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생화된 타자아와의 대화? -영화 <업그레이드>에서 스템의 생존방식을 중심으로-Artificial intelligence, conversation with a parasitic other self -The survival method of stem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movie <Upgrade>-
인공지능이 인간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인가?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에 도달하면 인간은 컴퓨터와 융합하는 영생의 슈퍼우먼으로 증강될 것’이라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주장과는 달리, 제임스 배럿은 ‘초인공지능으로 인하여 인류는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전한다. 이러한 인공지능 관련 논쟁의 중심에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이 인공지능으로 구현될 수 있는가?’라는 인간의 신체성 문제가 있다. 본 논문은 2018년 제작한 리 워넬 감독의 영화 <업그레이드>에서 하나의 신체에 공존하는 두 자아, 즉 주인공 그레이와 그의 뇌에 이식된 인공지능 스템의 문제를 인간 지식의 형성과 신체성을 중심으로 비평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업그레이드>는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이다. 신기술로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갈등에서 빚어지는 초인공지능 시대에나 가능한 내용이다. 괴한에게 아내를 잃은 그레이는 이식된 인공지능 스템의 도움으로 아내의 복수를 한다. 이는 스템에 의한 신공에 가까운 무술 능력 때문이다. 물질적 신체가 없던 스템에 의한 신체의 증강은 체현된 경험적 지식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 데이터에 의한 학습만으로 실제 뛰어난 무술 실력을 얻는 것은 문제가 있다. 빅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한 인공신경망의 인공지능과는 달리 인간의 지식은 과거의 기억을 불러와 추론하거나, 오감으로 체화한 경험,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축적된 경험 등이 지각과 인지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바꿔 말하면 인간의 지식은 인공지능과는 지식을 얻는 방식이 다르다.
영화 <업그레이드>는 인간과 유사한 정신과 의식이 인공지능에도 자율과 주체적 인식과 함께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비극적 결말이다. 그러나 설령 초지능의 사이보그를 발명하더라도 인간과는 다른 개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영화 <업그레이드>에서 인공지능에 인격권을 부여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이는 자아와 타자의 문제, 인간의 신체성과 지식, 경험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간의 주체적 인식과는 다른 개체로서의 인정 여부에 의해서 상호성이 인정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