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문자 파업
추천인 | 김태창(면남초등학교 교사) |
---|---|
출판사명 | 책읽는곰 |
저자명 | 토미 그린월드(글), 주노(그림) |
ISBN | 9791158360962 |
연구 영역 | 사회·문화학 |
서평
‘진짜 대화를 하고 싶단 말이야.’, ‘문자를 주고받았다면 훨씬 쉬웠을 거야.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지.’, ‘이게 요즘 우리가 대화하는 방식이에요.’ 스마트폰 때문에 부모-자식 간에 겪었을지도 모르는 문제들을 중심내용으로 이 작품은 시작한다.
케이티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연애도 하고, 친구들과 밴드 활동도 하고, 또 좋아하는 가수에 열광하는 평범한 학생이지만, 그녀에겐 문제가 하나 있다. 그녀는 스마트폰 중독이다. 그녀뿐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학생은 스마트폰에 중독됐다. 그리고 그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 시대가 바로 지금의 시대다. 작가의 말처럼 스마트폰은 너무 편리하고 위대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소통을 단절시킨다. 이 책은 바로 소통에 관한 이야기이다.
케이티는 남자친구 나림과 함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 ‘제인’의 콘서트에 간다. 콘서트장에서 가수 제인은 관중에게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같이 노래하며 소통하자고 말한다. 케이티는 제인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 노래의 가사는 소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케이티는 노래 가서의 의미와는 다르게 행동한다.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노래의 메시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부탁조차 스마트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소리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케이티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이티는 다른 사람에게 보내려던 문자를 나림에게 실수로 보내고 만다. 이를 계기로 둘은 헤어진다. 그 이후 제인은 케이티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친구 열 명이 일주일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자신과 같이 무대에서 노래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 사춘기의 아이가 일주일간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내기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친구 열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케이티는 친구 엘리스와 함께 일주일간 스마트폰을 끊을 열 명의 친구들을 모은다.
부모가 보기에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은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 스마트폰 사용의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스마트폰을 접한 어른들과,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자라온 아이들 사이에 스마트폰이 차지하고 있는 역할과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게 된 열 명의 친구들과 케이티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다른 친구들과 ‘원시인’-‘폰돌이’ 구도로 나누어져 대립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원시인’들은 대면하여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 한편 ‘폰돌이’들은 이들의 도전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겉으로 보았을 때, 이들의 갈등은 ‘폰돌이’ 친구들이 ‘원시인’ 친구들의 목표를 훼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케이티가 스마트폰 사용을 끊기 위해 모인 새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생긴 내밀한 관계적 갈등이 숨어 있다.
‘원시인’과 ‘폰돌이’ 양측이 내놓는 주장은 모두 타당하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스마트폰을 사용함으로 얻는 편리함과 이익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이 이야기에서의 갈등은 현실 세계에서 나타나는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논쟁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또 다른 재미는 부모들의 태도다. 평소에는 스마트폰 좀 그만하고 이야기를 하자고 하던 부모들은 아이들의 스마트폰이 완전히 사라지자 연락이 되지 않아 답답해하고 불편해하며 스마트폰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일주일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원시인'들은 재미있는 활동을 찾기 위해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한다. 그리고 이 대화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하는 소통과는 다른 소통 방식을 알게 되고,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모든 것이 잘 풀려가는 듯 보였지만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모임’은 내부에서 배신자가 나오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케이티는 이 과정에서 내기의 보상을 얻고 싶은 마음과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모임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배신자에게 화를 낸다. 이 사건을 통해 케이티는 소통 중에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장기자랑을 끝으로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모임은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고 그 모임에 참가한 아이들은 ‘원시인’의 삶이 즐거웠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실험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시인’의 삶이 ‘폰돌이’의 삶보다 더 나은 건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같이 스마트폰 없이 불편하지만 소통하고 재미있는 삶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삶은 더 즐겁고 편리하다.
문제는 ‘중독’과 ‘소통의 부재’다. 작품에서는 ‘스마트폰으로 하든 말로 하든, 사람들 뒤에서 몰래 하는 말은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소통의 부재의 원인이 스마트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자신의 통제 아래에 두고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소통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을 뒤에서 비난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책의 초반부에는 스마트폰의 나쁜 점과 소통 부재에 대해 문제 제기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후반부 가서는 스마트폰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태도가 문제라는 것에 책의 초점이 맞춰진다. 마지막에 이르러, 케이티는 가수 제인과 함께 무대공연을 하는 자신의 소원을 이루면서 자신의 꿈의 시작을 알린다. 제인과의 내기가끝나자 케이티는 다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전과 달라진 점은 스마트폰으로 이전과는 다른 진정한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인 ‘소통 부재’의 가장 큰 원인이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편리해서 우리 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게 된 스마트폰은 부모와 자녀, 친구와 친구 사이에 소통의 부재를 야기한다. 같은 자리에 있는 옆 친구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원시인’과 ‘폰돌이’의 갈등을 보지만, 두 집단의 주장은 둘 다 옳고, 정당하다.
우리의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전부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결하기 힘든 문제는 옳은 것과 또 다른 옳은 것, 혹은 옳은 것과 좋은 것 등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의 충돌에서 나온다.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그에 중독되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작품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우리는 작품에 나오는 행동을 따라할 수도 있고 대안이 되는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을 읽고 독후활동으로 토론해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일주일 안 쓰기’를 직접 실천을 해볼 수도 있다. 우리의 눈앞에 쉽게 보이는 문제이지만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 그리고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도 있었던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김태창(서울면남초등학교 교사)