 과목에 AI와 소프트웨어가 들어가서 교육이 일어나게 해야 하고, 이걸 위해선 시수를 늘리고 독립 교과를 늘려야 한다. 이래야지만 역량이 키워진다. 이에 대해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은 한국만의 독특한 장벽들을 없애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병역특례요원 대폭 확대해 군대가 AI 교육의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또 외국인에 대한 비자 장벽을 낮춰 글로벌 인재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을 학기제를 시작해야 한다. 왜 영어 공용어를 못하나. AI가 급하면 영어 공용어를 해야 한다. 이것은 기성세대들이 직무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교육, 직업 교육 등 모든 교육의 정의를 재정의해야 한다. 이는 향후 100년이 될 산업혁명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찬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인문학자로서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AI를 산업 쪽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 60~70년대 산업개발 시대에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 이런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본인이 하는 AI와 관련된 일들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미치는지 알고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AI 교육에 인간의 문제도 같이 교육됐으면 좋겠다"고 내비쳤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국내 대학이 망하더라도 국민들이 더 잘 배울 수 있다면 망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교육공급자들이 틀을 깨는 개혁을 해야 한다. 국내 AI 인력이 너무 부족하고 배출도 상당히 모자라다. 산업계에 최소 1년에 1천명 이상씩 배출돼도 산업계 요구에 맞추지 못할 것이다. 대학에서 분야를 늘려서 AI 인력 양성을 급하게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성환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 지원 사업으로 운영되는 게 8개고, 올해 2개 추가돼 총 10개가 될 것이다. 2~3년 후부터는 매년 약 500명의 학생이 배출될 것이다. 경쟁국과 비교해봤을 때 이건 턱없이 부족하다. AI 인재양성에 더 집중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세계 각국이 AI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데 한국은 뒤처지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약 1조원을 지원하는 AI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10만 명 계획 실행에 나섰지만 학교 현실은 암담하다. 대학교는 몇십 년 된 정원제에 묶여 학과 정원도 못 늘리고, 중고등학교는 수업 시간을 0.5시간 늘리기도 어렵다. 교육제도가 개편돼야 한다. 수요중심의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