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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새로운 기술 아냐” 최적 타이밍 맞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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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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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인공지능이 아닌 조류독감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다. 반면 메타버스(Metaverse)에는 아직 “무슨 버스?”라고 되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개발자라면 응당 SF를 실현하려는 꿈을 품곤 합니다.”

박상용 중앙대 교수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SF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다. AI처럼 특정 기술을 지칭한다고도 할 수 없다. 생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는 법이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뉴스기사는 이미 쏟아지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이돌 팬 사인회를 하고, 대학 입학식을 치르고...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메이플스토리나 싸이월드와 다른 점은 뭘까?’ ‘오래 전 등장한 VR, AR 기술과는 무슨 차이지?’

기존 기술을 다시 밀어주기 위한 마케팅 용어는 아닌가 하는 의문에 박상용 교수는 “맞다”며 쿨하게 답을 준다. 그에게 메타버스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환상적인 타이밍을 맞았을 뿐. 폭발 직전 임계점에 놓인 기술이라 할 수 있겠다.  

 

박상용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사진=이하나 기자)
박상용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사진=이하나 기자)
[칼럼] “메타버스, 새로운 기술 아냐” 최적 타이밍 맞았을 뿐
박상용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전례 없는 팬데믹 시대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비대면에 익숙해졌다. 업무와 교육, 사교가 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비중이 올라가고 이를 위한 디지털 공간 활용도 커졌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회사도 등장했고, 순천향대는 입학식을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진행했다. 미국의 가수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은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으며, 우리나라의 가수 블랙핑크는 제페토(ZEPETO)에서 가상 사인회를 열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을 뿐, 개념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이다. 메타버스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 1992)’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가상 혹은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스노 크래시에서 메타버스는 고글을 착용하고 아바타(Avatar)라는 가상의 신체를 통해 접속하는 가상의 지구이다. 이 개념을 대중에게 가장 잘 보여준 것은 영화 매트릭스(Matrix, 1999)와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이다.

VR(Virtual Reality)기기를 이용한 거울세계(Mirror World)에서 시작한 메타버스의 개념은 점차 확장되어, 현재에는 거울 세계(Mirror World), 가상 세계(Virtual World),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증강 현실(AR, Augmented Reality)도 모두 메타버스로 분류할 수 있다. 라이프 로깅은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로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것이다.

포켓몬고와 같은 게임이나 여러 지도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증강현실은 현실을 바라보는 시야에 가상의 정보를 추가로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디지털 서비스는 디지털과 현실 모두에 걸쳐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여러 기술의 융합으로 인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과 처리가 용이해졌다. 2010년대 스마트폰은 디지털 공간에 접근하는 공간의 제약을 완화해 우리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이제 새로운 기술이 또 우리의 생활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주변 상황을 디지털화 할 수 있는 작고 정밀한 센서, 정교한 이미지를 만드는 그래픽 기술, 복잡한 3D 모델을 실시간으로 랜더링 할 수 있는 컴퓨터, 대용량의 데이터를 낮은 지연 속도로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통신 기술, 발생하는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빅데이터 기술, 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서버와 클라우드, 그리고 이 모두를 보조하는 인공지능 기술까지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기술들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또 다른 기술의 발전은 바로 기기 자체와 관련 툴(Tool)이다. HCI(Human Computer Interface)는 천공카드에서 시작하여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를 거쳐 현재 터치스크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 성능과 무게, 크기, 가격으로 인해 대중에게 접근이 제한되었던 VR 기기의 기술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으며 이미 일반 소비자용 VR 기기가 출시되어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은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한 이후 VR 기기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홀로렌즈2(HoloLens2)를 공개하였다. 구글(Google)과 애플(Apple)은 AR 콘텐츠 제작을 위해 각각 ARCore, ARKit을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AR, VR기기의 가격이 감소하고 성능이 향상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관련 기업들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비대면 시대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닥쳐왔으며 재택근무와 온라인 협업은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현존하는 온라인 협업 툴 중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화상회의와 메신저, 데이터 공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버스 협업 플랫폼이 충분히 활용 가능한 정도의 기술에 도달한다면 사회 활동의 주요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한 시장 지배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이는 곧 다음 세대의 인터넷, 다음 세대의 스마트폰과 같은 영향력을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기업들이 각종 메타버스 협업 툴을 발표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쉬(Mesh), HTC의 바이브 XR 스위트(Vive XR Suite), 페이스북의 스페이셜(Spatial), 엔비디아(NVIDIA)의 Omniverse 등이 있다.

메타버스가 조만간 다음 세대의 스마트폰이 될지, 아니면 3D TV처럼 실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3D TV의 실패의 원인이 콘텐츠의 부족 때문이었다면 메타버스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실패를 겪지 않을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제반 기술의 발달, 메타버스 관련 기기와 활용 툴의 발전 그리고 시대적 요구를 종합해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곧 도래할 것이라 주장하는 4차 산업혁명의 결과가 메타버스의 시대가 될 수도 있다. 아직은 가능성만 보이는 단계지만 메타버스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비하인드 인터뷰

칼럼을 읽은 후 칼럼니스트에게 질문 혹은 반문하는 것은 다소 귀찮거나 힘든 일이다. 독자를 대신해 AI타임스가 여전히 남은 궁금증을 풀어봤다. 조금은 매울지도.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박상용 교수(사진=이하나 기자)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박상용 교수(사진=이하나 기자)

Q. 메타버스 정의, 연구자들마다 의견이 다른데?

산업계에서든 학계에서든 아직 합의된 정의가 없어서 그렇다.

Q. 메타버스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만 자주 쓰는 용어라 들었다. 사실인지?

맞다. 해외에서는 ‘로블록스’나 래퍼가 메타버스 공연을 진행한 것으로 유명한 FPS 게임 ‘포트나이트’ 관련 주제가 아니면 거의 쓰지 않는다.

*로블록스(Roblox)는 미국 소재 대표적인 메타버스 기업이다. 2004년 설립 후 2006년 메타버스 게임 서비스를 출시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작년 말부터 상장 계획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올해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로블록스의 시가총액은 50조원이 넘는다. 메타버스 유행을 이끈 주역 중 하나다.


Q.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사회에서 널리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2000년도 초반 세컨드라이프라는 인터넷 기반 VR서비스가 출현하면서부터다.

Q. 세컨드라이프는 왜 망했나?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메타버스에서도 게임과 같이 재미 요인 빼놓을 수 없다.

Q. 대표적인 기술 문제인 멀미는 해결 가능할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VR이 우리 일상에 들어오기 어려운 이유가 이것이다.

Q. 스마트글라스를 꼭 착용해야만 메타버스라 할 수 있나?

아니다.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은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에도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사용한다.

Q. 아바타는 메타버스 필수 요소인가?

서비스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과 소통하면서 자기 표현이 필요한 서비스에만 필요할 것.

Q. 메타버스의 미래,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은 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정말로 쓸 수 있는 것이 나와야 한다.

Q. 메타버스 실패한다면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크게 콘텐츠와 기술로 나눌 수 있다. 콘텐츠가 부실하거나 기기가 불편하거나. 3D TV 실패 이유와 같다.

Q. 메타버스 플랫폼 시장은 누가 장악할까?

구글, MS, 애플, 페이스북이 오래 전부터 적극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이 경쟁 후 시장이 정리가 되면 메타버스가 일상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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