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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위시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일상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기에는 고전문학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이로 인해 인문학의 위기를 논하지만, 이는 최근의 변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이를 감지한 연구자들은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 등을 활용하여 고전을 현대적으로 변용하는 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본고도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논의를 시작하였다. 본고가 주목한 <춘향전>은 한국인에게 그 서사와 등장인물의 측면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고전이면서 오늘날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장르에서 현대적으로 많이 변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고전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춘향전>이 갖는 이상의 가치에 주목하여 영화, 드라마, 광고, 공연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특히 돋보였던 이몽룡과 방자가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호흡(케미)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변용의 방안으로 ‘이몽룡과 방자’의 캐릭터를 활용한 내비게이션 음성 길안내의 목소리 개발을 모색해 보았다. 이몽룡과 방자가 일종의 만담과 같은 형식의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도로 정보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더불어 신호 대기나 교통 안내 정보가 없는 구간에서는 고전소설 <춘향전>의 핵심 장면과 이야기를 부가적으로 곁들이는 방향으로 콘텐츠 개발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리고 이를 구체화하여, 서울 강서구 ‘화곡역’에서 ‘용산’으로 가는 일부 구간의 실제 내비게이션 도로 정보 안내를 바탕으로 전문 성우 두 명이 이몽룡과 방자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길안내 멘트의 예시를 제시하였다. 고전문학에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이미 갖추어져 있으며, 여기에 더하여 고전은 저작권의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인문 고전을 현대적 변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처럼 여러 가지로 유리한 점이 많다. 본고에서는 우선 <춘향전>에 중점을 두었지만 내비게이션 음성 길안내의 경우는 다양한 고전문학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활용하여 추가적인 개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는 우리 고전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면서 동시에 문화콘텐츠산업에 양질의 원천 자료를 발굴하여 소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가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기존의 내비게이션 음성 길안내의 경우 고전 캐릭터를 활용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본고는 일종의 試論으로서의 의의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