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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는 자율주행모드에서 일어난 사고의 책임 귀속이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그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그리고 어떻게 귀속되어야 하는가? 본 논문은 자율주행의 책임 문제를 원칙적인 수준에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자율주행은 지극히 최근에 출현한 전례 없는 현상이기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상당히 막막하다. 이런 막막함을 우회하기 위하여 본 논문에서는 “킬러로봇”의 윤리를 유비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에서는 우선 킬러로봇의 사용과 자율주행차의 운행 사이에 여러 측면에서 유의미한 유비가 성립함을 보이고, 킬러로봇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분산된 책임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는 점을 논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킬러로봇의 자율성이 본질적으로 인간으로부터 위임된 제어권이라는 점, 그리고 책임 귀속에 있어서 ‘담당하기’와 ‘행동 취하기’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위임 원칙과 분산된 책임 원칙을 정식화한 후, 두 원칙을 자율주행차의 사례에 적용해 볼 것이다. 킬러로봇-자율주행차 유비추론의 귀결 중 하나는 자율주행차의 사고와 관련하여 운전자와 설계자를 비롯한 인간들의 책임이 결코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율주행의 시대에도 인간의 책임은 증발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얇게 퍼질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